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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도서] 섬

장 그르니에 저/김화영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단골 책방에서 소개받은 

'장 그르니에 Jean Grenier' 의 선집 『섬』.


부끄럽게도 내게는 생소한 저자였는데, 

내 독서 취향이 얼마나 협소했는지 다시한번 느꼈다.


정확하면서도 꿈꾸는 듯한 저 가벼운 언어는 

음악의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


그 언어는 빠르게 흐르지만 그 메아리는 긴 여운을 남긴다.



p 013 섬에 부쳐서 ㅡ 알베르 카뮈


라고 평한 알베르트 까뮈의 말처럼 

위의 도서 『섬』 에는 

철학적, 몽상적인 '장 그르니에'의 언어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는 

비어 있음 vacuite 의 매력이 담긴 「공의 매혹」 과 


나에게 새삼스럽게 

이 세계의 헛됨 vanite 을 말해 줄 필요는 없다.


나는 그보다 더한 것을, 

세계의 비어 있음 vacuite 을 체험했으니 말이다.


p 026  공의 매혹



고양이 예찬론인 「고양이 물루」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느껴져 

몇번이고 곱씹어 읽기도 했다.



좁은 식견탓에 도서 『섬』 의  매력을 오롯히 즐기지 못한터라 

선듯 2번째 선집인 『카뮈를 추억하며』 에 선듯 손이 가지는 않지만, 

언젠가 '장 그르니에'의 언어가 다시 다가올 것임을 

그때는 좀더 풍성한 이해력을 가지고 맞이하길 바라보며 글을 맺는다.



https://youtu.be/pwBdDS6S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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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니에가 그리고 있는 여행은 

상상의 세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속으로의 여행, 

섬에서 섬으로 찾아 떠나는 순례이다.


그것은 멜빌이 「화요일」 속에서 

다른 방법으로 보여준 순례와 마찬가지이다.


짐승은 즐기다가 죽고 인간은 경이에 넘치다가 죽는다.


끝내 이르게되는 항구는 어디일까?


바로 이것이 이 책 전편을 꿰뚫고 지나가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사실 책 속에서 오직 하나의 간접적인 해답을 얻을 뿐이다.




     p 008

           섬에 부쳐서 ㅡ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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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에서 정말로 다 말해 버린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모두가 여기서는 어떤 비길 데 없는 힘과 섬세함으로 암시되어 있다.


정확하면서도 꿈꾸는 듯한 저 가벼운 언어는 

음악의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


그 언어는 빠르게 흐르지만 그 메아리는 긴 여운을 남긴다.




     p 013

           섬에 부쳐서 ㅡ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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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다시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다른 수많은 순간들의 퇴적 속에 깊이 묻혀 있다.


다른 순간들은 그 위로 헤아릴 수 없이 지나갔지만 

섬뜩할 만큼 자취도 없다.


결정적 순간이 반드시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유년기나 청년기 전체에 걸쳐 계속되면서 

겉보기에는 더할 수 없이 평범할 뿐인 

여러 해의 세월을 유별난 광채로 물들이기도 한다.


한 인간의 존재가 그 참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점진적일 수도 있다.


저 자신속에 너무나도 깊이 꼭꼭 파묻혀 있어서 

도무지 새벽 빛이 찾아들 것 같지가 않아 보이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이 문득 수의를 밀어붙이며 나사로처럼 일어서는 것을 보면 

우리는 의외라는 듯 깜짝 놀란다.


그런데 사실은 그 수의란 다름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배내옷이었던 것이다.



나의 경우는 바로 그러했다.


나의 최초의 기억은 

여러 해에 걸친 시간 속에 흩어진 꿈처럼 어렴풋한 기억이다.


나에게 새삼스럽게 

이 세계의 헛됨 vanite 을 말해 줄 필요는 없다.


나는 그보다 더한 것을, 

세계의 비어 있음 vacuite 을 체험했으니 말이다.




     p 025, 026

           공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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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나타난 것은 파멸이 아니라 공백이었다.


입을 딱 벌린 그 구멍 속으로 모든 것이, 

송두리째 모든 것이 삼켜져 버릴 판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사물들이 지니고 있는 현실성이란 

실로 보잘것없다는 사실에 대하여 생각을 되씹어보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의 삶 가운데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은 

ㅡ 하여간 내면적인 사건들은 ㅡ 

내부의 가장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던 것이 

차례차례 겉으로 드러나는 일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나는 확신하고 있는 터이니까 말이다.


나는 그냥 살아간다기보다는 

왜 사는가에 의문을 품도록 마련된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하여간 〈덤으로〉 살아가도록 마련된 것이다.




     p 028

           공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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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짐승들이 가만히 엎드려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때 그들은 

대자연과 다시 접촉하면서 자연 속에 푸근히 몸을 맡기는 보상으로 

자신들을 살찌우는 정기를 얻는 것이다.


그들의 휴식은 우리들의 노동만큼이나 골똘한 것이다.


그들의 잠은 우리들의 첫사랑만큼이나 믿음 가득한 것이다.


옛날, 안타이오스 신

(대지에 닿기만 하면 힘을 얻을 수 있는 신화속의 인물 ㅡ 옮긴이)

과 대지의 신 사이에 존재했던 

그 친화를 가장 심각하게 재현하는 것은 바로 그 짐승들이다.




     p 037, 038

        1

           고양이 물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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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녘, 대낮의 그 마지막 힘이 다해 가는 저 고통의 시각이면 

나는 내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고양이를 내 곁으로 부르곤 했다.


그 불안감을 뉘에게 털어놓을 수 있르랴?

「나를 진정시켜 다오」 하고 나는 그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밤이 다가온다. 

밤과 더불어 내게 낯익은 유령들이 깨어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세 번 무섭다.

해가 저물 때, 내가 잠들려 할 때, 그리고 잠에서 깰 때.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 나를 저버리는 세 번…….

허공을 향하여 문이 열리는 저 순간들이 나는 무섭다 ㅡ 

짙어가는 어둠이 그대의 목을 조이려 할 때, 

한밤중에 잠깨어 나는 과연 무슨 가치가 있는 존재일까를 가늠해 볼 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생각이 미칠 때. 

잠이 그대를 돌처럼 굳어지게 할 때, 

대낮은 그대를 속여 위로한다.

그러나 밤은 무대 장치조차 없다」



물로는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나는 그의 몸 위에 내 시선을 가만히 기대어본다.


그러면 그가 거기에 있다는것만으로도 다시금 믿음직스러워졌다.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는 그의 현전 現前.)




     p 041, 042

        1

           고양이 물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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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환상에 속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 같은 타고난 부족함을 

무슨 드높은 영혼의 발로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는 여전히 그런 비밀에 대한 취향이 남아 있다.


나는 오로지 나만의 삶을 갖는다는 즐거움을 위하여 

별것 아닌 행동들을 숨기기도 한다.



비밀스러운 삶. 


고독한 삶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삶 말이다.




     p 078

           케르겔렌 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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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 쪽만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p 090

           케르겔렌 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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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wBdDS6Sv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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