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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스닥이 올랐을까?' 아침에 눈을 뜨는 그 순간부터 그녀의 머리속에는 오로지 주식,주식뿐이다.

애널리스트 이희승씨(33)의 기상시간은 새벽 6시.눈곱을 떼면서 일어나는 침대 옆에도,간단한 식사를 하는 주방에도,양치질을 하는 욕실에도,회사로 향하는 차 안에도 TV는 있다.

밤낮 없이 돌아가는 세계 증시의 상황을 위성방송을 통해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외국계 증권사 중 국내시장 점유율 1위인 UBS증권의 넘버원 애널리스트지만 흔한 유학 한번 안 갔다 온 '순수 국내파'다.

대학을 다닐 때 교환학생으로 1년간 미국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외국 생활 경험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영국,인도,태국 등지의 외국인 펀드매니저들과의 의사소통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만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깨지면서 배웠죠.처음에는 리포트를 내고 고객들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었어요.

상대방이 궁금해 하는 것이 뭔지도 파악 못해서 엉뚱한 대답을 하는 통에 오해가 생긴 적도 많아요." 그러나 애널리스트에게 영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게 그녀의 지론.

"기업과 시장의 여러 팩트를 모아 '오른다'는 결론을 냈으면 거의 자기 최면 수준의 확신을 가져야 해요.

자신의 판단을 굳게 믿지 못하면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고객을 설득해 낼 수 없어요."

지난 2001년 신세계 주가가 5만원 선에서 7만원까지 급등하자 모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중립' 의견을 내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씨는 홀로 '강력 매수' 의견을 냈다.

"막상 혼자 깃발 들고 서 있을려니까 초조하면서도 한편으론 흥분도 됐어요." 증권시장에선 다들 'No'라고 할 때 홀로 'Yes'라고 말하는 것은 어느 광고에서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빗나갈 경우 경력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기 때문이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런 상황에서도 '흥분'을 느꼈다는 그녀는 천상 애널리스트다.

그녀를 오래 지켜봤던 외국인 펀드매니저들이 '매수' 깃발 밑으로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신세계 주가는 10만원대를 가볍게 돌파했다.

이 '사건'으로 소비재 부문에서 '이희승'이라는 이름 석자는 업계에 깊게 새겨졌다.

그 때 인연으로 신세계는 지금까지 줄곧 그녀의 담당기업이다.

김석봉 신세계 그룹IR담당 과장은 "이희승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갖고 있는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세계 소비재 경기의 사이클을 훤히 꿰뚫고 있다"면서 "이렇게 장기적인 추세를 알고 국내기업을 살피기 때문에 똑같은 공시자료를 보고도 남들보다 뛰어난 리포트를 내놓는다"고 평가했다.

증권가 최고 권위의 'Institutional investor지(誌)'도 2004,2005년 연속으로 그녀를 한국 지역 최고 애널리스트로 선정했다.

"어시스턴트로 들어오는 후배들을 보면 잡무를 시키기가 미안할만큼 이력서가 화려해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대부분 '일 따로 자기생활 따로'라는 거죠."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일이 곧 자기 생활'인 사람은 당해낼 수가 없는 법이란다.

그녀는 "성공하려면 24시간 자기 생활로 삼아도 억울하지 않을 일을 꼭 찾으시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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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 되려면 ]

애널리스트(analyst·증시 분석가)는 기업의 적정 가치를 평가해 투자자들이 투자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직업이다.

우리나라에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말이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의 첨병 역할을 하는 고액연봉의 전문직이 된 것은 IMF 이후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면서부터다.

우리 UBS에서는 인원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애널리스트를 뽑는다.

이는 대부분의 외국계 증권회사가 마찬가지다.

신입의 경우 특별한 전공 제한이 없다.

실제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애널리스트의 전공은 경제학,경영학은 물론이고 철학,수학,언어 등 다양하다.

채용시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은 통계자료에 대한 이해도를 테스트한다는 점이다.

이는 애널리스트가 숫자로 이뤄진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 테스트를 통과해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주어진다.

인터뷰에서는 자동차,화학,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대한 지식과 함께 재무회계와 경제학 일반의 기본개념 등을 묻기 때문에 어느 전공을 이수했든간에 '경제학 원론' 정도의 지식은 쌓아 두는 것이 좋다.

관련 산업의 현장에서 쌓은 실무경력이 있으면 가점을 부여받는다.

그 결과 IT 등 첨단산업쪽에는 엔지니어 출신의 진출이 늘고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해 아무런 경력이 없는 경우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research assistant'로 임용된다.

외국증권사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지장이 없어야 하므로 영어 능력은 기본이다.

김수미 UBS증권 홍보이사

ⓒ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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