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그곳이 차마 꿈엔 듯 잊힐리야’라는 시구로 유명한 정지용은 사색과 감각의 오묘한 결합을 이뤄내어, 한국 현대시의 빛나는 업적을 이룩했다. 특히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향수〉)이라는 시구에서 보이듯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고 다양하게 시어를 활용하여 지금까지도 현대시 작법의 귀감이 되고 있다. 또한 ‘눈보라는 꿀벌떼처럼 / 닝닝거리고 설레는데’(〈홍역〉)와 같이 시각과 청각적 심상을 십분 활용하여 시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