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사랑후에 남겨진것들

[DVD] 사랑후에 남겨진것들

도리스 되리,엘마 베퍼,한넬로르 엘스너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영화속 발트해의 하늘과 바다는 색깔이 모두 같다.

그녀의 하늘빛 가디건의 색깔도 자연색을 닮아 처연하듯 눈이 시리게 아름다웠다.

 

근래 보기 드문 독일영화 한 편을 보고 밤새 울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원제는 <Kirschblueten-Hanami : 벚꽃>이다.

 

감독 : 도리스 되리

주연 : 엘마 베퍼,  하넬로레 엘스너

제작연도 : 2008년

 

캐스팅 여배우( 하넬로레 엘스너)는 진작에 눈 여겨 본 독일 여배우이다.

자연스러운 눈매와 미소, 주름 하나에 관록이 배어 있고 대사나 목소리가 독일어의 딱딱함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바이에른주의 조그만 농가 알고이지방에 살고 있는 루디와 트루디는 평범한 부부이다.

지방 공무원이며 퇴직을 앞두고 있는 남편 루디는 고지식하고 무뚝뚝한 바이에리쉬이다.

부인 트루디는 자상하고 다정한 가정주부, 어느 날 트루디는 남편의 치유불가능한 암 말기 선고 소식을 듣고 베를린에 사는 아들과 딸을 방문하기로 한다.

남편 루디는 번잡한 여행은 질색인 성격인 반면 부인 트루디는 일일이 남편의 옷가지를 다림질하고 그 동안 먹을 약도 챙기고 도시락까지 준비해서 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향한다.

 

"사과 하나면 평생 의사가 필요없지!"

언제나 챙겨주는 사과 한 알을 루디는 그런 말로 일축하면서 먹질 않는다.

뭔 심보인지....

"나중에 먹을게" 그러면서 기차안에서 빵만 챙겨먹는다. 트루디는 그런 남편에게 눈자위가 흐려지는 모습을 숨길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뺨아래로 하염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

 

그 노부부가 도착한  베를린은 복잡하고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 그대로이다.

도시인들의 생활은 주어진 시간이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님을, 동서양이 그닥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급작스런 부모님의 방문에 아들내외, 손주녀석들 모두 뻘쭘한 태도이고 레즈비언인 딸 또한 반기는 모습이 아니다.

톱니바퀴 돌아가듯 잘 짜여진 자식들의 일상에 난데 없는 불청객 신세가 된 듯한 기분.

그래서 트루디는 루디가 보고 싶어하는 곳 Ostsee 발트해로 향한다.

아름다운 바다, 하늘, 구름, 파도소리, 전형적인 독일의 해변가의 모습이 보인다.

트루디는 젊은 시절 일본 전위예술인 부토 무용수가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지금껏 일상에 박혀 살아 온 것이다. 도쿄에 살고 있는 막내 아들 칼과 후지산, 그리고 부토춤을 언제나 기대하면서... 그러나 그녀는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혼자 남은 삶이란!

부인의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루디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언제나처럼 퇴근 후 문을 열어주고 코트와 모자를 받아주고 회색 가디건을 입혀주면서 자신의 등을 어루만져 주던 트루디의 손길이 더 이상 없음을 그는 알아차린다.

행여 뒤에 그녀가 있을 것 같은 몸짓을 해 보이지만 아무데도 그녀는 없다.

루디는 조용히 의자에 앉는다.

이 장면은 나의 처지를 생각나게 했다.

두달 전 친정어머니의 병세 악화로 울 아부지가 겪어야만 했던 우울과 극도의 고독을 보는 듯 감정이입에 솓구치는 눈물을 거두어 들일 수 없었다.

지금은 건강이 좋아지셔서 다행이지만 그 당시 참 힘들었던 것 같다.

그 누구보다도 힘들었을 아버지가 생각나서 마냥 울었다.

 

루디는 트루디의 옷을 가지고 도쿄로 향한다.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하여...

막내 아들 칼은 아버지의 방문이 심란하기만 하다.

일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는 생활은 칼도 마찬가지였고 루디는 그런 아들과 티격태격 말다툼도 하게 된다.

낯설은 도시에서의 방황과 참기 힘든 고독을 공원의 떠돌이 "유'를 알고 나서 안정을 찾게 된다.

 

 

떠돌이"유"가 추는 부토춤을 통해서 루디는 조금씩 트루디의 몸짓과 그녀가 소망했던 것들을 이해하게 된다.

"부토춤은 그림자춤이예요. 그림자를 통해서 영혼과 만나는 거예요."

 

푸른 하늘과 햇살과 벚꽃무더기가 온통 화면을 채우고 있다.

벚꽃, 덧없음의 상징

어느 날 갑자기 소리없이 날아가 버리는 꽃잎처럼 삶도 그렇게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루디는 "유"와 함께 후지산을 보러간다.

"후지산은 부끄러움이 많아요.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요."

 

여러 날을 후지산 근처 여관에 머물면서 그 모습을 기대하지만 볼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심한 열병을 앓고 난 어느 날 새벽 루디는 일본식 여관 창문을 열어본다.

산 정상이 하얀 눈으로 덮인, 아내의 엽서에서만 봐 왔던 후지산이 얼굴을 내민다.

루디는 아내의 잠옷과 기모노가운을 걸치고 얼굴에는 가부키 분장을 하고 후지가 보이는 호수로 다가간다.

그리곤 아내와 만난다.

부토춤을 추는 루디, 트루디와 맞잡은 손

그리고 루디는 쓰러진다.

 

덤덤하고 지리한 일상, 불꽃같은 것은 튀기지도 않는 사랑, 기쁨과 짜증이 동시에 공존하는 일상의 모순, 인생의 허망함을 보면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 주어야 할 지 자꾸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사랑하자!  정말 쉽고 편안하게 그대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봐주자."

 

가슴이 아리고 시려오는 영화이다.

아름다운 9월에, 이 가을에 꼭 보면 좋을 영화이기도 하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29

댓글쓰기
  • 기억의집

    사랑도 결혼도 딱 저정도로 살면서 끝나면 더 이상 뭘 바라겠어요^^ 이 영화 행복한 왕자님 추천작이던데...... 집에선 미드나 좀 보지 긴 영화는 잘 안 보게 되더라구요^^ 이거 얼마예요? 비싸다, 2만원, 정녕 만원의 행복은 없단 말인가!

    2009.09.04 09:2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DVD가격 말씀하신건가요? 저는 그냥 돈냈고 다운받아 봤습니다.

      2009.09.05 02:49
  • 스타블로거 초보

    하늘과 바다가 같네요...구름이 없었다면 어디가 하늘이고..어디가 바다인지..몰랐을텐데..
    청명한 가을...즐독하세요...^^*

    2009.09.04 09:3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그러게요. 아름다운 풍광도 있는 영화였네요.

      2009.09.05 02:49
  • 도담별

    초보님 댓글 보고나니까 정말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없는것 같아 보이네요. 탁트인 풍경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네요. 저런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을 보면 결혼하고 싶어져요. ^^

    2009.09.04 10:0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은 아니예요. 그냥 평범한 그런 부부인데 가슴에 담은 걸 뱉어내지 못하고 슬픈 여행을 하고 있는 겁니다.

      2009.09.05 02:50
    • 도담별

      아... 그렇군요, 아쉬운 부부의 모습이였네요. 마냥 탁트인 풍경에 슬픈 여행도 아름답게만 보였나봐요.

      2009.09.05 22:43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