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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평전

[도서] 윤동주 평전

송우혜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1. 평전 초판(1988년판)에는 강처중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다. 경향신문 창간 멤버이자 기자였던 강처중은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詩'를 경향신문에 싣고, 정지용의 발문까지 받아왔다. 연희전문 시절, 송몽규와 강처중, 윤동주는 삼총사였고, 윤동주는 조선을 떠나면서 자신의 물건을 강처중에게 맡겼다. 강처중은 윤동주의 물건(유품)과 일본에서 적어보낸 시를 잘 보관해 두어 가족들에게 유품을 잘 전달했다. 윤동주가 일본 유학 시절에 쓴 시를 우리가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강처중의 공로다.

하지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출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강처중'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었다. 그는 좌익이었고 월북 인사였다(남로당계) 개정판에서는 선고 직후 총살형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부인이 송우혜 선생에게 연락을 해 와 월북 사실도 새롭게 밝혀진 것이 2판이다. 게다가 정지용도 오래도록 언급할 수 없던 시인이었으니 초판본에서 저자인 송우혜 선생은 '강처중'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었다. 윤동주의 동생 윤일주 교수가 절대로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고 이는 혈육의 부탁이었으므로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다.

2. 하지만 초판 평전이 나오고 급격하게 세계가 변했다. 소련의 붕괴와 베를린 장벽의 철거. 그리고 흐릿한 문민시대의 개막. 또 윤일주 교수의 별세(윤일주 교수는 자신이 형의 평전을 염두에 두어, 저자 송우혜 선생에게 흔쾌한 증언을 해주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동주의 누이 윤혜원 여사의 가감 없는 증언이 제2판의 평전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2014년에 나온 제3판에서는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일본의 의인들 덕분에 릿교대학의 에피소드와 증언이 추가 되어 2판에 의문으로 남은 까까머리 윤동주의 비밀이 풀렸다. 성공회 계열의 자유로운 분위기의 릿교대학이 가장 먼저 군국주의의 타깃이 되어 단발령은 물론 교련수업 문제로 퍽이나 고통을 겪었던 정황을 증명해 주었다.

 

 

3. 저자 송우혜 선생은 윤동주의 소울메이트이자 고종지간 이었던 (영화 동주에는 '이종'으로 잘못 나옴) '송몽규'의 삼종지간인 송두규의 딸이다. 따지고 보면 윤동주와 송몽규와 인척 간이고 북간도 연구 전문이어서 윤동주, 문익환, 송몽규가 자랐던 명동마을에 대한 가장 정확한 서술을 보여주었다.

평전에 대해 평한 여러 논문에서 송우혜 선생의 <윤동주 평전>을 수작으로 뽑은 경우가 더러 있어서 작정하고 이번에 읽었다. 저자의 자료 수집과 검증 과정은 대단한 여정이다. 소설가이자 사학자인 저자는 결국 윤동주 평전 때문에 발목이 잡혀버린 문인이 되었다고 고백하면서도 후회는 없다 하니 독자로써는 퍽 다행하고 미안한 일이다.

국문학계에서 가장 많은 논문을 쏟아낸 윤동주의 시(윤동주의 뛰어난 점은 작시의 시기를 표시해 두었다는 점)는 그 자체로 많은 오해와 이해로 점철되어 있다. 무엇보다 '독립운동'을 했느냐 아니냐의 문제에 대해 송우혜 선생이 뚜렷한 관점을 세우고 전기로 돌파해 나가는 과정은 90년대 초중반 포스트모던의 해석에 확실한 경계를 긋는다.

4. 이 책에서는 두 여성의 증언이 주효하다. 윤동주의 누이 윤혜원 여사, 그리고 문익환 목사의 어머니 김신묵 여사. 이들의 구술이 없었다면 북간도의 초기 이민사와 기독교 수용, 윤동주, 송몽규의 성장 과정, 그들의 인품 등등. 그녀들의 입체적인 증언들 속에서 평전이 더욱 다채로워졌다.

윤동주의 전기는 송몽규의 전기와 촘촘하게 엮여서 오래전 이야기지만 그들의 우정과 좌절에 지금도 깊이 공명할 수 있었다. 
그들의 창씨개명마저도! (윤동주 동생 윤일주 교수는 이 부분 언급을 극히 꺼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리두기의 실패는 언제나 한 사람의 전기를 평면으로 만든다)

개인의 기억과 기록은 어느 때든 중요하다. 하여 옮겨 적는 일에도 온 힘을 쏟아야만 가능한 무엇이다.

영화 <동주>는 허구가 가미되긴 했지만 비교적 잔잔하게 흘러간다. 2판을 보고 만들었기 때문에 몇 가지는 무리수 없이(바리깡으로 머리카락이 잘리는 장면은 픽션이자 팩트다) 영화에 에피소드를 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낮에 소요하기 좋은 영화였다.

5.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를 다시 한 번 읽어 봐야 하나 싶어진다. 이만큼의 영광과 오독이 있던 시인이 있었나 싶다. 그 부모들의 애절함이 묻어나는 '시인윤동주지묘' 비문이 적힌 비석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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