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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도서] 산책

다니구치 지로 글,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아무런 정보도 없이 구입. 이유는 '산책'이란 제목과 그에 어울리는 멋진 그림 때문... 조금 낯설긴 하지만 삶의 여유를 꿈꾸는 이들의 로망과 같은 삶의 모습이 제시돼 있습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네요. 조금은 특이한 주인공이 자신이 거주하는 곳 주변을 산책하는 내용의 만화입니다. 대화가 상당히 적은 것도 이 만화의 특징입니다.

 

90년대 초반 '곤(GON)'이란 만화가 있었습니다. 단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아기공룡 곤의 생활모습이 주가 되는 만화였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소년 챔프'엔가 연재되었는데 곤을 보기 위해 매달 나오는 책을 샀던 기억이 있네요. 당시 곤은 획기적이며 놀라운 만화였습니다. 세밀화와 같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 거기에 곤의 귀여운 모습과 행동이 더해져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산책'을 읽으며 '곤'이 떠오른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두 만화책 모두 대사가 극소화되었고 그림은 무척이나 세밀합니다. 마치 연필이나 펜으로 그린 듯한 정교함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합니다.

 

'산책'은 대사를 최소화하면서 철저히 그림에 승부수를 던집니다. 말 그대로 이미지의 힘으로 작품 전체를 끌고 갑니다. 거기에 주인공(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은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다소 엉뚱한 행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산책을 즐깁니다. 아내가 있지만 거의 존재감이 없으며 오직 자신 주변의 골목길, 나무, 공원, 숲, 강의 상류 등을 걷는 주인공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때문에 재미있는 만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냥 주인공의 발길따라 보여주는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 속 여유와 정화를 얻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는 길을 걷다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 몰래 들어가 한밤의 수영을 즐기기도 합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발을 들고 와서 집에 설치하고는 만족감을 느끼고 개(유키)가 마당에서 파낸 조개를 바다에 보내기 위해 바다에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출근도 하지 않고 강의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이름도 모르는 노인을 따라 하염없이 걷기도 합니다. 엉망으로 깨진 안경을 그냥 그대로 쓰고 다니기도 하고 새벽에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잠들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상당히 모자란 듯한 모습이기도 하고 인간 관계의 틀을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직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나 산책을 하는 것. 그것이 그의 존재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아이들이 날리다 나무에 걸린 프로펠러 모형비행기를 내려주기 위해 나무에 올라서 비행기를 내려주고는 그대로 주저앉는 모습입니다. 나무 위에서 바람과 나뭇잎과 함께 하늘을 바라보는 것... 마음 속에 절로 평화가 깃듭니다. 그리고 벚꽃이 눈처럼 쌓인 바닥 위에 눕는 장면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것...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니구치 지로... 작가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지만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말이 넘치는 시대에 말을 최소화하고 오직 섬세한 이미지만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전달하려는 용기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관찰과 세밀한 묘사를 통해 마음 속 여유와 안정을 가져다 주는 만화를 그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냥 소파에 드러누워 천천히 그림체를 살펴가면서 천천히 숨을 쉬며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삶이 각박하다고, 너무나 힘들다고 생각할 때, 뭔가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절실히 느낄 때 읽는다면 더 큰 공감을 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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