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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갑부 워런 버핏에게 듣는 ‘돈 버는 지혜’

신동아|기사입력 2007-06-25 10:45
[신동아]



5월4일 미국 네브래스카 주(州) 오마하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맨 뒷자리까지 한 좌석도 남기지 않고 꽉꽉 찼다. 평소보다 운항 횟수가 늘었지만 남은 자리가 없었다. 호텔도 마찬가지. 평소에는 100달러만 줘도 괜찮은 숙소를 구할 수 있었으나 200달러를 넘게 줘도 호텔 방 구하기가 어려웠다. 한마디로 전쟁이었다.

인구 40만의 오마하는 평소에는 아무런 ‘사건’이 없는 미국 중부의 전형적인 중소도시다. 그런데 이처럼 사람들이 오마하로 몰려드는 것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76)이 회장으로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기자 옆에 앉았던 디트로이트 출신의 한 주주는 “드디어 평생의 꿈을 이뤘다”고 기뻐했다.

올해 몰려든 주주는 모두 2만7000명.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주주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기를 쓰고 주총에 참석하는 것은 버핏 회장에게서 ‘돈버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단 1주의 주식을 산 주주들도 만날 수 있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A주는 1주에 1억원이 넘는다. 주주총회 참석이 목적인 주주들은 B주를 산다. B주는 350만원 정도. 물론 이것도 싼 주식은 아니다.

1주에 1억?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버핏 회장과 그의 평생 사업파트너인 찰리 멍거(83) 부회장이 주주들과 나눈 질의응답이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 45분만 빼고 스트레이트로 진행됐다. 멍거 부회장은 버핏 회장이 투자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항상 ‘찰리와 나는’으로 시작할 정도로 신임하는 최측근이다. 두 사람은 주총 다음날 전세계 기자들과 2시간3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주주 질의응답과 기자회견에서 둘은 돈 버는 방법, 바람직한 투자법, 그리고 경제 전반에 걸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다음은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이 주주 및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요지다. 별도의 표시가 없는 것은 버핏 회장의 답변이다.

[주주 질의응답]

▼ (켄터키 주에서 온 10세 여자 어린이) 버핏 할아버지, 제 나이 때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면 좋겠어요(모두 웃음).

“12~13세만 됐어도 신문배달을 추천했을 텐데…(웃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스무 가지 사업을 했지. 그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이 핀볼 게임 설치였는데, 지금 그것을 추천할 수는 없고…. 일단 부모님이나 이웃과 상의해봐. 다른 사람들이 기꺼이 너에게 돈을 지급할 만한 일을 찾아야지. 명심할 것은, 빚은 지지 말거라(좌중 웃음).”

멍거 부회장 :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란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러면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 대학생인데요, 버핏 회장님처럼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자선단체에도 기부할 거예요. 어떻게 하면 좋은 투자자가 될 수 있는지, 나 같은 사람에게도 기회가 찾아오는지 궁금해요.

“물론! 기회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있어요. 책을 많이 읽고 시장을 계속 주시해야 해. 주식시장도 그렇고 부동산시장도 그렇지. 계속 주시해요. 그러면 기회가 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지. 책에서 얻은 투자 지식은 현실에선 유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랑도 마찬가지지. 연애도 해보지 않고 연애소설만 읽고는 사랑을 이해했다고 할 수 없겠지요?

뭘 하든 실제로 경험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그런 뒤에 자신만의 투자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좋겠어요. 자신에게 맞는 투자의 틀(framework)이 있어야 해. 파국을 피할 방법도 생각해둬야 하겠지.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1998년 파산) 투자 실패 사례를 봐요. 구성원의 평균 IQ가 150을 넘을 정도로 다들 똑똑했지만 결국 무너졌잖아.”

단기 투자는 ‘바보들의 게임’

멍거 부회장 :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살 때 내가 이 회사를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해. 그럴 생각이 있다면 투자해야지. 한 번 더 강조하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버핏 회장은 비록 은퇴할 나이가 넘었지만 거의 ‘공부하는 기계’예요. 그런데 많은 사람은 노력도 하지 않고 얻으려고만 하지.”

▼ 투자했다가 돈을 잃을 수도 있는데, 안전하게 투자하려면?

“우리는 그것을 안전구역(margin of safety)이라 불러요. 안전구역이 넓을수록 투자는 안전하지. 투자한 자본 대비 수익률이 높은 회사일수록 좋아. 장기적으로 자본 대비 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면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지. 그렇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거는 과거라는 사실이에요. 과거의 실적보다는 미래의 전망이 훨씬 중요합니다.”

멍거 부회장 : “적어도 15년 이후 가치를 볼 수 있어야 하지.”

▼ 외과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의료보험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두 분의 지혜를 빌린다면 어떤 해결방법이 있을까요.

