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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쓸모

[도서] 허기의 쓸모

서지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먹는 것을 좋아하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먹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삶이 허기진 사람에게 주는 위로의 밥상이라고 하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을까? 허기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부엌 지기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부엌 지기라는 명칭도 이 책의 중간에 나오는데 부엌데기가 아닌 이 표현이 매력적이었다.) 먹는 이야기를 한참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군침이 꼴딱.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요리 중 몇 가지는 해보려고 스킵. 다른 사람의 레시피는 궁금하고 그 레시피는 어떤 맛이 날까 더 궁금하다.

배고픔이라는 간절함이 주는 힘

나 역시 배고픔을 많이 느끼지 못한 세대인데, 우리 아이의 세대는 배고픔을 모르는 세대다. 많아서 넘치면 넘쳤지 부족함이 없는 시대에 사는 우리 아이들은 궁핍, 결핍이 주는 힘이 약하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처럼 배가 고프면 그 어떤 것도 맛있을 텐데, 배고픈 적이 없으니 맛있는 것이 적은 것도 당연할 것이다. 최근에 내 몸을 위해서 공복 시간을 가지다 보니 음식이 더 맛있음이 느껴졌다. 자주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정말 배고프게 해서 음식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책에서는 입원한 아들이 금식을 한 뒤에 먹었던 병원밥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나 배가 고파서 먹었던 병원밥이기에 그 맛은 잊을 수 없었다고. 그래서 가끔 아이가 병원밥을 찾는다고 한다. 병원밥이 맛있었다기보다 공복 이후 먹는 음식이라 더 맛있었던 거 아닐까 싶다. 공복 후 먹는 음식의 감사함을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나도 아이에 맛있는 한 끼를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해볼래, 냄비 밥

사실 냄비밥을 하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밥이 타지 않도록 불 조절을 해야 하고, 넘치지 않도록 적절히 불을 줄여야 한다. 대신 냅비밥으로 다양한 밥을 해 먹을 수 있다. 전기밥솥으로도 해 먹을 수는 있지만 중간에 재료를 넣을 수 없음에 밥 위에 얹어지는 재료가 너무 물러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는 냄비 밥이 주는 묘미는 정말 크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토핑 올린 냄비밥의 이야기에 눈으로 한번 머리로 한번 코로 한번 총 세 번 음식의 풍미를 느꼈다. 아직 먹어 보지 못한 가지 밥의 맛이 궁금해졌고, 단호박을 올린 밥은 돌솥 비빔밥집에서 맛보았던 그 맛일까 싶어졌다. 토핑이 얹어진 냄비 밥이 있으면 양념장과 김치 한 가지만 있으면 뚝딱이다. 밥에 신경을 잔뜩 쓰는 대신 반찬 준비는 소홀할 수 있다. 책을 덮자마자 가장 생각났던 메뉴가 냄비밥이었기에 조만간 해 먹는 걸로!

도마 오일링과 부엌데기

요리하는 데 있어서 도마는 중요하다. 다른 소재보다 나무로 된 소재를 좋아하기에 고심한 끝에 산 도마를 잘 사용하고 있다. 요리 후에 바로 깨끗이 설거지해주는 게 전부였는데, 도마 오일링 부분을 읽고 반성했다. 내가 도마에게 너무 소홀했구나. 나무로 된 제품이기에 오일링을 하지 않으면 나무 부분이 물에 의해 썩거나 곰팡이가 핀다. 책을 읽고 오랜만에 도마를 관찰했더니, 도마 한쪽이 검게 바꿨다. 이제서라도 도마 오일링을 해줘야겠다며 다시 한번 이 꼭지를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저자도 도마를 너무 좋아해서 많은 도마를 소유하고 있다고. 삶이 퍽퍽하고 고단한 날엔 밥 짓기를 내려놓고, 도마 오일링을 한다고 한다. 여유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도마 오일링. 그동안 내 삶에 여유가 없었구나, 도마를 더 아껴야지 하는 마음과 함께 도마도 나도 고단함을 잊어보려 한다.

부엌데기라는 말은 왠지 부엌일이 하찮게 느껴지도록 한다. 헌데 이 책에서 이야기한 부엌 지기는 왠지 책임감이 느껴진다. '등대지기'나 '청지기'와 같이 일의 귀함이 느껴지는 말이라 그런가 보다. 내가 하는 일에 대우를 받으려면 사용하는 명칭도 중요할 터. 이제부터 나는 부엌 지기가 되기로 다짐했다.

음식 레시피나 음식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주방, 집밥에 관한 이야기까지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내가 갖고 있는 허기를 이 문장들이 글들이 채워주는 듯한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주방, 나의 집밥, 나의 요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나도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부엌 지기로 생활하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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