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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가 하나의 나라라면 그 나라의 중심 수도는 이스탄불이 될 것이다. 구스타브 플로베르가 이스탄불을 방문하고 (그 당시에는 콘스탄티노플) 했던 말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 제국의 몰락과 함께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영원할 것 같은 제국의 영광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도시안에 박제된 박물관들, 사원들, 미로같은 궁전의 온기없는 방과 방사이를 가르는 정원과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는 보석들을 보기 위해 찾아든 관광객들의 발길에 이정표를 제시해줄 뿐이다. 


이 겨울에 찾아간 이스탄불은 복잡하고 정신없었다. 도시로 흘러든 사람들의 물결, 정확히 말해서 남자들의 물결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 혼란하고 당황스러운 분위기에 에너지의 절반이 빨려들어간 건지 처음엔 심한 현기증에 시달렸다. 터키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방문지는 터키 남동쪽 지중해를 끼고 도는 따뜻하고 순박한 휴양지 알라냐와 안탈랴였다. 그 때 당시 놀라웠던 건 거리에, 상가에 여자가 안보인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모스크안에서도 여자들이 기도하는 건 찾아볼 수 없었다. 보이는 건 남자들, 개, 그리고 고양이뿐이었다. 알고 보니 바깥의 일은 거의 남자 몫이라고 한다. 그럼 여자들은 어디에 모여 있을까. 아마도 집안에서만 일을 하는가보다. 호텔 종업원들의 비율을 봐도 여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전통적인 정서가 현재에도 진행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코스모폴리탄으로 불릴 만한 도시 이스탄불은 그보다 덜한가. 앞에서 말했듯 그보다 훨씬 더 남자들은 많았다.


어쨋든 출발 전에 예상은 했지만 막상 마주친 환경은 어지러움 자체였다. 함부르크 공항에서 이스탄불/아타튀르크로  출발하기 위해 공항 검색을 두 번이나 거쳐야 했고, 출발 전날 독일을 비롯해서 서유럽에 불어닥친 급작스런 돌풍으로 이륙시간이 1시간 30분여 지연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비행기는 이륙해서 3시간의 비행끝에 이스탄불 공항에 착륙했다. 사람들이 이내 박수를 친다. 오! 이런 광경도 오랜만이다. 내 여행은 이미 한참전에 시작되었다. 내가 만들어 숙성시킨 게 더 많았던 스트레스여! 이젠 안녕... 이번 여행에서 난 널 걷어낼거야.


이번 여행의 진행은 시장통처럼 복잡하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그런 도시에서 맘껏 걷기, 건강한 터키 음식과 음료 다양하게 맛보기, 황홀한 터키 디저트를 온전히 만끽하기, 그리고 시간이 나면 공연보기 그리고 또 시간이 나면 파묵칼레 다녀오기였다. 파묵칼레 다녀오기만 제외하고 다 해봤다. 어려운 일도 아닌 그저 즐기는 차원이었으니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삼 일동안 이스탄불의 대부분을 걸어서 다녔다. 그러다 보니 파묵칼레까지 10시간정도 타야하는 야간버스행( 70 터키리라 / 편도)은 무리가 될 것 같아서 다음으로 미뤘다. 이제는 돈을 생각할 나이가 아니라 몸을 생각할 나이가 된 듯하다. 파묵칼레와 카파토키아는 나중에 다른 계획으로 다녀오면 될 것이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호텔까지 미리 트랜스퍼를 예약했다. [꽃보다 누나]를 촬영할 것도 아닌데 밤시간에 춥고 낯선 공항에서 무엇하러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인가. 짐을 찾아 도착 입구에 들어서자 옆지기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든 터키인이 보인다. 앗싸! 서로 인사하고 악수하고 짐을 끌고 나오면서 웬지 익숙한 공항의 이곳저곳에 눈을 돌린다. 역시.... 방송의 힘은 놀랍다. 그런데 호텔 트랜스퍼때문에 환전하는 것을 놓쳤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나가서 밥먹으려면 터키 리라가 필요한데 말이다. 호텔에서 50유로 환전을 하고 바로 밤거리로 나와보니 거리 환전소가 많았고 가격도 훨씬 좋았다. '이런....나쁜 호텔 같으니...' 그러면서도 '몰랐으니까... ' 다음부터 돈은 은행 ATM을 이용했다. 


