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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카의 여행

[도서] 실카의 여행

헤더 모리스 저/김은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처음부터 마지막장까지 너무나 먹먹해지는 글이다. 힘없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살기위해 살아남기 위해 할 수 밖에 없었던 행동들을 비난 받아내면서 굳굳이 버텨내고 있는 그녀의 용기에 더할 수 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우리나라 또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안고 있는 위안부 할머님들의 애환과 겹쳐지며 공감의 깊이가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눈앞에서 가족의 죽음을 목도하고, 생면부지의 낯선이들에게 살기위햐 겁탈당하며, 수용자들을 죽음의 길로 인도하는 일을 묵묵히 견뎌내야 했던 열여섯 어린 소녀 실카 클라인.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마치 인형이 되어가는 듯 하다. 감정이 소거된 인형이 되어 살아남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유대인 소녀 실카는 지옥같은 아우슈비츠에서 풀려나지만, 살아남기 위해 버텨낸 적군의 상습적인 강간을 매춘으로 탈바꿈시킨 채 그녀를 다시 크라크푸의 감옥으로 보내진다. 숨을 쉬고 있는 이상 그녀에게 자유를 허용할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은 모질기만 하다.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카는 꽁꽁 얼어붙는다.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한나에게 설명하고 싶다. 나는 열여섯 살이었어! 내가 선택한게 아니었어, 그 어떤 것도. 나는 그저 살아남았을 뿐이야. 하지만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p.158)

원치않는 강간을 당했음에도 적과의 동침이라는 죄명으로 15년형을 선고받은 실카는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이라 여겨지는 보르구타 굴라크로 보내진다. 하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환경은 이전 아우슈비츠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보다는 주변 친구들을 보살핀다. 어쩔 수 없는 적과의 동침이었으며, 어쩔 수 없는 25구역의 지킴이 였음에도 속죄의 마음이 담긴 행동이지 않았을까 싶다.

"저는 그저 살고 싶었어요.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마다 가족들은 그러지 못했는데 나만 살아남았다는 고통을 느껴야 했어요. 그 고통은 살아남은 것에 대한 벌이고 저는 그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해요." (p.310)

아우슈비츠에서는 수동적인 수용자였다면, 보르쿠타에서의 실카는 이전보다는 훨씬더 강해진다.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수용자로서의 삶을 받아 들이고 있지만, 그녀의 근성을 한눈에 알아본 수용소의 의사 옐레나 게오르기예브나 덕분에 실카는 수용자로서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한발 한발 세상으로 나간다. 아우슈비츠 25구역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까지의 지독하게 처절하고, 치열한 그녀의 일생이 그려진다.

"실카, 계속 살아남으라는 말 말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일어나 숨을 쉬어. 너는 이곳에서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어. 그리고 구급차에서 일하게 된다면 환자들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거야. 진심으로 나는 네가 그 일을 잘해내리라고 믿어." (p.310)

그녀에 대한 평가가 양분된다고는 하지만, 나의 주관적인 생각으로만 본다면 그 시절 실카를 만난 모든 사람이 그녀에게는 가해자였으며, 아무도 그녀의 행동을 비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열여섯 어린 소녀를 유대인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지키지 못했으며, 갈갈이 찢기는 고통속에 놓여진 그녀를 아무도 보듬지 못한 모든 사람이 가해자다.

모진 역사 속에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굴곡진 삶이 우리네 역사속의 그녀들과 다르지 않음에 마음이 아프다. 철저하게 유린당한 피해자임에도 '환향녀'라는 굴레를 씌워 스스로 세상을 등지게 만들었던 우리들과 다르지 않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수 있었던 그녀의 용기에 먹먹함이 남는다.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실카의여행#헤더모리스#북로드#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장편소설#아우슈비츠#강제노동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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