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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한글판) 007

[eBook]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한글판) 007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허승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시나브로 여름이다. 엇그제 그리도 쌀쌀하던 오후의 냉기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강렬한 따사로움이 대지를 감싸안고 놓아주질 않는다. 성큼 다가온 한여름의 고요한 저녁을 만끽하며 홀로 앉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다. 요즘 아침나절과 이른 오후의 시간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틈이 없어서 아껴쓰듯 저녁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홀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건 축복같다. 이처럼 내면을 쓰다듬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누구에게나 젊었던 시절이 있다. 지금 젊거나 예전에 젊었었거나 누구에게나 인생의 봄날은 있다. 내 인생의 봄기운을 알아채지 못하고 마냥 흘려보냈던 시절을 돌이켜보니 아쉽기도 하다. 그 때 나는 무엇에 집중하고 있었던가. 대학에 들어가려고 한없이 책상에 매여 쓰고 외우기를 반복했다. 깜지용 연습장 표지에 박힌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시 한조각에 몸을 떨기도 했고 아름다운 소피 마르소의 분홍입술에 감탄하며 친구가 사들고 온 분홍립스틱에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물론 새하얀 얼굴빛이 아니니 어울리지는 않았다. 슈베르트의 가곡과 아르페지오 소나타가 내 손안에 있었고 마리아 칼라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유진 오먼디등의 이름이 주는 무게도 눈치로 감잡아가던  때였다. 그나마 고전문학과도 적을 두지 않았으니 내 감성의 대부분은 그 때 형성되었다고 봐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항상 고민이 되었던 것은 그 고전의 텍스트들이 뿜어내는 감정적 묘사들이 내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다.  왜 그들은 사랑하다가 죽었는지, 죽을 정도로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런 비극이 사랑의 가치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고 결국 나도 사랑을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건가, 혹시 나에게 다가올 사랑의 결말도 비극이여야만 아름다울 수 있는건가하는 생각에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했었다. 그러니 그 때에 읽었던 고전명작들은 나에게 와 빛나는 별이 되지 않았다. 감성이 넘치는 시기였지만 공감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나이였으니 중년이 훌쩍 넘어가는 이 시기에 책 읽을 시간을 갖고 그 때의 부족했던 공감력을 이제나마 채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베르테르의 격졍적인 내면의 고독에 공감하고 가치에 대한 안목을 갖추지 못한 시기에는 경험하지 않았던 일은 절대 글로 쓰지 않았던 괴테의 한 줄이 마음에 와 닿을 수 없다. 그러니 나중에 나이 들어 인생의 다양한 맛을 조금씩이라도 맛보았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고전명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란 사람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관계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가치에 대해서, 자아의 고독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현재 메마르고 쓸쓸한 내 감성적 환경에 대해서 돌아보고자 한다면 낡은 글들을 찾아 읽어볼 일이다. 그 안에서 내가 얼마나 낡고 노쇠한 존재인지,  21세기를 산다고 18세기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18세기라면 합리적 이성의 세계가 독보적인 가치로 떠올랐던 시기이다. 그러니 인간의 감성은 소소한 것이 될 뻔한 그 시절에 괴테는 인간의 자율적인 감정묘사를 한 권의 책으로 써내어 당시 유럽의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강렬한 베르테르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의 책은 실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파란색 코트에 노란조끼를 깔맞춤한 베르테르 스타일인 신상까지 만들어내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륜마차를 타고 다니던 훈남 베르테르의 순수한 내면의 세계를 따라하려는 심리적 현상들도 있었으니 이는 베르테르 신드롬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젊은이들의 사랑앓이는 지속되었다 심지어 그를 따라 자살까지 시도하는 일도 있어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해 급기야 출판금지라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베르테르가 빌헬름에게 쓴 편지글을 읽으면서 한동안 리스트의 고결한 사랑의 멜로디가 귓가에 머물렸다.

"사랑아,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

그런 가사를 지닌 사랑의 꿈, 내면에 숨겨둔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열정이 친구 빌헬름, 아닌  독자 누구든 그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익명의 독자에게 소중하고도 고결한 그의 솔직한 심정을 밝힌다. 봄이면 우리의 입가에서 한번쯤 읊조리는 [사월의 노래]처럼 소중하게 읽힐 글들이다.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처럼 말이다. 

도덕이라는 허울과 사회적 인습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문학이다. 그런 문학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쓰여질 수는 없다. 살아숨쉬는 글이 되어 수세기를 거쳐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살이는 다르지가 않다는 사실, 지금 이런 저런 생각과 가치에 대한 개념이 형성된 것도 지금의 우리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그 옛날 먼저 사셨던 우리의 선배들 덕분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괴테는 한마디 던진다.

"이런 사랑은 우리가 교양이 없다고, 미개하다고 말하는 계급 안에 오히려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살아 있다네. 우리 교양인들이란.... 우리는 오히려 그릇된 교욱을 받은 별 볼 일 없는 존재일 뿐이라고 해야 할 걸세."

단 한번이라도 사랑에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에게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몰입하며 순수하게 바라본 적이 있는가. 그러다 마음속에 섞여든 그를 향한 욕망에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가. 

날마다 정해진 시간과 계획을 기계적으로 입력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니 물질적인 풍요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감정에 충실할 시간이나 여유가 있을 수 있을까. 메마른 감성을 일깨워주며 사랑이란 감정의 진수를 알게하는 글이었다.

지금 사랑하는 자,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낭독해주는 오시안의 싯구처럼 격정적인 사랑의 음성을 당신의 그, 그녀에게 들려주면 어떨까 혹시 아는가. 숨어있던 열정이 문을 열고 나와 당신의 그와 그녀에게 행복한 단 한 순간을 만끽하게 해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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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초보

    아...언제적 읽었던 책인지 모르겠네요....
    다시 한번씩 읽어줘야 하는데....

    2014.06.05 07:5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아름다운 글을 읽었습니다. 주옥같은 문구들이 많아서 이북에 줄줄이 하이라이트 표시를 해두었답니다.

      2014.06.06 04:55
  • 스타블로거 Kel

    아, 최근에 언제 기회가 되면 이 책 읽어보리라 했어요. 선입견에 사랑으로 자살을 하다니!!!하며 거부했던 작품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만큼 순수하고 정열적일 수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입견이라 생각해도, 전 여전히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닥이네요 ^^;;;;;).

    2014.06.07 23:4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오우! Kel 님 저도 로미오 줄리엣은 그닥이랍니다. 그와 그녀가 일주일정도 사귀었다면 아마도 헤어졌을거란 생각만 들어요. 헤헤
      베르테르의 내면의 격정이 부러웠답니다. 순수함이랄까요. 좀 더 젊었을 땐 몰랐던 그런 거였어요. 사랑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나이 들어 돌아보게 되네요. ^^

      2014.06.08 01:20
  • 파워블로그 꼼쥐

    하루님의 감성의 원천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리뷰인 것 같아요.
    저는 왠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곤 해요. 감수성 예민했던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도 떠오르구요. 가장 예민한 감성의 시기에 이 책을 읽지 않는 요즘의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불행한 것인지...

    2014.06.08 14:5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젊다면 아마도 진부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나이 들어 베르테르를 만나니 또 새로워요. 시리고 아픈 사랑을 어찌할 지...

      2014.06.11 03:57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