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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불시착

[도서] 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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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입니다. 능력에 따른 자신의 선택이었을텐데 업에 맞는 능력이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칠 때, 책의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생계 유지가 목적이나 업을 계속 유지하다가 혹시 생이 끊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근심을 지닌 직장인들에게 그대들이 처한 현실을 가진 누군가 또 있다라고 알려주는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입니다. 띠지 문구에는 '지구에서 일하는 게 적성에 안 맞아요' 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문구를 만드신 분께 엄지척 드립니다. 지구에서 일하는 게 능력 이상을 요구받고 있다고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대리하여 소설 쓴 게 아닌가 싶거든요.


어느 날, 사무실 부서 막내가 사라졌습니다. 퇴사라고 하더라도 젊은 사람이 절차를 무시하고 도망치듯 사라져서 다른 부서원들이 말을 한 마디씩 보탭니다. 그러다가 막내 사원을 대신한 대리인이 내일 인사팀으로 내사한다고 하자,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막내 사원에게 직장 내 괴롭힘과 같은 문제의 행동을 하지 않았나 스스로 돌아보는 겁니다. 직장 안에서나 상사이고 관련된 사람일텐데 관계의 선을 지키지 못한 말과 행동이 문득 떠오른 것이지요. 단두대에 올라 설 사람들처럼 대리인 방문을 앞두고 신경은 날카로워집니다. 사람의 인성이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약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못된 인성을 가졌다고 자인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 "내일까지 두려움에 떨 사람들이 많아 보이네요. 그러게 회사 다닐 때나 상사고 선배지, 그만두면 아무 관계도 아닐 사람들끼리 진즉 기본 매너는 지키고 살면 좀 좋아요? 지금 여기에 다니고 있으니까 껌뻑 죽는 척 해주는 거지, 나가면 알게 뭐예요? 말도 제대로 안 섞어줄 동네 아저씨고 모르는 아줌마지."

본문 26쪽 - 막내가 사라졌다 중에서


가슴 뛰는 일로 직업을 가졌을 때 최상이라고 지도 조언을 받습니다. 그런데 가슴이 뛰다 못해 부정맥으로 최소 객사할 것 같은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희생과 봉사로 점철된 직업에서 속세적이다 못해 속물 같은 모습을 지켜봐야 하고, 물들어져야 하는 것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부끄러움을 잃어 버린 공간에서 부끄러움은 제목에서처럼 불시착이거든요.



■'저는 그 말들을 무척 싫어합니다. 시설에서는 당연히 제대로 못 자랄 거라는 편견을 보여주는 거니까요. 그리고.'
본문 62쪽 -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중에서

■성공 대신에 가슴 뛰는 업무를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잖아. 그렇다면 내가 반짝반짝 빛나는 게 정상이잖아. 아침에 일하러 나오는 게 설레야 맞는 거 아니야?
본문 71쪽 -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중에서



어느 직장이든 책임감 없이 임할 수 있는 자리가 얼마나 되겠어요. 하지만 공공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분야도 있지 않겠어요. 단순한 밥벌이로 임하는 이들과 일하다 보면 실망과 분노를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반대로 무능력의 극치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무능력을 깨닫지 못한 사람일수록 조직의 관계망을 넓게 가지려 하고, 장악하려 하고 무능력을 무기삼아 자신이 원하는 자리나 위치에 서기도 합니다. 이야기 속 #오피스빌런 인물은 자의반 타의반 형태로 물러나지만 원하지 않는 사은품으로 인해 제품 원가가 상승하듯 사회 곳곳에 혈압을 상승 시키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 모니터를 보니 메신저에 미확인 메시지 아이콘이 반짝이고 있었다. 아까 내가 미팅하자고 보낸 메시지는 읽지도 않은 게 분명했다. 메신저를 쓸 줄은 아는 건가, 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어쩐지 무례한 질문일 것 같아서 묻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메일은 읽을 줄 알겠지.

