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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도서] 아무튼, 술

김혼비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아무튼 시리즈는 생각만 해도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작가가 한 권씩 쓰는 에세이 시리즈이다. 나에게는 아무튼 시리즈를 읽는 나름의 법칙(?)이 있는데, 바로 내가 그때그때 흥미 가지는 것들로 한 권씩 골라 읽는 것이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아무튼 서재를 읽었고 기타를 배웠던 봄에는 아무튼 기타를 읽었다. 운동을 시작했던 4월에는 아무튼 피트니스를 읽었다. 내 법칙에 따라 생각해보면 난 이 책을 진작에 읽었어야하는데 (...) 아무튼! 이번에 북클럽 활동을 하면서 아무튼 술을 읽었다. 

 

나에게는 어떤 대상을 말도 안 되게 좋아하면 그 마음이 감당이 잘 안 돼서 살짝 딴청을 피우는, 그리 좋다고는 하지 못할 습관이 있다. 말도 안 되게 좋아하다 보면 지나치게 진지해지고 끈적해지는 마음이 겸연쩍어 애써 별것 아닌 척한다. 정성을 다해 그리던 그림을 누가 관심 가지고 살펴보면 괜히 아무 색깔 크레파스나 들어 그림 위에 회오리 모양의 낙서를 마구 해서 별것 아닌 것처럼 만들던 여섯 살 적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다. 말도 안 되게 좋아하는 걸 말이 되게 해 보려고 이런저런 갖다 붙일 이유들을 뒤적이기도 한다. 그래서 술을 좋아하는 것 같다. 술은 나를 좀 더 단순하고 정직하게 만든다. 딴청 피우지 않게, 별것 아닌 척하지 않게, 말이 안 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채로 받아들이고 들이밀 수 있게.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다. 사실 좋아한다기보다는 자주 마신다. (그게 그거인가?) 엊그제도 마셨고 어제도 마셨고 오늘도 마실 -쓰다보니 갑자기 건강이 걱정된다- 예정이다. 처음 술을 마셨을 땐 이 쓰고 맛 없는걸 뭐 좋다고 마시나 했지만 요즘은 술맛을 점점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적당히 마셨을 때의 그 알딸딸함과 급격하게 업 되는 기분이 좋고, 또 술만큼 자기 이야기를 하기 좋은게 없다. 좋은 일이 있을때 마시면 더 좋고 슬픈 일이 있을 때 마시면 위로되는.. 마치 음주 예찬론자가 된 듯하다. 이런 나이기에 이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다. 술에 대한 지식보다는 술과 관련된 작가의 일화들을 다룬 책이라 더 공감하기가 쉬웠고 잘 읽혔다. 작가의 필력과 유머코드도 한몫하는 듯 하다. 나처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맥주 한 캔 같은 책이다.

 

게다가 오바이트라는 행위에는 포스트모던한 구석마저 있었다. 단일 식품에 위액을 섞어 어느 정도 해체한 후 전혀 다른 질감을 가진 형태로 바꿔 불규칙적으로 다시 섞은 다음, 역순으로 쏟아져 내리게 함으로써 플롯의 순서도 뒤집어 놓는다. 매우 더럽고 전위적인 방식의 포스트모던이었다.

 

작가가 술을 처음 마셨을 때의 일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 같은 경우에는 술을 취할 때까지 마셔도 정신을 놓지 못한다. 몸은 취해도 정신은 온전하달까.. 그래서 술을 과하게 마시면 오히려 차분해진다. 덕분에 술과 관련된 흑역사는 없지만, 친구들을 떠올리면서 즐겁게 읽었다. 

 

최고의 술친구와 함께 산다는 건 세상 모든 술이 다 들어 있는 술 창고를 집에 두고 사는 것과 같다. 언제든 원하는 때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마실 수 있으니까.

 

책의 내용처럼 나도 친구와 함꼐 살고 있는데, 최고의 술친구다. 성인이 되고 난 후부터 거의 매일 함께 술을 마셨고 어제도 같이 마셨고 오늘도 같이 마실 예정이다. 술을 즐긴다고 하고 싶진 않지만 .. 생각해보면 나는 술을 좋아할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최고의 술친구와 함께 살고, 숙취 없는 몸을 가졌는데 이쯤되면 술을 마다하는게 너무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술은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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