“너무나 어려운 문제예요.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의료비에 지출하고도 아직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나라고 별수 있겠어요? 그러나 언뜻 의료서비스 배급 비용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이것을 낮추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 파생상품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시장에 또 한 차례 위기를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요.

“파생상품이 너무 많이 팔리면서 레버리지가 너무 커졌어요. 금융시장의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규모가 커지니까 파생상품 시장을 적절하게 규제하려는 금융당국의 조처는 ‘조크’가 됐어. 어디에서 위험이 시작될지 정확히 짚어낼 수는 없어도 언젠가 엄청난 위험이 될 것만은 틀림없어요.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꽤 유쾌하지 않구먼.”

▼ 단기 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건 건강하지 못하지. 어떤 이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무슨 결정을 내리면 곧바로 투자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더군요. 컴퓨터를 누가 빨리 클릭하는지에 목숨 거는 사람도 있다니까. 이젠 뭐 새로운 현상도 아니지만, 시장에는 그런 미친 투자자가 많았어요. 그중에서 똑똑한 사람도 많이 봤어요. 전적으로 비이성적이지. 바보들의 게임판이라고 할까.”

계산하면 답이 나와!

▼ 투자할 때 경제학을 어떻게 활용합니까. 또한 기업의 내재가치는 어떻게 측정하는지요.

“주식이 아니라, 회사를 산다고 생각하면 되지. 농지를 산다고 가정해봅시다. 몇 사람을 고용할 것인지, 땅콩은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 시장에는 얼마에 내놓을 것인지 계산할 수 있겠지요. 그럼 그 땅의 내재가치가 나와요. 그 가치보다 적게 지급하면 좋은 투자예요. 회사 주식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요. 그 회사를 소유해서 얼마나 이익을 낼 수 있을지 계산해봐요. 자신이 잘 아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좋지. 그렇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나는 그렇게 평생을 투자했어요.”

▼ 버핏 회장은 올해 초 후계자를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후계자는 뽑겠지만 그에게 멘토(mentor) 노릇까지 할 생각은 없어요. 후계자는 무엇보다 투자실적이 있어야 하지. 현재 600~700명이 지원했는데 그중에는 네 살짜리 아이도 있어요(좌중 웃음). 아마 그 친구는 힘들 거야.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규모는 과자 값보다 훨씬 크니까. 일단 3, 4명을 선발해 20억, 30억, 50억달러를 맡기려고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들의 투자 성과가 나오겠지. 그렇다고 가장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한 사람이 후계자가 된다는 것은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남이 보지 못하는 리스크를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 포스코 주식 매입은 상품(철강)시장에 투자하려는 전초단계인가요.

“아니에요. 우리는 여전히 상품시장엔 관심이 없어요. 당연히 기업에 투자한 겁니다. 우리는 오일에 투자하지 않고 석유회사에 투자하지. 상품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선물(先物)에 투자했을 거요. 한국의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야. 그런데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낮아요. 그게 매력적이어서 샀지.”



▼ 독일에서 온 투자자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동안 주로 미국 기업에 투자했는데, 지난해 이스라엘 기업을 인수한 것을 보니 해외 기업에 점차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가 글로벌화하고 있는 증거인가요? 만일 그렇다면 독일 기업에도 관심이 있습니까.

“전세계 기업이 우리의 레이더망에 있어요. 좋은 기업이 있으면 언제든지 사지. 그런데 해외 투자를 하려니 기업들의 규모가 너무 작아. 이게 문제야. 버크셔 해서웨이는 일정 규모가 돼야 투자할 수 있어요. 독일에도 관심 가는 기업이 있지만 이 자리에서 말하지는 않겠어요.”

“버핏 회장은 나의 영웅”

▼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문제가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100% 확신을 갖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지구 온난화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봐요. 대처가 약간 늦었지. 이 문제에서도 ‘안전구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요.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사 중에 재보험회사가 있습니다.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나는 카트리나(2005년 미국을 관통한 허리케인)가 최악의 사례가 아닐 것이라고 봐요. 허리케인 피해가 커지면 보험업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보험료를 올려야 할 거요.”

▼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저당채권) 문제가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봅니까.

“모기지 이자를 내지 못해 집을 나와야 하는 계층에게는 매우 고통스럽고 힘들겠지요. 그러나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많은 대출을 해준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어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겠지만, 수요는 그대로이고 공급이 늘면서 결국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 버핏 회장은 저의 영웅입니다. 제 아이들도 주주총회에 데려왔어요. 지난해 버핏 회장께서 막대한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왜 낙태권리 옹호단체를 지원했는지 모르겠어요.

“좋은 단체니까요. 개인적으로 만일 미 연방대법원 판사 9명이 모두 여성이었다면 오래전에 다른 미래가 펼쳐졌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자들이 너무나 오랫동안 결정을 주도했지요. 나는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합니다.”

