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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이주, 생존

[도서] 인류, 이주, 생존

소니아 샤 저/성원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인류, 이주, 생존>은 인간의 이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오래된 인류의 이주를 추적하면서 우리가 호모 미그라티오란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이주에 대한 주제를 저널리즘에 가까운 르포 형식으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끌어나간다. 인류가 어떻게 지구 곳곳에 살게 되었는지를 과학적 사실로 답을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주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더 나은 환경을 향한 움직임은 야생에서부터 시작되고 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기후변화에 따라 해양생물들은 극지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산호초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은 야생생물마저 북진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 역시도 지속적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자신이 태어난 국가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이주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자연재해와 사회적 문제, 전쟁, 이촌향도 등 사람들이 이동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는데 저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이동의 양상을 통해서 인류의 이주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임을 일깨운다. 특히 생물 다양성과 복원력 있는 인간 사회를 보존하는 최선이 이주임을 강조하고 있다.

 

변화가 진행될 때마다 움직이는 종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이런 기회가 도래했을 때 이주자들이 왔다.
자연이 언제나 경계를 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_300p

 


 

 

그러나 우리는 이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떨치지 못한다. 이주자들이 범죄와 전염병을 양산한다는 편견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주자를 곱게 바라보지 못한다. 특히 이주자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과 반이주 정책을 펼치는 정치인들까지 한몫하여 우리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이주자와 이주에 대한 편견이 우리에게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며 객관적인 논리로 조목조목 반박한다. 

 

예를 들어 이주자에 대한 공포가 만연한 미국은 실제로 1990년부터 2013년 사이에 미국 내 미등록 이주자의 수가 3배 늘었지만 폭력 범죄의 비율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정확하게 알아보려 하지 않고 이러한 사실들을 차치한 채 이주자를 공격하는 텅 빈속 내를 드러낸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주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기원을 생물학 분류체계를 정립한 칼 린네의 이론을 통해 설명했고 과학자들의 반이주사상, 맬서스 이론으로 본 인구의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 소니아 샤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생물학, 유전학, 인류학, 과학사 등 방대한 과학적 연구 지식을 빌려왔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주에 관한 과학자들의 주장과 근거들이 낱낱이 공개되는데 이 중에 흥미로웠던 이론이 있다. 유전학자인 루카 카발리 스포르자의 연구에 따르면 DNA 근거를 통해 '우리는 불과 수십만 년 전에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했음'을 입증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퍼져나갔다고 하는 이론으로 수 세기 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인간이 한 장소에 붙박이처럼 살았다는 신화를 부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유명 인사들의 조상을 찾아주는 <Finding your roots>라는 미국 TV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DNA 검사로 인종 정보를 찾아 자신의 조상이 누구인지를 추적하는 프로그램인데 의뢰인들 대부분이 예상치 못한 조상의 국적을 알게 되어 깜짝 놀란다. 이 프로그램에서 미국 유명 배우의 조상이 친일파 한국인 무용수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세대를 거치며 인종이 복잡한 양상을 띄는 것을 확인하게 해 준 사례였다. 그리고 단일 민족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했다.

 


 

 

그런데 인간이 이주하는 동기와 영향은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저자는 이주 패턴을 구직의 산물로만 정의할 수 없듯이 간단한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왜 이동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이주 자체에 대한 궁금함이 아닌 공포를 더 많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 꼬집는다. 

 

또한 이 책은 이주가 쉽지 않다는 현실도 알려준다. 이주자들의 목숨을 건 이주 과정을 좇으며 그들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알 수 있었다. 높아진 국경 장벽과 국가마다 실시하고 있는 반이주 정책, 반이주 정서, 외국인 혐오 등이다. 저자는 이주를 위기가 아닌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을 해법으로 여긴다. 이주가 규칙적이고 평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을 요구한다. 

 

<인류, 이주, 생존>은 마치 우리의 미래를 그리는 듯하다. 지금은 정착된 삶을 만끽하는지 몰라도 만약 환경이 달라진다면 언젠가는 우리도 이주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문제 때문에라도 항상 이주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당장 이주에 대한 편견을 부수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러나 맥락 없는 이주자에 대한 혐오를 그만두고 현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대화가 오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주는 생존과 공존에 관한 문제다. 이 책은 우리가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때가 지금임을 알려주는 것 같다. 새로운 기회를 향한 인류의 '이주'를 이제는 말할 때다.

 


 

*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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