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이해인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길이 된다
내게 잠시 환한 불 밝혀 주는 사람의 말들도
다른 이를 통해 내 안에 들어와
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
일을 하다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과 고민 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살아갈수록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나 자신에 대한 무력함은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오늘도 몇 번이고 고개 끄덕이면서 빛을 그리워하는 나
어두울수록 눈물날수록 나는 더 걸음을 빨리한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읽다가 발견한 가슴을 적시는 시 한 편.
어쩐지 가슴에 새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