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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도서] 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저/배수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13살 안네가 1942년 6월 12일 생일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명명식을 가져요. 이름은 키티. 나치를 피해 아빠의 공장에 마련한 은신처로 피신할 때에 가장 먼저 챙긴 게 바로 이 일기장이었어요. 사람보다 훨씬 참을성 넘치는 종이들은 이후 2년 동안 안네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가 됩니다. 어떻게 네덜란드에 살게 됐는지, 은신처에서의 삶은 어떤지, 네덜란드 안팎이 전쟁으로 얼마나 혹독하게 변했는지를 안네는 키티에게 보내는 편지인냥 써내려가요. 책으로 엮어도 400 페이지가 훌쩍 넘는 긴 이야기들은 "앞으로 너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p9)는 안네의 바램으로 시작합니다.

 

안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어요. 독일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1933년 안네 가족은 네덜란드로 거주지를 옮깁니다. 안네의 외삼촌들처럼 미국으로 도피하는 편이 훨씬 안전했을테지만 설마하니 이토록 빨리 전쟁이 발발하고 네덜란드가 항복하게 될 줄은 몰랐을 거에요. 가슴에 노란 별을 달게 된 유대인들. 그들은 전차나 자동차를 탈 수 없어요. 개인 소유의 자전거도 모두 반납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모든 길을 두 발로 걸어다녀야 합니다. 입장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갈수록 줄어들었는데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안네에게 극장 금지령은 무척 우울한 일이었을 거에요. 저녁 8시 이후부터는 외출마저 금지되는 등 유대인에 대한 금지와 제약은 갈수록 늘어갔지만 이마저도 은신처의 삶과 비교하면 천국이었어요.

안네와 언니 마르고, 부모님, 판 단 씨 부부와 그들의 아들 페터, 독신의 치과 의사 뒤셀까지 총 여덟 명이 거주하게 된 공장의 은신처는 저의 기억과는 달리 한 뼘 다락방 크기는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충분할만큼 너른 공간도 아니었죠.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지만 안네는 뒤셀 아저씨와 함께 방을 쓰기도 하거든요. 아빠랑 아저씨가 방을 쓰고 엄마랑 두 딸이 방을 쓰는 편이 나았을 것 같은데 부부가 각방을 쓰는 게 당시의 가치관에선 이상한 일이었는지 하여간에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요. 안네와 부모님을 포함해 은신처의 모든 사람들은 지치지 않고 싸우며 반목하는데 갇힌 삶, 부족한 식량, 나치에게 체포될지 모른다는 공포, 시시때때로 터지는 폭격, 더불어 해도 바람도 쉽사리 들일 수 없는 은신처의 특성 때문에 스트레스가 큰 탓이었어요. 시궁창의 쥐처럼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사는 삶이라니 그 괴로움이 얼마나 컸을까요?

 

안네는 자신이 어떤 우악스런 손길에 잡혀 날개가 찢긴 새 같다고 느껴요. 아무리 날아보려고 애를 써도 좁은 새장의 쇠창살에 부딪히기를 반복하는 여린 새요. 밖으로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고 큰 소리로 웃고 싶다고 소망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질 새도 없이 일기는 1944년 8월 1일자로 급작스럽게 끝이 납니다. 2년 동안 숱한 위험이 은신처를 멤돌았어요. 종전에 가까워질수록 도둑이 기승을 부렸고 경찰이 찾아와 비밀문을 막은 책장을 탕탕 두들기며 안쪽을 의심한 적도 있었는데 마지막 날엔 그렇지가 않았어요. 어떤 경고나 두려움도 없이 끝나버린 일기에 놀라고 먹먹해진 마음에 일기 이후의 이야기나 작품 해설을 읽는 일이 무척 힘들더군요. 하지만 이 일기장이 불타거나 버려지지 않고 세상에 공개된 일이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다는 건 후기를 읽어야 알 수 있는 사실이라서요. 일기의 마지막 장에서 독서를 마치지 마시고 꼭 뒷 내용까지 읽어보시길 권유합니다.

 

숙제로 읽을 땐 모르겠더니 저의 의지로 이 책을 다시금 만나고 보니 일기장 곳곳에 남겨진 솔직발랄한 안네의 개성이 보여요. 세계와 충돌하며 자아를 키워나가는 사춘기 소녀의 혼란, 충동, 결핍, 소망, 애정, 강제로 종료된 삶에 웃고 또 울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요? 전쟁이 끝난 후의 세상 같은 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날조차 다락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에 위로받을 줄 알았던 안네. 이런 세상이 있는 한, 이런 햇살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존재하는 한, 결코 슬퍼하지만은 않으리라 다짐하던 안네. 안네는 일기장을 쓰던 초반에 일기의 내용을 남이 읽게 둘 생각이 없다고 말해요. 언젠가 자신에게 진짜 남자 친구 혹은 여자 친구가 생기기 전까지는 말이죠. 여러분이 안네의 진짜 친구가 되어주세요. 미래에 누군가가 이 일기를 읽게 되지는 않을까 궁금해하는 안네의 질문에 "응! 내가 지금 읽고 있어!"라고 힘차게 대답해 주시면 좋겠어요. 작가가 되기를 꿈꾸던 안네에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존재가 부디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책세상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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