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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0629 에디션

[도서] 어린 왕자 : 0629 에디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전성자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태어나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읽고 있는 책이 있다면 나는  바로 [어린 왕자]라고 말할 것이다.  여느 그림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그림이 이 책에는 그려져 있었고 나는 그 그림들을 볼 때마다 내가 서 있는 이 땅 말고 다른 땅위에 서 있고 싶어했다. 컬러풀했던 디즈니 그림책의 공간은 내가 흉내낼 수 있었고 비슷하게 색칠도 할 수 있었지만 어린 왕자속 그림들의 가느다랗고 은은한 색감을 파스텔톤으로 정감있게 표현할 길은 없었다. 섬세하고 여리여리하면서 자유로웠던 선의 터치는 뭉퉁한 내 연필심으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항상 연필심을  짧고 안전하게 깎아주셨다. 


 어린 왕자속 그림이 글을 쓴 작가가 그렸다는 사실은 아주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는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했고 불문학도였음에도 생떽쥐뻬리의 글에만 치중했고 그림작가는 따로 있는 줄 알았다. 학교 다니면서 그가 그림까지 그렸다는 걸 알고 참 대단한 사람같아 보였다. 민망함은 뒤로 하고 나는 어린 왕자에 사로잡혀갔다. 

10대 또래친구와 수시로 마음을 나눌 때 어린 왕자 그림엽서는 일종의 변함없는 우정과 따사로움과 행복의 상징이었다. 사실 그 그림들이 없었으면 글귀가 좋아도 잘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어린 왕자를 10대부터 읽었지만 책 내용이 마냥 쉽다거나 이해가 금방되거나 하지 않았다. 어려운 책이라는 걸 대학때  전공하면서 알았고 그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한 구절 한 구절 나눠서 읽어내었다. 한번 쓰윽 읽고 버려두기엔 글의 무게가 가볍지 않았고 책의 두께는 얇아도 그 글이 남기는 여운은 어린왕자가 사는 행성까지 도달할 수 있다면 그 길이만큼이나 길었다.  이제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의자를 끌어다가 앉아 지구에 사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돌이켜보면 좋겠다. 결코 기억할 수 없는 '나'라는 존재의 시작부터 시작해보자. 

"어른들은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그다지 많지 않다."

눈물나는 구절이다.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벌어질  누구에게나 주어진 생애주기의 끝을 생각하니 인간의 비극이 느껴진다. 내가 기억하지 못할 내 안의 어린아이는 없다. 나는 내 어린아이를 잘 기억한다. 그 어린아이가 슬퍼할 때, 힘들어할 때를 기억해서 지금 그 아이의 어른이 다독거려준다.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아니 되어가려고 한다. 

 독일에서 생활할 때 독일어버젼으로 어린 왕자를 읽었다. 우리말로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많은데 외국어는 말해 뭐하겠는가. 내가 외국어로 이 책을 읽은 이유는 한글책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이 책의 문장이 영어나 독일어로 쓰였을 때 문장의 난이도가 궁금해서다. 불어버젼도 기초 불어 학습자가 속도를 낼 수 있는 문장이 아니어서 중상위 정도 학습자에게 권하고 싶다. 그래도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우리에겐 우리말로 제대로 번역해 주신 학자들이 많으니 얼마나 좋은가. 김 화영선생님, 황 현산선생님, 그리고 생텍쥐뻬리 120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출판된 전 성자선생님의 번역은 내가 나이가 되어서 그런가 조금 슬프게 읽혀졌다. 어린왕자와 노란뱀의 대화, 자기 별로 돌아갈 수 있는 법에 대해서, 스러지는 사하라사막의 모래굴곡과 그 위에 떠있는 작은 별 하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그림, 나중에라도 사막에 가게 되어 그런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면 주변을 둘러보기를,  금발의 작고 기품있는 소년이 걸어온다면 기꺼이 반겨주기를, 함께 있어 주기를.....


 가평에 가면 쁘띠 프랑스라는 공간이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어디 가기도 무서운데 비행기 타고 프랑스까지 가기는 더 힘들 것 같으니 가능하면 시간을 내어 어린 왕자와 생떽쥐뻬리를 보러 가면 좋을 것 같다. 가을 즈음이 좋겠다. 가서 생떽쥐뻬리의  하늘과 우주와 존재에 대한 끊없는 도전을 보면서 하루정도 어린왕자를 쓴 작가의 초기작품과 그 모든 것의 결정체가 바로 어린 왕자라는 작품이었다는 걸 이해했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나는 이제 리용에 가볼 것이다. 유럽 살 때 좀 다닐 걸 후회되는 대목이다. 리용은 파리에서 멀지도 않은데 파리만 좋아하고 거길 못간 것이 안타깝다. 생떽쥐뻬리의 생가가 있는 리용! 2000년도였던가!  마르세이유 바닷가에서 발견된 생떽쥐뻬리의 실종된 비행기까지...이제 어린왕자를 만났을 그를 그리워할 시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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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하우애

    저도 두 번 이상은 읽은 것 같네요. 영어버전도 가지고 있는데 끝까지 잘 읽히진 않더군요. 볼 때마다 새롭게 읽히는데가 있어서 나중에 또 보게 될 것 같습니다.

    2020.08.21 12:1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두고두고 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영어버젼은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더군요. 그래도 기억하려면 여러번 읽어야 했답니다.

      2020.08.27 18:17
  • 스타블로거 goodchung

    어떻게 보면 우리 안에는 영원히 어린아이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어요^^

    2020.08.21 13:3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그죠. 영원한 어린아이가 자리잡고 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제게는 힘든 어린아이의 감정도 섞여 있어서 떠나 보내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

      2020.08.27 18:18
  • 스타블로거 Joy

    그러고보니 '어린왕자'는 몇번을 읽어도 읽을적마다 새로운 구절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꽃이 보였다가 여우가 그러다가 지구에 오기전 어린왕자가 만난 사람들의 저마다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하고 말이예요.
    하루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2020.08.22 20:4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아주 예쁘게 편집한 책이예요. 번역도 좋았구요. 슬픈 문장으로 읽혔다는 건 제가 꽤 몰입했다는 말도 되겠습니다.

      2020.08.27 18:19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