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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1

[도서] 백년의 고독 1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조구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활자는 일차원적이고 관찰가능하며 구획되었던 세상을 걷어내고 다차원적이고 혼란스러우며 하나로 통합되는 세계의 극한까지 단숨에 밀어넣는다. 현실과 환상은 뒤섞이고, 죽음은 삶과 공존하며 근친간의 깊은 사랑은 극한의 고독과 맞닿는다.

아들이 아버지가 되며 어머니가 딸이 되는 것 같은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명명 방식은 부엔디아 가문 6대까지 내려가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중첩시킨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하며, 부활과 침잠이 동시에 너울대는 이야기를 쫓다보면 우리의 단선적인 세계관이 흠씻 부끄러워질 정도다 .

소설은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가 돼지꼬리 아이를 낳을까 걱정하던 중에  쁘루덴시오를 죽인 후 도망치고, 이후 마꼰도를 세우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가 던진 창에 목이 뚫려 죽은 그가 버젓이 살아서 호세 집안을 돌아다는가 하면, 유토피아같은 마꼰도에 문명의 도구를 하나씩 가져오는 의혹짙은 멜키아데스까지 등장하면서 서두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죽음에 대한 애도도, 두려움도 없이 죽은 자와 함께 사는 부엔디아 가문의 일상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생경할 정도다.

소설의 주인공격인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가 소녀 티를 벗지 않은 레메디오스와 결혼하게 되고, 선거 결과가 아니라 군인들이 빼앗은 부엌칼들을 되돌려주지 않는 모습에 분노하여 마침내 식칼과 날 세운 쇠붙이로 무장해 정부 수비대에 맞서 반군을 조직하는 장면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작가의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잘 보여준다. 혁명은 마치 거창하고 고매한 목표로 시작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사소하고 희극적인 요소가 방아쇠로 작동될 수 있음을 엿보게 한다.

성에 대한 집착과 근친상간은 부엔디아 가문의 6대를 관통하는 주요 서사로 작동하는데, 단절되었던 마꼰도가 서서히 개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가문 언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마꼰도 와해의 원인은 외부 침습과 더불어 근친상간에의 몰입이 한 축을 담당한다. 더 깊이 사랑하면 할수록 더 고립되어 폐허를 앞당기는 가문의 저주는 100년만에 사라지는 마꼰도의 운명을 예견하면서도,  동시에 소설에서 사라진 부엔디아 가문이 고독 속에서도 통째로 어디선가 다시 부활하여 생을 이어나가리란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부엔디아 가문의 근친상간은 비극적 한계이면서 동시에 희망적 가능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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