▼ 회사 경영진의 자질은 어떻게 판단합니까.

“나는 회사 경영진을 만나지 않아요. 대화도 안 하고. 그냥 연례보고서를 열심히 읽지. 그러다보면 정직하지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영진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럴 듯한 것’은 위험

▼ 투자에 대해 잘 모르는 아마추어입니다. 저같이 평범한 사람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세계 최고 부자인 버핏 회장과 빌 게이츠가 브리지 게임을 하고 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몇몇 전문적인 머니 매니저를 빼놓고는 대부분 아마추어일 거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지수에 연동된 뮤추얼펀드 중 수수료를 적게 받는 곳을 골라서 투자해봐요. 요즘 수수료가 너무 과해. 개인이 얻는 투자소득 중 많은 부분을 가져가지. 그런데도 매니저들은 시장 평균수익률을 넘기지 못할 때가 많아요.”

멍거 부회장 : “투자자문회사가 상품을 오도하는 사례가 많아요. 예를 들어 가장 좋은 실적을 낸 연도만 부각시켜 손님에게 설명하지. 이런 속임수를 피하려면 매년 초 해당 펀드에 투자한 1달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연도별로 계산해서 비교해보는 것이 좋을 거요.”

▼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동안 시장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될 수 있을까요.

“계속 시장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나 과거처럼 경이적인 실적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인디언 보호구역에 살고 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사가 수력발전소를 위해 댐을 건설하면서 송어들이 사라졌어요. 그로 인해 우리의 전통 생활방식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동료들이 버핏 회장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그 문제는 내가 결정할 수 없는데…. 수력발전소는 석탄을 연료로 쓰지 않아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는다는 장점도 있어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 같은데…. 결국 현지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 같습니다.”

▼ 요즘 에탄올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대체연료로 각광받고 있는데 어떻게 봅니까. 그리고 이사회 이사들과는 어떻게 교류하고 있습니까.

“최근 인수합병(M·A) 협상을 보고 있노라면 일종의 게임으로 변질되지 않았는지 걱정이 앞서요. 투자은행이 그럴 듯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이것이 아무런 저항 없이 통과된다니까. 합병을 하면 많은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러다보니 투자은행은 합병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도 않아요. CEO도 마찬가지고. 여기에 이사회가 할 일이 있어요. 정말 이 협상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의심해봐야 해요. 이런 점에서 이사회는 독립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멍거 부회장 : “에탄올에 대해선 내가 한마디하겠어요. 나는 네브래스카 주(에탄올의 연료가 되는 옥수수가 많이 난다) 출신으로 고향을 사랑해요. 그러나 에탄올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옥수수를 재배한답시고 음식 가격을 올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봐요. 옥수수로 자동차를 움직이겠다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입니다.”

생각을 잘할 수 있는 곳

▼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을 받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현금이 많은 사모펀드와 높은 기업이익 때문에 현재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데 동의해요. 외부의 어떤 충격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되기도 하고. 1998년의 LTCM 사태와 같은 것이 또 올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런 위기는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예요.”

▼ 미국 기업의 이익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할 수 있을까요.

“힘들 겁니다. 최근의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정치권이 법인세를 더 많이 걷어야 한다고 주장하겠지요. 지금 미국 기업들은 가장 좋은 세상에 살고 있어요. 미래의 기업이익은 국내총생산의 8.5% 수준을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멍거 부회장 : “빌린 돈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면 기업이익의 둔화로 귀결됩니다. 한국이 그랬잖아요. 몇 년 전 한국의 은행들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로 소비를 많이 하도록 조장했고, 결국 기업 순익과 경제 전체에 치명상을 입혔어요.”

[기자회견]

▼ 버핏 회장은 어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 주식 한 종목을 추가로 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기업인가요.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 기업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말할 수 있지요(웃음). 지난 4~5년 동안 한국 주식에 투자해 얻은 이익이 미국 기업 투자에서 나온 이익보다 훨씬 높았거든요. 포스코는 정말 대단한 기업이에요. 어떻게 이런 기업이 묻혀 있었는지 이해가 안 돼. 여기에다 원화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우리는 이중의 이익을 보고 있어요.”

멍거 부회장 : “한때 정부가 소유했던 기업(포스코)이 이렇게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니 정말 놀라워요. 한국은 20세기 전후(戰後)의 가난한 국가에서 부자가 됐어요. 적대적인 이웃들이 있지만 굴하지 않고 성장했어요. 놀랍습니다. 이스라엘 같아요. 나는 과거 한국인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라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해 잘 압니다. 한국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만해요.”

▼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에는 ‘메가 딜’이라고 부를 만한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않았는데, 전략을 바꾼 것인가요.