Never sleep, Istanbul




이스탄불 도착일 2013. 12.06. (금)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악사라이 지하철역 주변은 뜨거웠다. 먹자골목처럼 다양한 식당들이 즐비했고 하나같이 호객행위에 여념이 없었다. 근처 장터도 부산했으니 이 때 시간이 거의 밤 10시가 넘어간다. 쭈욱 걷다가 조금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서 메뉴를 골랐다. 1인분만 테이크 아웃하겠다고 했더니 '아다나 케밥'을 추천해준다. 약간 매운 맛이 일품이라고하면서 곁들임 샐러드가 여섯종인데 모두 포함해서 17리라란다.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차이(터키 홍차)를 내민다. 무료서비스이니 그냥 마시란다. 아! 좋다.

호텔 숙소에서 샐러드 6종 셋트에 아다나 케밥을 썰어서 인도 난처럼 생긴 밀전병에 싸 먹었다. 터키이름으로 뭐라고 했는데 기억이 안난다. 상큼한 민트잎, 구운 고추, 구운 토마토, 구운 양파, 올리브에 절인 야채, 정말 맛나다. 와인과 함께 한잎 싸서 먹고 또 한잎 싸서 먹었다. 기내식을 먹어서 안들어갈 줄 알았는데 잘도 들어간다. 아다나 케밥은 아다나 지방에서 먹는다는 케밥인데 납작한 긴 칼 모양의 꼬치에 양념된 송아지고기나 양고기를 붙여서 구운 것으로 모양이 긴 직사각형이다. 그걸 썰어서 구운 고추와 민트잎과 함께 먹으면 숯불구이향이 나면서 입안이 시원해진다. 


Walk, Move,  Look 


2013. 12. 07.(토)

아침에 비가 왔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듣기 좋았다. 오늘은 호텔에서 주는 아침 식사를 먹고 술탄 아흐멧지구까지 걸어갈 것이다. 비가 와서 운치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막상 거리로 나서니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려는 부산함과 혼잡함에 정신이 없었다. 아침이라서 일부러 변두리 골목과 좁은 길을 찾아 걸었다. 아주 작고 허름한 가게들, 전봇대에 걸린 전깃줄, 강아지들, 좁은 인도에 부서진 보도블록, 아무렇게나 주차된 자동차들, 좁아서 항상 체증을 일으킬 만한 도로, 정차된 차 뒷바퀴에서 작은 볼 일을 보는 누런 개등등 오! 어쩜 사는 게 비슷한 지 모르겠다. 얼마되지 않은 옛날 우리네 풍경과도 닮은 것 같았다. 짐 나르는 남자들, 물건 정리하는 남자들, 소리치는 남자들, 그러나 화내는 소리는 절대 아닌 평소의 어투로도 들리는 그런 저런 소리들이 아침을 깨운다. 



술탄 아흐멧 지구에는 볼거리가 많다. 일단 블루 모스크에 입성코자 들어가는데 누군가 5분밨에 안남았다고 알려준다. 뭔 소리일까. 알고 보니 하루 기도 시간이 다섯번인데 그 시간에는 출입이 금지된다는 말이고 들어갈 시간이 5분 남짓 남았다는 소리였다. 12시 넘어서 다시 오기로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토요일 아름다운 결혼식이 있었나보다. 신랑 신부와 하객들의 전통 의상이 아름다워서 한컷 찍었다. 



하기야 소피아 사원으로 향하다 뒤돌아본 블루 모스크 풍경이다. 비내리는 날 느낌은 좀 우울해보인다. 



72시간 박물관패스(85리라)를 구매해서 들어갔다. 줄서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어서 좋고 하기야 소피아 사원을 포함해서 9개의 박물관을 둘러 볼 수 있다. 어쨋든 걸을 수 있는 한 둘러 보기로 결정했다. 
하기애 소피아 사원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성모와 아기 예수의 모자이크 상이다. 비잔티움 예술의 섬세한 아름다움 이런 걸 논하기엔 아는 게 짧아서 못하겠고 그저 놀라울 뿐이다. 


예수와 세례자 요한과 성모 마리아 모자이크 벽화. 

