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호수의 일

[도서] 호수의 일

이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겨울왕국을 떠올릴만한 겨울 호수 앞에서 호수 깊은 곳에서 일렁임없이 심해와 같은 곳이 자신의 마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 어떤 기억은 바로 어제의 감정조차 아득하고, 또 어떤 기억은 유치원 때의 일이 지금처럼 또렷하다. 기억은 블록처럼 시간의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이는 게 아니다. 여러 색깔의 물감이 어지러이 뒤섞여 있는 것 같다. 모든 색을 집어삼킨 어둠 같기도 하다.

본문 10쪽 중에서

호정은 호수 안과 밖으로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수 안에 숨겨둔 감정은 호정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어리다고 생각한 호정은 엄마, 아빠가 처해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할머니, 삼촌 등과 지내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색을 집어삼켜버린 겨울 호수처럼 어둡고 차갑게 얼어서 그 안에 가둬버립니다.




이야기 속 호정은 학교에 전학을 온 친구 은기와 가까워집니다. 학교와 학급 내에서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소수와 어울리고 더 많은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그 관계 안에 나래는 밝고 명랑하며 투명한 친구입니다. 호정과 성격면에서 가장 대척점에 있는 친구일 겁니다. 나래는 남자친구 보람과 교제 중 입니다. 이성 교제 역시 투명하고 밝게 감정을 드러내는 나래가 부럽습니다. 호정의 엄마, 아빠는 어릴적 호정을 갖게 되고 자신들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태권도 사업을 생계로 합니다. 그리고 사업을 확장하고자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중국을 건너가지만 실패하고 빚더미에 앉아 이때부터 부모님과 흩어져서 살게 되고 할머니의 손에 키워집니다. 누구나 어려울 때가 있었으므로 너만 유별나면 안된다는 게 심리적 압박이었을 겁니다. 스스로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 학업과 생활 면에서 우수하려고 노력하지요.



청소년을 상대하는 직업이어서 그런지 호정의 마음이 와 닿습니다. 이혼가정, 생활고 등으로 청소년 스스로 선택한 환경이 아니어서 남들과 다른 위치나 상황에 봉착하여 방황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환경을 변명삼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미 받은 상처나 스스로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공감보다는 청소년 자체를 어려운 상황 요소 중 하나로 취급해 버리는 것입니다. 극중 호정의 아버지가 호정에게 하는 말 중에서 '손목이 부러지도록 만두를 만들고', '누구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는데...' 입니다.


■ 그렇다고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사실이 아닐지라도 거기에는 어떤 진실이 있다.

본문 31쪽 중에서

마음을 호수 깊이 넣어 둔 호정은 주변 어느 누구에게도 깊이 털어놓지 못합니다. 그런 호정에게 마음 한 켠을 비워두고 마음을 열어 준 상대가 은기입니다. 전학생 은기에 대한 기억이 지나와 버린 현재 시점에서 새롭게 새겨진 마음인지, 그때의 마음인지 몰라도 호정은 이제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 다 잊어야 괜찮아지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안좋았던 일에 일일이 속상하고 불편해하면 사람이 어떻게 살아?

본문 85쪽 중에서

늘 웃는 나래가 던진 말입니다. 나래가 늘 웃고 밝을 수 있었던 것은 있었던 일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우리가 납득할 수 없는 일에 원인 제공자가 있고, 원망할 대상이 있어서 그를 미워하며 감정의 해소와 상황 해결이 맞닿아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많고 결국 스스로 마음이 다치고 문제 속에 빠져들기에 나래의 조언은 지혜로운 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정은 닫혀진 마음 안에 더욱 갇혀집니다. 꺼내 본 적 없는 상처가 호정의 감정을 가면으로 더욱 가리게 만듭니다.

■ 문득 눈이 뜨거워졌다. 몹시 속이 상했다. 그런 애들이 있다.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것을 품은 애들. 은기가, 은기도 그런 애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다. 서럽게 했다.

본문 164쪽 중에서

은기랑 봉사 활동을 나가서 주민등록증이 있는 은기 모습을 호정만이 발견하게 됩니다. 묻지 않았고 대답하지 않았지만 숨겨야 하는 일이 있는 은기에게서 호정은 마음의 틈을 열어둡니다. 자신에게도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깊고 깊은 상처, 남들과 공유할 수 없으며 이해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더 깊은 호수에 밀어넣은 일과 감정들을 은기에게서 발견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시간은 순서대로 흐르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본문 89쪽 중에서

#호수의일 이야기의 전개는 호정의 기억을 더듬어 독백으로 이어집니다. 이 독백이 시간의 순서에 따른 것인지, 은기를 향한 호정의 마음을 따라 말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도 모호하다고 고백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호정이 은기에게 얼어붙은 호수를 녹여 안을 보여주고 싶은 순간, 사건은 화산 폭발처럼 급작스럽게 전개된 것 입니다. 또다시 자신의 선택이나 의지가 아닌 상황에 의해 휩쓸려 버립니다. 가까스로 붙잡고 살아 온 호정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결정적 사건이 되어버립니다.


