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스넨은 세상에 유해한 살인 집단 Jack의 조직원을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제거하고 있다.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스녠은 희생자의 피를 온몸에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살인을 일삼으면서도 지나친 결벽증을 갖고 있다.
“주기적으로 청소하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큰 실례입니다” 다소 코믹스러운 문장을 툭 던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Jack의 일원을 살해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피로 물든 현장을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청소한다. 감정 없는 살인은 이어가지만 선량한 사람을 살해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악행과 스녠의 선량한 이미지와 함께 더해져 자연스럽게 그가 행하는 살인의 당위성이 성립된다. 스녠이 극도로 집착하고 있는 살인의 이유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살면서 보호자인 원장으로부터 끔찍한 유린을 당한 채 그곳을 떠났지만 스녠은 억눌린 트라우마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 어린 시절 보육원을 벗어날 수 있게 스녠을 도왔던 누나와 복수를 위한 살인을 하고 있는 스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샤오쥔은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없었던 그에게 평범한 세상의 따뜻함을 전하고 있지만,,,
“최면은 뜻밖의 효과를 일으켜 스녠을 누나와 다시 만나게 했고, 누나에 대한 수년간의 그리움을 채워 줬다. 스녠은 누나가 무척 보고 싶었고, 그래서 최면 상태에 갇혀 누나와 함께 했던 추억속에 죽을 때까지 머물길 감히 바랐다. 잭을 죽이겠다는 일념을 제외하면 스녠에게 좀처럼 나나지 않는 ‘갈망’의 감정이 깃든 것이다.” (p.229)
스녠의 잃어버린 기억 한구석에는 버려진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주었던 누나를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서리치고 있다. 스녠은 그날 누나를 자신의 손으로 해하고, 그 역시 증오에 마지않는 살인 집단 Jack의 일원이 된 것일까. 스녠의 기행이 계속될수록 긴장감은 더해간다.
다양하게 등장하는 살인마의 살인 현장이 다소 끔찍스러웠지만, 살인기계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스녠에 대한 연민과 자신을 사축이라 표현하고 있는 샤오쥔의 엉뚱 발랄함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게 되는 글이었다.
[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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