독일 베를린에 있는 보데 미술관은 비잔티움의 걸작들과 다양한 소품들을 모아놓은 곳인데 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위엄과 위용이 느껴진다.  이 외에도 두 편의 금박 모자이크가 화려하게 벽면을 수놓고 있다. 



술탄 아흐멧 자미(불루 모스크)안에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스카프로 히잡을 만들어 머리에 써야만 들어갈 수 있다. 천정의 이슬람 문양이 현란하다. 다음 날 일요일에 '이슬람 역사와 과학 기술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알게 된 블루 모스크는 건축가 Sinan에 의해 1550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1557년에 완성한 모스크라고 한다. 

이슬람 과학 박물관을 보면서 [잃어버린 역사 이슬람]이란 책이 생각났다. 전쟁무기, 건축, 생물학, 의학, 물리학, 수학, 실험기구, 천문학 관측기구등 모든 것은 이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블루 모스크의 샹들리에와 카펫



톱카프 궁전 안에 위치한 여인들의 아파트 하렘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이다.

여인들은 온데 간데 없고... 술탄이 지나가는 길 양옆에 서서 그가 던져주는 금화를 받는 것으로 눈도장이라도 찍어야 했던 관능적인 여인들의 자태가 그려지는 건 웬일일까.  내 편견의 일부일 뿐이다. 왕녀들의 공간이자 어린 왕자들의 훈육공간으로도 활용되었던 곳이란다. 물론 오달리스크들의 공간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녀들은 여기서 술탄을 위한 밸리 댄스를 익혀야만 했을 것이다. 



'고고학 박물관'에 있는 알렉산더 대왕의 석관이다. 양각으로 조각된 석관의 벽면이 총천연색이었단다. 참으로 큰 석관들을 어찌 다 옮겨 놓았을까. 



아침을 먹고 중간에 빵과 커피와 차이를 마셨고 박물관 서너곳을 둘러보다가 갈라타다리까지 걸었다. 그곳에서 우리가 맛보고 싶은 것은 항아리 케밥이었다. 식당가가 즐비했고 호객행위는 여전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여행  마지막 날 함박눈이 내리던 날 들렀던 레스토랑이 있는데 알고 보니 [꽃보다 누나]가 촬영한 그 레스토랑이었다. 한국인이냐고 이것저것 물으면서 우리를 서빙하던 웨이터가 그 방송에 나오더라. 그 레스토랑의 가격이 좋다. 나중에 포스팅을 하기로 하고... 항아리 케밥은 Testi Kebab이라고 부른다. 일단 비주얼덕분에 오감을 자극하는 분위기가 있다. 



걷다가 보다가 쉬다가 또 걷다가.. 그러다보니 편안하게 앉아서 저녁을 즐기고 싶었다. 에페스 맥주와 테스티 케밥으로 저녁 식사를 즐겼다. 



다시 걸어서 술탄 아흐멧 지구까지 왔다. AD 390 테오도시우스의 오벨리스크이다. 이집트 상형문자만 봐도 이집트 가고 싶어진다. 

그날의 일정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이젠 그만 숙소에 들어가서 쉬자. 가면서 바클라바(터키 디저트)를 몇개 샀다. 디저트가게에 들어가면 어찌나 황홀해지던지... 춥고 지쳐 있을 땐 단 것이 최고다. 


<다음 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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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외지서 듣는 빗소리도 좋지요.
    휴식이 있는 여행지이니까.
    모스크는 역시 눈덮인 모습이 제격이군요. 음울해 보여요.
    모처럼 글에서 활력이 느껴지는 것처럼 다가와요. 즐거우셨음이라...

    2013.12.16 16:1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빗소리 좋더이다.
      여행이 주는 활력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봐요. 제가 좀 지쳐있었거든요.

      2013.12.17 14:58
  • 은이

    와우! 알찬 여행이셨던 것 같습니다. 저도 언젠가 이스탄불 골목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

    2013.12.16 17:2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알찼다기 보다 내가 머물고 가는 곳이 가장 좋은 곳이다라는 마음으로 즐겨습니다.

      2013.12.17 14:58
  • 새벽2시커피

    전문 여행기같아요^_^ 알차고 재밌고 오감을 자극합니다+_+

    2013.12.16 18:1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이 기회에 나설볼까요? ㅎㅎ

      2013.12.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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