“아니에요. 우리는 현금도 충분하고, 항상 준비가 돼 있어요. 다만 우리의 투자조건에 맞는 대기업을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 버핏 회장은 후계자를 선정한 뒤에도 오마하에서 살 건가요.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그가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상관없어요. 중요한 것은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생각을 잘할 수 있느냐지요. 나는 뉴욕이 싫어요. 너무 소란스럽거든. 그래서 조용한 오마하에서 살고 있어요.”

타고난 ‘자궁의 권리’

▼ 달러화 가치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습니다. 반면 원화 등 아시아 통화는 강세인데요. 이런 것들이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에 어떤 영향을 끼칩니까.

“신흥시장에 투자할 때 직면하는 문제는 회사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겁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하려면 최소 1억달러는 넘어야 하거든요. 환율은 그다지 큰 변수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 회사의 성과와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니까요.”

▼ 오늘 기자회견장에서 계속 콜라(버핏 회장은 체리콜라를 즐겨 마심)를 마시고 있는데, 몸에 좋지 않은 콜라를 많이 마시고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담배를 피우지 않아서 그런가? 업무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또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건강할 수밖에요.”

멍거 부회장 : “버핏 회장의 부모님도 모두 장수했어요.”

“사실 어머니에게 자전거를 사드린 적이 있어요. 나의 ‘잠재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였지요(웃음).”

▼ 미국은 상속세율이 높아 농장이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힘듭니다. 버핏 회장도 여전히 상속세 폐지에 반대합니까.

“물론이지요. 타고난 ‘자궁의 권리’(right of womb)가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해서는 안 돼요. 기회의 균등이 필요합니다. 2008년 올림픽 대표를 선발할 때 20년 전 올림픽 대표선수 자녀들로 구성하는 것 봤어요?(웃음)”

▼ 최근 재혼했는데, 결혼식은 어땠나요.

“딸네 집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내 아이들과 와이프 자매들이 참석했지요. 개 두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는 초청하지도 않았는데 왔더라고(웃음). 만일 내 얼굴이 지난해보다 보기 좋다면 결혼 덕분일 거요.”

▼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습니다. 한국은 네브래스카 주만합니다. 경제구조가 수출주도형이라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지요. 이 때문에 버핏 회장의 가치투자 원칙을 한국 시장에 적용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나는 개인적으로도 한국에 투자했어요. 알려진 대로 버크셔 해서웨이도 포스코 주식을 샀고. 포스코 주식을 살 때 우리가 미국에서 투자할 때와 똑같은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가치투자를 한 것이지요. 그래서 성공했고.

이건 개인적인 얘긴데, 시티그룹이 한국 기업을 소개하는 서류를 가져왔더라고요. 비록 회사 이름도 모르고, CEO 이름도 낯설었지만 곧바로 이 회사가 매우 좋다는 사실을 알았지요. 이렇듯 실적이 좋은 회사 주식을, 그것도 아주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하니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유 없는 투자도 있다

▼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엄청납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은 어떻게 봅니까.

“갑부(super-rich)들에게 미국은 정말 좋은 나라지요. 결국 문제는 세금인데, 그동안 막대한 돈을 버는 사람에게 낮은 세금을 매겼다는 것이 내 생각이오. 우리는 점차 특정 계급을 선호하는 사회가 됐어요. 정말 도처에 돈이야. 자동차를 시속 25마일(약 40㎞)로 몰면 운전자는 방심하게 돼요. 그래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고가 나면 시속 25마일로 달려도 위험해요. 유동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돈이 너무 풍부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멈출 수 있어요. 마이애미 콘도도 마찬가지였지. 콘도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수요가 줄면서 팔기 힘들어졌어요.”

▼ 부동산 투자에는 관심이 없습니까.

“왜 없겠어요. 그런데 부동산 투자가 노동집약적이란 게 문제지. 그렇게는 일 못해.”

▼ 어떤 기업을 높이 평가합니까. 순위를 매길 수 있나요.

“어려워요. 엑손과 쉐브론의 순위를 어떻게 매기겠어요. 얼마나 많은 사항을 판단해야 하는데…. 그래서 우리는 그런 문제는 판단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건 불가지론이야. 그냥 엑손 같은 회사는 유전을 발견해 사회 전체에 좋은 구실을 한다고 볼 뿐이지.”

멍거 부회장 : “개인적으로 포드재단(포드가 설립한 공익재단)과 엑손 중 어떤 회사가 사회 전체에 유익하냐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엑손을 택하겠어요.”

▼ 루퍼트 머독 회장이 ‘월스트리트저널’을 소유한 다우존스를 인수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비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요.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 ‘뉴욕타임스’에 이어 2위 신문이야. 이런 것은 경제적인 시각으로 가치를 측정하기 힘든 요소지요. 자, 이쯤하고 콜라 한 잔 하자고.”

공종식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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