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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편리한 점이 참 많다. 낯선 곳에 대한 동경을 마음에 품고도 두려움을 조금은 거둬낼 수 있으니 말이다. 누구는 우연히 읽었던 한 권의 책에 마음을 빼앗겨 그 곳에 찾아갈 결심을 한다. 오르한 파묵...낯설었던 이름의 작가였기에 더욱 궁금했던 건 아닐까. 이스탄불은 파묵의 회상적인 에세이 [이스탄불]을 읽고 무척이나 가고 싶었던 도시였다.  영화를 누리며 찬란했던 제국의 현재 모습이 부유하게 태어나고 자랐던 개인의 가족사가 순식간에 무너져내리는 과정과 오버랩되는 에세이였다. 그 안에 깃든 비애의 감정이 비를 맞아 촉촉히 젖은 도시의 속살로 드러난다. 


One Fine Day



2013. 12. 08 (일)

대중 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하루 종일 걸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저 걷기만 했다면 그렇게 온 몸이 부서지듯 울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행이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일이니 미리 만들어 놓은 체력일지라도 몸은 꽤 힘들어진다. 어제 힘들었던 나의 몸은 늦은 아침에도 여전히 힘들어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뜨거운 샤워를 하고 반나절 걷는다면 뭉친 근육과 노곤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일요일 아침 맑고도 청명한 하늘을 보며 걸었다. 

걷다가 만나 서점이다. 오른한 파묵의 [이스탄불]이 보였다. 파묵이 그의 책에서 언급했던 낫세르의 책도 보인다. 



책을 품고 있는 서점을 두고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내 안에 독서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리라. 여행을 끝내면 독서에 신경을 써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일요일인데도 대부분 상가들은 문을 열었지만 이 서점은 문이 닫혀있었다. 



술탄 아흐멧 지구까지 걸어서 예례바탄 지하 궁전으로 들어갔다. 박물관 패스에는 포함되지 않은 곳으로 입장료가 10리라다. 과거 물저장고였다고 하는데 쭉쭉 뻗은 돌기둥들과 물 속의 통통한 물고기들이 인상적이었다. 메두사의 머리가 곤두박질 처진 곳으로 방향을 틀어 한컷 찍었다. 이것이 바로 인증샷! 

과거 지하궁전 전체가 물로 들어찼다는  것만은 대단하다.

폴란드 크라코프에 가면 비엘리치카라는 소금 광산이 있다. 지하로 지하로 깊이 들어가는 과정속에 아름답게 만든 지하 소금 궁전과 성당, 광산 노동자들의 지하 거주지등이 끝도 없이 땅밑으로 파고 들어가며 건설된 것을 본다면 이 정도의 물저장고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도 대단하다고들 해서 봤기에...

예례바탄은 20여분 보고 묵묵히 걸어서 나오면 된다. 