본문 89쪽 - 전설의 앤드류 선배 중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회사 면접의 방식까지 운운해야 할만큼 '압박면접'은 한동안 이슈였습니다. 직장 생활 중 급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침착하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가 가상의 능력 시험과 같은 것이 압박 면접의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면접 현장에서는 모욕과 개인 인식 공격이 대신하였지요. 조직 내에서 인권 친화적 분위기를 경험해 본 적 없이 가난을 극복하는 것만이 지상 목표로 지내온 그들이 임원직에 앉았고, 변화된 사회와 사람을 바라보지 못하며 오로지 직위에 도취해서 휘두를 권력만을 쥐었으니 압박이 아닌 질식이 난무했을 겁니다.


■"상대방에게 모욕을 줘서 당황하게 만든 후 얼마나 침착하게 반응하는지를 평가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어요. 진짜 웃긴 일이죠."

■"그러게요. 모욕을 당해도 침착해야 하는 능력이 도대체 회사 어디에 필요한 걸까요?"

본문 140쪽 - 재능의 불시착 중에서


여타 조직보다 남성의 육아휴직이 많고 쉬운 곳에 몸 담고 있는데, 육아휴직 자체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누가육아휴직의권리를가졌는가 이야기입니다. 아내의 건강이 나빠져서 아내의 건강 회복 및 육아를 위해 휴직을 신청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송별회 자리에서 쉬게 되어서 축하한다고 말을 전합니다. 그러자 동석자가 "육아"를 위한건데 어떻게 쉬는 것이냐며 되묻지요. 우리의 인식 변화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전히 휴직에 초점을 맞춰서 직장을 쉬는 것이니 편한 것으로 보고, 등장인물의 어머니 역시 아내를 위해 휴직까지 신청한 아들에게 며느리가 헌신해야 한다고 조언하지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어머니 역시 자신이 누리지 못한 상황과 환경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다음 세대가 머리와 몸으로 보여주고 변화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등장인물은 아내의 복직으로 육아를 전담하는 것에 암담해 합니다. 동시에 살림은 직장 생활 중인 아내가 감당하지요. 그러다가 피곤에 지친 아내를 보고 지속적인 하혈 중에도 치료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생각의 전환을 갖게 됩니다. 우리 사회도 전환할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 처음으로 준우를 안고 화장실에서 똥을 눌 때는 아득한 심정이었다. 뭐랄까, 인간의 존엄성이 손상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몇 번 반복되니 그것도 나름대로 익숙해졌다.

본문 178쪽 - 누가 육아휴직의 권리를 가졌는가 중에서

질량보존의 법칙이 조직 안에서도 적용됩니다. 영웅이 있는 조직은 흔치 않지만 빌런 혹은 또라이만큼은 공평하게 꼭 있다고 하잖아요.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등장인물에게 빌런은 초예민, 과이기주의 학부모였습니다. 사생활까지 감시하면서 지나친 요구를 해 오는 그들에게 마지막 빅엿을 먹이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박소연 작가님이 조직 생활을 잘 하셨다고 소개된 것을 보고 이야기가 고구마 연속이면 어쩌나 했는데 사이다가 넘칩니다.



■ 장난감을 자기만 가지고 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점차 내버려 두게 되었다. 그리고 울먹이는 친구들의 시선을 돌려서 더 재미있게 놀아주려 애썼다. A는 구석에서 장난감을 실컷 갖고 놀다가 기분이 내키면 재영에게 왔다.
그러다 보니 A는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규칙을 거의 배우지 못하고 있었다. 재영은 A를 보며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거나 초등학교에 가면 적응하지 못할 텐데, 라며 근심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 소미는 이런 성향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달라진 환경에 어쩔 줄 몰라 한다고 했다.

본문 214쪽 - 호의가 계속 되면 둘리가 된다 중에서

■ 재영은 '힘들어서가 아니라, 예민해서가 아니라 개소리를 들어서 억울해서 그래요.'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본문 218쪽 - 호의가 계속 되면 둘리가 된다 중에서



소설 후반부에도 사이다와 감동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박소연 작가님의 #일잘하는사람은단순하게삽니다 책이 베스트셀러인 이유를 알겠어요. 글 잘 쓰시는 작가님의 글은 단순한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재미있고 뼈때리는 문장이나 상황을 잘 그리십니다. #하이퍼리얼리즘 장르를 달고 있는 #재능의불시착

엄지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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