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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나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은 물건 사러 가는 일이 귀찮을 때가 많다. 혹시 물건을 사더라도 심사숙고해서 사기에 구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하지만 한번 꽂힌 물건을 살 때는 순식간이다. 특히 전시장이나 이벤트 행사장에서 구입하는 물건이 그런 편인데, 그래서 그런 장소에 가면 마음은 가다듬는 편이다. 예전에는 그런 나의 성향을 몰랐기에 그냥 구경하다 말고 지름신이 와서 돈을 팡팡 쓰기도 했다.

 

물건 구입한 것 중에 생각나는 것이 바로 탄산수 제조기이다. 생수를 통에 넣어 기계의 버튼 하나만 눌러주면 탄산수로 변한다는 신통방통한 녀석. 탄산음료가 아닌 몸에 좋은 탄산수를 곁에 두고 마실 수 있고, 탄산수로 과일과 채소를 세척하면 좋다고 하기에 더욱이나 끌렸던 제품이다. 그리고 물을 담았던 용기는 거의 반영구적이기에 추가 구입만 하면 탄산수를 제조해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을 수 있다기에 더욱 끌렸다. 게다가 다양한 종류의 시럽을 제품 구매시 선물로 준다고 하니 금상첨화.

 

탄산수 제조기를 만난 것도 어떤 박람회장에서였다. 첫째 아이를 임신 중에 구경삼아 방문했었다. 임신하니 이왕이면 몸에 좋고, 건강한 음료를 찾던 중이였는 데 시음을 하니 이거다 싶었다. 탄산음료를 마음 편히 마시지 못하고 있었고, 이 제품을 구입해서 탄산수를 제조해서 먹으면 아이도 나도 건강하게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컸다. 먹고 싶을 때마다 생수를 넣으면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고, 탄산의 양을 조절하기만 하면 되니 간단하고. 조작도 간단하고 사용법도 간단하며 세척도 용이하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도 조금 생각해보고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에 전시회장을 둘러보고 와서 결정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자리를 떠났지만 제품에 관한 생각으로 마음속이 가득찼기에 이미 물건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임신 중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남편은 더욱 제품 구입을 독려했다. 결국 탄산수 구입 부스에 가서 물건을 구입. 무이자 할부로 구입한 제품은 며칠 뒤 집에 도착했다. 현장에서는 몰랐는데, 집에서 사용해보니 가스를 교체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탄산수를 뽑는 통이 너무 컸었다는 단점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탄산수 한 병을 만들어 두면 다 먹기 전에 탄산이 다 빠져서 결국엔 버리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사용하다보니 탄산가스를 만들어 주는 가스통을 금방 사용하게 되었고, 가스통을 재구입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알고보니 이 제품은 가스통 구입이 만만치 않았다. 몇 번 재구입 후 금액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부담스러우니 자주 사용하지 않게 되고, 탄산수 제조기는 방치되었다. 아이를 출산한 후에는 간단한 탄산수 제조조차 어려워졌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제품을 보관하니 잊혀졌다. 아이들이 조금 자란 뒤 집을 정리하다보니 탄산수 제조기가 보였다. 눈에 띈 탄산수 제조기는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다. 탄산수 제조기 구입 이후에 탄산수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편이였는데, 최근에는 시판되는 탄산수를 구입해서 먹는 게 간편하고 좋았다. 많이 먹는 게 아니였기에. 탄산수 제조기에 탄산가스를 꽂아두고 사용하지 않으면, 가스가 샌다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되어 정말 최악의 쇼핑 물건이 되었다. 더 이상 집에 두는 건 아니다 싶어서, 물건 기능하는 곳에 전달했다.

 

저렴하지 않은 물건을 사고 나서 이렇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니 그 죄책감이 더 커졌다. 이 이후 물건 구매에 더 신중해졌고, 나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박람회장의 방문 횟수도 줄이고, 방문하더라도 더 신중하게 쇼핑을 했다. 원래도 쇼핑을 즐기지 않았지만, 이 이후에 나의 쇼핑 회수는 더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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