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반란은 짜릿하고 통쾌해요.
세상은 강자들이 독식하고 있으니 약자들을 설 자리가 없어요. 대부분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약자들을 구원할 영웅이 등장하죠.
《바바야가의 밤》은 오타니 아키라의 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첩혈쌍녀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이며, '각성하는 시스터후드'라는 부제가 달려 있어요.
시스터후드, 여성끼리의 연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색다른 영웅담인 것 같아요. 주인공 신도 요리코는 웬만한 남성을 거뜬히 때려눕히는 실력자인데, 바로 그 능력 덕분에 사건해결사 노릇을 하게 돼요. 야쿠자 조직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는데, 알고보니 야쿠자 조직의 회장이 자신의 딸 쇼코를 지켜달라는 요청이었어요. 제목에 나오는 '바바야가'는 슬라브 신화에 등장하는 마녀 이름이라고 해요.
두 여자가 보여주는 하드보일드 액션 시스터후드, 뭔가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할까요. 폭력적인 남성중심 사회에서 연약해보이는 여자에게 허락된 역할, 그건 억압일뿐이에요. 당당하게 굴레를 벗어나 화끈한 액션으로 맞서 싸우는 장면은 후련했어요. 가끔 영화 속 영웅이나 초능력자처럼 내게도 그런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했는데, 바바야가의 밤에서 현실적인 센 언니를 마주하고 보니 '바로 이 모습이구나!' 싶었어요.
신도 요리코에게 타고난 힘이 있다면 그건 인내력과 뭐든 지속할 수 있는 정신력이라는 거예요. 단번에 획득한 초능력이 아닌 오랫동안 꾸준히 계속해서 수련한 결과물인 거죠. 남에게 의지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강인함을 키워냈다는 점에서 훌륭해요. 사실 마녀나 마귀할멈이라는 단어 자체가 여성의 힘을 억누르고, 지배하려는 남성적 시각에서 나왔기 때문에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리코가 "이제 떳떳해요. 나는 마귀할멈이에요. 당신과 함께 마귀할멈이 되려고, 여기까지 온 거죠." (183p)라고 말했을 때 완전 멋지다고 느꼈어요. 뭐라고 불리든, 그 사람의 매력이 모든 걸 상쇄해 버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