■ 인간은 어째서 모르면 좋은 것을 그냥 덮어 두지 못할까.

본문 216쪽 중에서

은기에 대한 비밀이 폭로되는 순간, 호정이 바라 본 교실과 학교는 타인의 고통에 다같이 한 마음으로 고통을 즐기는 무리였을 겁니다. 박인석의 질문은 질문을 가장한 선고였고, 곽근이라는 힘 있는 무리 속에서 기정사실화 되어 저항이나 변명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과거 호정과 곽근 속에서 일어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과 같은 일이 또 일어난 것입니다.



호정은 은기의 일을 겪으면서 깊은 잠에 빠집니다. 교실에 앉아서도 잠이 오고, 인강을 듣기 위해 스터디 카페에 있지만 정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집에 들어서면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에 잠이 듭니다. 잠을 자면서 사람을 피하고 목소리를 회피하며 자신의 깊은 호수를 들여다봅니다.

■ 그리고 나는 비참했다. 비참하다는 말을 모른다고 해서 비참한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 생겨났을 것이다.

본문 245쪽 중에서

어린 호정이 눈 앞에 그려지면서 가장 마음 아픈 문장이었습니다. 호정의 엄마와 아빠의 일로 피해를 본 가족들이 어린 호정 앞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비난합니다. 비난 받는 대상이 호정의 엄마와 아빠이지만 어린 호정은 그 역시 그 비난을 피할 수 없음을 알았던 것입니다. 그 감정이 비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지만 이미 마음이 생겨났다고 하는 부분에서 호정은 이미 호수에 갇혀버린 것입니다.


■ 마음속으로 몇 번쯤 되뇌어 봤다. 은기는 ........ 은기........ 그 말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은기가 떠난 뒤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본문 268쪽 중에서

얼어붙은 호수가 녹기도 전에 깨어지는 소리가 은기였을 겁니다. 호정은 자신이 비참하다고 느꼈지만 그 단어를 알기도 전에 마음으로 먼저 알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비참했다고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고, 무언의 압박을 받았습니다. 압박의 근원이 자신이었을지라도. 그래서 은기 역시 또다른 금기어가 되어 내적으로 쌓였던 듯 합니다. 이제 입밖으로 꺼내기 시작합니다. 은기의 사실이 폭로되고 학교를 떠난 은기의 소식을 묻습니다.


■ 은기라는 애는 없었던 때로,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모습 안전했던 때로.

본문 293쪽 중에서

얼어붙은 호수로 돌아간다고 고백하는 호정이 마냥 안쓰러웠습니다. 호정의 깊은 아픔을 알아채는 이도 없었고, 보듬아 줄 수 있는 누구도 없었던 것입니다. 이제 호정은 표정과 감정이 없는 가면 뒤로 숨어버립니다. 하지만 은기를 만나기 이전과 이후는 너무도 달라집니다. 더이상 가면 뒤 숨는 연기가 힘들만큼 호정의 호수는 너무 깊어진 것입니다.


■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건 자전거처럼 손잡이를 놓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내가 무거웠다.

본문 298쪽 중에서

놓아 버릴 수 없었음을 고백하는 호정. 자신 스스로가 너무 무거웠다고 고백하는 호정. 가면 뒤에 숨고 싶었고, 다시 연기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이제 쉽지 않음을 스스로 알아챕니다.

호정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자신을 숨기는 대화는 "뭐래?" 등으로 상황과 관계로부터 발을 빼는 것이었습니다. 선택할 수 없는 일에 감정이 다치지 않고, 관계로부터 기대하지 않기 위한 방패였던 것입니다.



이야기 후반부, 은기를 다시 만납니다. 둘 사이 오고 가는 대화로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그려지지 않습니다. 호정과 은기는 타의에 의해 상처받고 치유되기 힘든 상황 속에 처한 것입니다. 쉽지 않지만 호정과 은기는 먼저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 필요했을 겁니다. 자신이 아프다고, 괜찮지 않다고 말이죠. 하지만 얼어붙은 호수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봄볕에 녹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것기이게 이제 받아들이고 맡겨야 될 겁니다. 아프고 깨어지는 고통이 따를 것이지만요.




http://m.blog.naver.com/bbmaning/222780042690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