맑은 날은 사진을 찍어도 화사하다. 하기야 소피아 사원의 모습이다. 소피아 사원과 블루 모스크 사이 넓다란 광장의 벤치에 지도를 펴고 오늘의 일정을 점검하는데 어디선가 한국어가 들려온다. 지도만 보다가 "어! 한국어가 들리네"했더니 바로 내 옆에 한국 아줌마가 앉아 있고 내 앞에 한국 아저씨 두 분이 서 계시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더란다. 이스탄불과 앙카라를 7박 9일 일정으로 여행 중이고 이제 그 일정이 다 끝났다고 하시며 무척 피곤해 하신다. 주구장창 버스만 타고 다녔다고, 터키 음식에 대해서 물었더니 아주 질색을 하신다. 뜨근한 국물에 속을 풀어야 힘이 나는 민족이니 왜 안힘들겠는가. 그럼에도 시간과 정신과 물질의 여유가 있었기에 이렇게 여행도 나오는 것일 게다. 나는 여행이 여유라고 생각한다. 그 여유는 의지가 필요한 마음의 여력과 경제적 비용에 있다고 본다. 작년 겨울에 이스탄불을 계획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한 이유는 여행노자를 별도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번에는 마음 먹고 준비했으니 올해 참 잘한 일이지 뭔가. 옆지기는 여행 다녀오자마자 내년 봄 휴가를 결정하며 최소 일주일 정도 북아프리카 여행비용을 마련하라고 당부한다. 헐... 나는 여행을 위해서라면 금고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갈라타다리까지 다시 걸어서 왔다. 마침 날이 좋으니 보스포루스해협을 횡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유럽지구와 아시아지구 사이에 놓인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1시간 40분 배를 탔다. 여태껏 나는 이 유럽지구, 아시아지구의 의미를 몰랐다. 이스탄불이 보스포루스 해협에 맞닿아있고 그 왼쪽이 유럽땅, 오른쪽이 아시아땅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그 의미를 헤아리지도 못하고 책을 봤다니...에구,,, 나도 참...아무튼 이 기회에 완벽하게 이해했다. 이제 터키 문학을 봐도 조금은 알고 볼 수 있겠다. 책읽기에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갈라타다리를 건너 갈 수 있는 유럽 신시가지가 보인다. 다음 날 탁심광장까지 트랩을 타고 가다 내려서 30여분 걸었다. 위로만 위로만 등산하듯이 걸어 올랐다. 오르막길은 허리통증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돌마바흐체 궁전의 외관이다. 유럽 구시가지에 있는 톱카프궁전의 아름다운 보석들이 생각난다. 참으로 탐나더라. 어쩜 그렇게 이쁠까 .특히 물방울 다이아몬드의 그 광채를 잊을 수가 없다. 돌마바흐체는 탁심으로 올라가다가 만났는데 그냥 통과했다. 아! 궁전은 내 체질이 아닌 듯... 걷다가 멈추기도 힘들다. 



오르타쾨이 모스크, 가장 오래된 모스크라고 하는데 모처럼 가던 날, 공사중이었다. 코펜하겐의 인어공주를 보러 갔던 날이 생각난다. 음...그럴 수가 있을까. 그날 상하이 엑스포에 전시하러 나갔다는...



배안에서 차이를 마셨으니 나와서 터키 커피를 마셔봤다. 커피가루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번에 마시면 된다. 그리고 3분의 2정도는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흙냄새나는 응축된 커피가루까지 마시게 될 수 있다. 악마의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 어지간해서는 마시기 힘들다. 옆에 물 한잔은 맛이 강해서 함께 나온 생수다. 



어디를 가면 이런 커피집이 맛있고 분위기 있으며 또 여기 식당을 가면 음식이 괜찮다는 말들을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막상 여행지에서 내 발걸음으로 찾아가는 커피집과 식당들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니고선 음식의 풍미를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교의 대상이 넓지 못하기에 이곳이 제일 좋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찾아간 곳의 대부분의 음식들은 다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 곳만 빼고... 4리라의 공갈빵과 5리라짜리 새콤한 샐러드, 그리고 메인 디쉬로 나온 요구르트를 곁들인 양고기..이게 별로였다. 추워서 들어갔는데 뜨거운 공갈빵은 신기했으나 메인 디쉬의 요구르트가 미지근한 탓으로 대충 먹고 말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뭘 사가지고 들어가야 할까. 또 디저트다.



와인과 신선한 디저트를 잘라서 먹었다. 열심히 걸었으니 이젠 좀 푹 자야 할 것 같다. 침대에 깔린 따뜻한 담요가 숙면을 취하게 한다. 


<또 다음 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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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저도 이스탄불 하면 오르한 파묵이 떠올라요~ 커피를 조금만 마셔야하는군요. 물이 좋은 곳에 산다는 것이 참 좋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스탄불의 정경이 마치 유럽같네요...부럽습니다...^^

    2013.12.17 20:41 댓글쓰기
  • 별고래

    여행 사진과 글을 읽으니 직접 이스탄불의 낮과 밤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_^ 또 다음편이 기대됍니다!!

    2013.12.17 20:4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좋네요.부럽기도 하구요.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잊고 산건 아닌지 생각됩니다.
    1년에 한번은 해외가 아니더라도 꼭... 나에게 주는 선물. 여행은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글을 보니까요.

    2013.12.18 08:41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