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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터키의 마음은 유럽이고 싶은데 몸이 따라 주지 않은다는 걸 깨닫는데 별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구시가의 고혹적인 자태와 신시가의 늘씬하게 뻗은 현대식 건물들의 외관만으로 그들을 판단하지 말도록 하자.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터키는 역동적이었다. 밤낮이 없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였다. 도로의 차들은 무단횡단을 일상화하는 눈치족들의 눈치를 보느라 여념이 없고 큰도시의 위용답게 한꺼번에 몰려들고 몰려나가는 상황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여자들의 모습이 드물었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속에 그들은 언제나 끼어있었고 아이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피리를 불며 구걸을 한다. 같은 장소를 서너번 오고 가다보니 그 자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눈에 들어왔다. 우리의 70년대때 보았던 짐꾼 리어카의 모습이나 넝마꾼들이 등에 진 커다란 넝마포대도 보였다. 그런 사람이 아주 많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유있게 차이를 즐긴다. 쟁반으로 배달하는 차이 배달꾼의 모습도 풍경의 한부분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하루 기도의 시간, 모스크에 들어가기 전 발을 씻는 모습과 차분히 그 시간을 지키는 사람들, 일상이 바글바글 소리내며 요동을 쳐도 할 것은 다하고 마는 사람들같았다.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의 부지런한 모습도 이와 비슷헤 보인다. 술을 멀리하니 즐길 거리는 차와 담배, 뜨거운 부딪힘(이를 오지랖이라 부르리라)이 자리한다. 이도 생각해보니 그 옛날 대상들의 이동경로와 상업의 요지로써 오고가는 일에 피로했을 사람들에게 한잔씩 건네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아닐까. 목슴걸고 다니는 험난한 이동길에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도울 것이 있으면 얼른 도와야 하는 그런 뜨거움 말이다. 



그랜드 바자르 내부의 모습은 상당이 깨끗했다. 장사를 하고 싶어하는 것보다 흥정을 놀이삼아 즐기는 것 같았다. 아들녀석 티셔츠를 고르는데 한 장에 20리라라고 하길래 나는 한마디로 10리라로 깍았다. 그랬더니 그 주인장이 아줌마는 무척 강해서 자기가 이길 도리가 없으니 옆에 아저씨하고 애기하겠단다. 흥..어림없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나이 많은 할아버지 가게에서 똑같은 걸 보고 얼마냐고 물었더니 시크하게 한 장에 25리라란다. 다시 첫번째 그 집으로 살짝 걸어가서 두 장을 사겠다고 했더니 35리라를 부른다. 헐... 장난하네..

나는 두 장에 25리라를 반복하며 외쳤다. 서티 파이브가 아니고 투에니 파이브! 투에니 파이브! 안된다고 하길래 그럼 당신 장난하냐고 하면서 바이 했더니...잡는다. 사실 물건으로 보면 독일 티셔츠보다 훨씬 났다. 금액도 저렴하다. 그러니 그렇게 흥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곳의 분위기는 그랬다. 셔츠를 보니 참 예뻤다. 미적감각도 우리처럼 뛰어나다. 오랜 역사에서 갈고 닦았던 미학의 경지는 일상용품에도 깃들어 있다. 



아시아의 방문화처럼 카펫을 깔고 쿠션과 담요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찻집의 작은 의자와 둥그런 탁자는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여행중인 우리에겐 앤틱의 에스프리와 사람사이의 접근성을 쉽게 하는 부딪힘의 일상을 경험해 보는 순간이었다. 그랜드 바자르 안의 조그마한 찻집에서 차이를 마셨다. 



바람불고 햇살도 보이던 날에 탁심광장의 주변을 돌아다니는 튀넬도 보았다. 이 날은 12월 9일로 유럽 신시가지의 명동거리로 불리는 이스티클랄거리에서 갈라타 타워까지 길을 오르고 내리면서 커피와 핫초코와 군밤을 까먹으며 다녔다. 역시 구시가보다 신시가가 물가가 비싸다, 구시가는 군밤 100그램에 5리라였는데 여기는 10리라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지중해 시골마을에 겨울오두막을 구해서 일년의 육개월은 그 곳에서 보내고 봄여름에는 독일집에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터키리라가 유로에 비해 2,7배 저렴하니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돌아다니는 동안 그런 이야기도 했다. 음식, 사람들, 날씨, 물가.. 사람 사는데 더없이 좋은 장점들이다. 



터키시내 한복판에 가톨릭 성당이 있었다. 이를 놓칠세라, 발걸음이 저절로 향한다. 터키에서 성당과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니 반가웠다. 



12월 10일 화요일부터는 눈발이 날렸다. 한 도시에서 맘껏 시간을 보냈다. 더 이상 돌아다닐 수가 없을 때는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챙겨서 카페에서 서너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여행 끝자락에 인상적인 일을 만들고 싶어서 공연 예약을 했다. 12월 11일 밤 9시 벨리댄스를 비롯한 터키의 다양한 전통무용을 보는 무대였다. 이름하야 Rhythum of the dance로 공연시간은 1시간 45분이다. 일인당 비용은 70리라로 인터넷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파묵칼레를 못가는 대신 이 공연이나마 보며 추억거리를 만들자고 의견일치를 보았다.

터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생생하고도 거침이 없었다. 거칠면서도 여리여리한 그 분위기를 어쩌란 말인가.


 

무대 분위기는 이랬다. 어쩜 이렇게 이쁠까. 현란한 춤사위...관능미, 인터미션동안 로비에서 음료수를 제공하는 등 성의있는 소극장의 공연 연출이 참 좋았다.



공연이 끝난 밤 11시 풍경, 눈이 엄청 내린다. 함박눈이 내린다. 트랩을 타고 숙소까지, 이젠 짐을 꾸리고 내일 새벽에 집으로 간다. 비행기가 뜰 수 있을런지...



마지막 한 컷 [꽃보다 누나] 자옥이 케밥을 회덮밥이라 하고 여정이 샐러드가 체쳐서 나온다고 말하며 믹스 케밥을  보여주던 그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이렇다. 우리에게는 함박눈을 보며 에페스 맥주 마시던 곳이다. 여행 마지막 날 술탄 아흐멧 지구 예레바탄 지하 궁전 바로 옆 초록색 레스토랑에서 우리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지 줄기차게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말을 건네던 웨이터의 모습도 생각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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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후안

    가보고 싶은 곳중의 하나입니다. 하루님의 여행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합니다. 티비의 프로에 꽃보다 누나에 터키가 나오는데 정말 좋더라구여. 조만간 저도 사진에서 보이던곳들에 제 발도장을 찍을 날이 올것으로 생각합니다.

    2013.12.18 16:59 댓글쓰기
  • 마리에띠

    안토니오 성당이로군요. 우리는 저 곳에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이스탄불에 가톨릭 성당이 세군데인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 밤의 공연을 즐겁게 보셨나봐요? 저는 너무 졸려서, 사진찍으라며 자리를 맨 앞자리로 양보해주었지만 중반 이후에 뒤로 빠져나와 엎어져 잤답니다. ㅜㅜ

    그랜드바자르에서의 흥정은 정말 그들의 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차를 대접받아가며 흥정을 했고 재밌게 잘했다고 칭찬(?)도 받았어요. ㅎㅎ

    2013.12.19 19:54 댓글쓰기
  • 쟈파

    눈 내리는 이스탄불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뜨겁고 건조한 곳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오래된 문명이 있는 곳이 좋아요. 그런 곳에 가면 시간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서요. 하루님 여행기를 읽으니 부러운 마음뿐이예요.

    2013.12.20 13:50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