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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밤인 세계

[도서] 언제나 밤인 세계

하지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425페이지의 묵직한 분량의 소설, 그러나 첫페이지를 펼치면, 속도무제한 아우토반을 달리듯, 마지막 페이지까지 멈출 수가 없다.

 

윌스톤 남작부부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이, 아니 아이들이 수술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반신이 하나로 붙은 에녹-아길라 쌍둥이 남매는 분리 수술로 하나가 죽고 하나가 살 예정이었으나, 둘다 살아남는다. 누나 아길라가 하반신이 없는 채로...일곱살이 되는 해, 아길라가 이 말을 듣기 전까지 그들은 여느 가족처럼 화목했다.

 

"아가씨는 원래 죽을 운명이었다는 거 아세요?"p11

 

아길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남동생 에녹이 가져간 하반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의학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한다. 12살이 되어 학교에 갈 준비를 하는 에녹을 보며, 아길라는 자신의 기회가 됐을 그 무엇을 위해 난폭해지고, 누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이라는 약속아래 그녀의 이상한 주술에 동참한다.

 

"봐, 여기 쓰여 있는 대로 하면 악마를 불러낼 수 있어. 악마는 가장 순결한 영혼을 취하는 대신 소환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대. 나는 내 다리를 돌려 달라고 할 거야." p19

 

아버지의 훼방으로 실패한 후, 아길라는 점점 더 광기를 드러내며, 서재에 불을 놓아 아버지를 다치게 하고, 어머니 마저 눈을 멀게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의 의식.

 

"그런데 왜......내 얼굴을 하고 있어?"p63

 

그 의식은 하반신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서로의 몸을 바꾸는, 영혼체인지였다.

 

"환영하노라. 영원한 밤의 일족들이여. 본디 밤은 하나이자 여러개의 명암을 가진 것처럼,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인 바, 마술사여, 그리고 수집가여. 우리들이 불결의 땅이라 부르는 이곳에 자의로 혹은 타의로 머무르는 자들이여. 우리는 밤의 일족으로서 오랫동안 각기 인간들에게 관여하여 왔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은 그에 대한 고백하는 시간이다." p120

 

인간세계를 불결의 땅이라 부르는 이들, 그들은 밤의 세계에 속했으나, 인간세계에 속한 이들이다. 이들은 불결의 땅을 이용해 밤의 세계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 윌스톤 남작의 남매는 하나가 죽어 이들의 세계로 인도되었어야 하나, 이들 중 하나의 계획을 모르던, 그저 자신의 방식대로 관여한 것이, 둘다 태어나, 인연과 운명의 얽힌 관계는 희생과 절망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한다.

모르세이와 원래 에녹의 기분좋았던 첫 만남은 아길라의 훼방으로 끝이 나고, 몇년 후 에녹의 몸으로 학생신분이 된 아길라와 모르세이는 다시 만난다.

평범한 교수가 아닌 밤의 세계에 속한 모르세이는 밤의 언어에 능한 아길라를 경계하고, 아길라가 학교에서 벌이는 일들을 묵묵히 관망한다.

 

상반신의 몸에 갇힌 에녹은 저택의 정원 한쪽에 마련된 어둠의 탑에 갇혀, 부모님과 누나, 저택에 평온이 깃들기를 바랬지만, '언제나 밤인 세계'는 불결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그리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에녹인 아길라를 보며, 진짜 에녹이 궁금해 저택을 방문한 모르세이, 자신에게 인정받기 위해 광기를 드러내는 아길라를 무시하고, 어둠의 탑에서 에녹을 구출하여 둘만의 장소를 찾아 떠난다. 그러나, 그리 호락호락한 아길라가 아니다. 기어이 모르세이에게 자신의 밤의 언어로 주문을 남겨 그의 신체를 점차 힘들게 만든다.

 

작가 미상으로 이 소설을 접했다면, 외국의 여느 판타지 소설로 알았을 정도로, 어둠과 악마, 주술, 탄생의 비밀 등등 외국소설에서 익히 느꼈던 감정들이었다. 작가님의 전작은 제목으로만 알고 아직 못 읽어봤는데, 미리 읽어더라면 연작은 아니지만, 이번 소설이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시간순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적응할때쯤이면, 이야기가 틀어지게 된 지점이 궁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등장하고, 이야기속에서 내내 의심을 들게 했던 캐릭터가 결국은 모든 일의 시작이라는 것이 드러날 때는, 플롯에 감탄을. 얼마전 봤던 판타지 영화가 생각나면서, 좀 아쉬웠다면, 스멀스멀 다가오는 마법말고 화끈하게 드러나는 어떤 힘이 좀더 등장했더라면 더 재밌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봤다. 마지막 장에서 드러나는 밤의 세계 묘사는 굉장했다. 하나하나 묘사를 따라 머릿속에서 상상되는 이미지는 익히 봐왔던 여느 지옥 혹은 연옥보다 매혹적이었다.

 

요즘 내가 웹툰보는 재미에 빠져 있는데, 이 소설, 웹툰으로 보고 싶다.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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