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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라진 뒤에

[도서] 그들이 사라진 뒤에

조수경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창문이 닫혀 있는데도 아이는 익숙한 냄새를 맡은 기분이었다. 서늘하고 축축한 냄새, 아이는 아기가 '지하실의 개'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 본문 221쪽 중에서]

장기 밀매, 미혼모의 입양 브로커 등 자극적인 소재가 전반부에 깔려 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아동의 인권과 학대를 논하려는 것인가. 강한 반발이 일어나는 소재이다. '서늘하고 축축한 냄새'가 나는 지하실에서 미혼모에게서 버려진 아이를 성장 시기별로 공간에 가둬두도 돈벌이를 하는 남자. 그 남자에 의해 키워진 이름없는 '아이'가 이렇게 등장한다.

[잎이 하나둘 떨어져 벌거숭이가 된 나무들이 해마다 봄이면 다시 새잎을 밀어내는 것이 반가웠다. 무엇보다 나무는 팔을 벌려 끌어안을 수 있었다.  - 본문 55쪽 중에서]

똑같이 버림받았던 존재인 '남자'는 자신과 비슷한 눈빛을 가진 '아이'를 양육 아닌 양육한다. 그러나 '아이'는 자연스럽게 품을 그리워하고 품을 줄 아는 존재로 성장한다. 버려두었으나 떨어진 잎이 봄이면 새잎이 되듯이, 버려진 아이이지만 또 다르게 버려지고 물건이 되어버린 '도우너'를 품는다.

[다용도실 문틈으로 뉴스 소리가 흘러들었다. 유나는 그 소리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내다보며 아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 본문 107쪽 중에서]

[다용도실 문이 열렸다. 아빠였다. 아빠는 소주 두 병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두런두런 이어지던 말소리가 끊겼다. 괴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와 유나는 귀를 막았다. - 본문 109쪽 중에서]

그런 '아이'가 세상 밖으로 탈출하였다. 어른들이 보지 못하고 듣기를 외면했던 또 다른 아이들을 찾아 구출한다. 신문 기사 사회 면에서 안타깝게 주검이 되어 발견된 아이들에게서 듣고 싶었던 절망이면서도 작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작가는 이 '아이'의 구출을 통해서 듣고 싶었던 것인가 싶다.

부모가 모성과 부성을 타고날 수 없고, '아이'처럼 '도우너'를 품어가며 애정을 키웠듯이 후천적이고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생물학적으로 부모인 그들이 버리고 학대하고 죽였던 것과 달리 아이들끼리 서로를 품고 살아남는 것을 그려내고 있다. 죽지 않고 그 어디에선가 살아 있다면, 누군가 도움의 손길이 미치면 아이들은 살아남았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 같은 것을 그려내고 싶은 것이다.

[나는, 정말, 몰랐던가. 언젠가 아이가 심하게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이 키우는 집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소리'는 달랐다. 사실 아이가 우는 소리보다 어른들이 내지르는 소리가 더 컸다. 말소리와 교묘한 박자를 이루며 들여오던 둔탁한 소리. 그 소리 뒤에 이어지던 아이의 비명. ............. 신경이 쓰였지만, 이내 그냥 무시하고 TV를 켰다.  - 본문 121쪽 중에서]

그러면서 작가는 독자의 심장에 의문을 던진다. '아이'와 '도우너', '유나' 등을 정말 몰랐냐고. 심장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한 문장이다. 과연 우리가 몰랐던 것인가. 외면해 버린 것인가. 사실 청원을 올리고 동의하며 잠시 잠깐 가졌던 관심으로 그들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기보다는 죄책감에 벗어나기 위한 것 아니었던 것이냐고 되묻는다.

[유 팀장은 고급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마다 벽이 높게만 느껴졌다. 안에 있는 아이가 구조 신호를 보낸다 해도 그것이 밖으로 전달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자주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많은 아이가 집에서 죽는다.    - 본문 132쪽 중에서]

[예산과 인력이 조금씩 늘어 지금은 1인당 80건이 조금 안 되게 맡고 있지만, 1인당 12건을 담당하는 미국의 사회복지사가 들으면 아마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이냐고. - 본문 137쪽 중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를 이야기한다.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집에서 학대 당하고 죽어간다. 그들이 내미는 손길을 우리는 알아채지 못한다. 우리가 내는 세금 어디다가 쓰냐고 묻지만 정작 이곳에 쓰이는 것을 탐탁치 않아하고 명목상 예산과 인력이 있다는 것에 죄책감을 덜어내려 한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이야기할 때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선배들이 가끔 그렇잖아요. 그래도 지금은 세상 많이 좋아진 거라고. 그런데 그게요, 어른들이 한 일이 아니에요. 죽은 아이들이 한 일이야. 아이 하나가 죽어야 그나마,  - 본문 139쪽 중에서]

책 속 이야기이면서 뉴스 사회 면 댓글로 달리는 문구이다. 아동의 인권에 대한 개선은 죽은 아이들이 한 일이다. 아이 하나가 죽어야 관심이 1도 올라가고 식어질 무렵, 또 한 생명이 거둬져야 우리 사회는 작은 변화를 보인다. 그 변화가 미비하여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많이 아이들이 죽어가고 한편으로 세계 곳곳에서 아이들은 전쟁에 이용되고 희생되며 노동 착취, 학대 등으로 죽어가고 있다.

[젠장, 아이들만이라도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면 얼마나 좋아. 똑같이 보호받고, 똑같이 잘 먹고, 똑같이 꿈도 품고, 그렇게 크면 얼마나 좋아. - 본문 140쪽 중에서]

우리가 꿈 꾸는 세상은 '아이들만이라도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여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지만 정답은 정해져 있다. 마음이 있는 곳에 물질도 따른다. 예산, 인력, 법률 등 실질적인 구조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보호받아야 할 마땅한 존재가 보호받지 못한 세상. 변화의 촉구를 원한다.

[나는 왜 신고할 생각을 못 했을까. - 본문 171쪽 중에서]

독자에게 지나치지 말 것을 요구한다. 불편한 마음이 들고 나서서 불이익이 생기며 귀찮아지는 것을 꺼려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사회적 감시망은 공적인 체제와 제도 안에서 뿐 아니라 가까운 이웃들에 의해서 촘촘히 만들어지고 보호망이 있을 때 그들은 학대의 손길로부터 죽음을 면할 수 있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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