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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여행입니다

[도서] 오늘이 여행입니다

유지안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보고 또 보고 싶은 마음은 아마도 그리움이겠지요.

곁에 있어도 그리운데, 멀리 떨어져 다시는 볼 수 없다면 그리움이 사무칠 것 같아요.

《오늘이 여행입니다》 는 유지안님의 여행 에세이에요.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남편의 사진 30장을 배낭에 넣어 여행 길에 나선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 1,000일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해요. 약 3년간의 여행 기간 동안 100여 곳의 예술가 생가와 작업실 등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상실의 고통을 조금씩 치유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이 책에는 서른세 명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어요. 저자는 이 예술가들이 마치 나라를 구하고자 한 민족대표 33인처럼 생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순간에 자신을 구해준 예술인들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작가와 그 작품을 보다 생생하게 이해하는 데는 자서전 수천 페이지를 읽는 것보다 작가가 살던 집에서 1시간을 머무는 게 더 낫다." (76-77p)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는데, 저 역시 그 저널리스트의 말에 공감해요. 저자는 2019년 4월 10일, 러시아의 서정시인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예세닌 하우스를 찾았고, 직원이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예세닌을 사랑하고 찾아와준 것에 감동받았다며 (그 직원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전혀 몰랐다고 함. 아마 지금이라면 알 텐데.) 아직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은 예세닌의 데스마스크를 보여줬대요. 다음은 자살 직전 친구에게 썼다는 유작 시예요.

"친구여, 우리의 예정된 이별은 이다음의 만남을 약속해주는 거지." (79-80p)

시인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앙글르테르 호텔에서 자신보다 17세 연상이었던 덩컨과 신혼을 즐겼고, 죽음도 그 호텔에서 맞았으며 서류상 이혼을 하지 않아서 죽을 때까지 이사도라 덩컨이 그의 부인으로 남았다고 하네요. 다섯 번의 결혼 중 마지막 아내는 레오 톨스토이의 손녀 소피아 톨스토이였다는데, 아마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이사도라 덩컨이었던 것 같아요. 지독한 고독과 우울한 삶, 비극적인 죽음에도 불구하고 책속에 실린 사진을 보면 덩컨과 함께 있는 예세닌의 표정이 무척 행복해보여요. 그 찰나의 행복, 눈부셨던 젊음이여, 이제 안녕...

천재 예술가들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 숙연해지는 건 그들의 고통을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그저 예술을 통해 그 영혼을 느낄 뿐이죠. 순탄치 않은 여정에도 저자가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었던 건 예술가들의 숨결 덕분이었다고 해요. 위로와 치유, 긍정, 용기, 진정한 사랑을 느꼈다는 건 바로 예술의 힘인 것 같아요. 오늘도 여행하며, 여행하듯 오늘을 사는 저자의 이야기가 깊은 감동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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