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혼자 있고 싶지만, 자신을 이해해줄 동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장소이다.
-노엘 라일리 피치, 『파리 카페』
“맛있는 밥이 있을 것!”
그리고, 그 밥을 먹고도 또 먹고 싶을 만큼의 “맛있는 디저트가 있을 것!”
그런 카페를 발견하는 일은, 소풍날의 보물찾기만큼이나 설레고, 흥분되며, 흥미진진합니다.
그리고는, “아~이! 이런 운명적인 사람이 왜 이제서야 나타난 거야!”하고 앙탈을 부리는 막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아~이! 이런 맛있는 밥을 파는 카페를 왜 이제서야 발견한 거야!” 외치며, 어쩔 수 없는 그 안타까움에 혼자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어느 순간, 실로 많은 카페가 생겨났습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어떤 카페는 문을 닫고, 또 어떤 카페는 문을 열겠지요. ‘나를 표현하는 공간 만들기’의 하나로 자신의 카페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어느 시점에, 어떤 계기로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카페 갖기’는 저의 오래된 로망 중에 하나입니다. 좋아하는 책과 음악, 사진과 그림을 공유할 수 있는 어떤 공간. 그 공간에서 비슷한 취향과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게다가 맛있는 커피와 밥과 디저트가 함께라면! 생각만해도 콧구멍이 벌렁거리고,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물론, 카페 부지, 메뉴 선정, 인테리어 공사, 카페 유지비 등 카페 창업에 앞서 꼭 따져봐야만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이런 상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기 전까지이지만요.
로망은 로망일 뿐! 오해하지 말자! 아무리 외쳐도 평생 없어지지 않을 카페에 대한 로망. 아직 내 카페는 없지만,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는 것으로 일단은, 위안을 삼아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맛있는 밥’을 파는, 게다가 그 밥을 먹고도 또 먹고 싶을 만큼의 ‘맛있는 디저트’를 파는, “넌 이제부터 내 카페야!”하고 싶은 욕심나는 카페를 소개하겠습니다.
#1. 야옹~ 고양이 맘마

‘고양이 맘마’는 『심야식당』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음식이랍니다. 아침 6시 반에 등장한 무명 여가수는 심야식당 주인에게 가다랑어포가 있냐고 묻지요. 막 지은 따뜻한 밥에 가다랑어포를 듬뿍 올리고 간장을 뿌려 먹는 고양이 맘마를 만들어달라고 해요. 주인과 여가수가 나란히 앉아 춤추는 가다랑어포를 올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젓가락으로 떠 먹는 모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나도 한 입만!! 제발~~”이라고 외치고 말았답니다. 심야식당에서 고양이 맘마를 본 이후로 집에 가는 길에 만나는 도둑 고양이들을 보며 "너네, 고양이 맘마를 아니?"라고 물을 만큼 고양이 맘마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갔어요.
부암동에 산책을 갔다가, 예전에 친구가 말한 카페를 발견했어요. 한쪽에는 다양한 종류의 그릇과 컵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고, 주인 아저씨는 열심히 요리를 하는 중이었죠. 부엌과 테이블이 따로 분리 되어 있지 않아 꼭 친구네 집에 놀러 온 것 같았답니다. 3~4개의 테이블만 있는 작은 카페라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던 거 같아요. 주위를 둘러보며 아늑한 카페의 분위기에 흠뻑 취해가던 중에,

"이거~속닥속닥~ 심야식당에서~속닥속닥~얼마나 먹어보고 싶었다구!!" 흥분하며 친구에게 하는 귓속말이 다 들렸나봐요. 기쁜 표정의 주인 아저씨는 "심야식당에 나오는 것처럼 간장을 넣어드릴까요? 아니면 고추장?"하고 물어옵니다. 이곳의 고양이 맘마는 고추장과 간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와사비 맛이 나는 김과 미소 된장국이 함께 나온답니다. 갓 지은 따끈한 밥과 짭쪼롬한 가다랑어포는 정말 환상의 궁합! 을 자랑하더군요. 새벽의 작은 고양이가 된 것처럼 두 손을 비벼가며 조금씩 조금씩 먹었는데도, 금방 한 공기를 다 비워버렸답니다.
++ 고양이 맘마의 카페 : 부암동 '카페 데미타스'
#2. 고소하면서도 진한, 크림 맛 카레



아 그런데, 꽉꽉 찬 뱃속을 정리하고서라도 꼭 먹어봐야 하는 게 더 남았어요. 무화과, 자두, 살구가 듬뿍 들어 있는 홈메이드 파운드 케이크 위에 깔끔한 생크림이 올려져 있는 ‘히비 케잌’이 바로 그것이지요.


++ 에비카레, 히비케잌의 카페 : 홍대 '카페 히비'
#3. 쫀득쫀득, 모플의 세계
모플? 모플이 뭘까요? 궁금하시죠!

모플 외에도 맛있는 식사로 유명한 카페이긴 하지만, 전 보통 모플을 먹으러 이 카페에 간답니다. 삼겹살로 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나서도 생각나는 맛이랄까? +ㅁ+ 밥을 먹고 난 후, 2차로 모플을 하기 위해 들른답니다.
모플은 주문이 들어가면 막 만들어져요. 그래서 그 열기에 위에 올라간 아이스크림이 금세 녹아 버리니 빨리 먹어야 해요. 안에 들어 있는 쫀득한 반죽 때문에 꾹꾹 힘을 주면서 잘라 주어야 해요. 포크로 두툼한 바나나 슬라이스와 아이스크림과 모플을 한꺼번에 찍어, 접시 주위에 뿌려져 있는 카라멜을 콕! 발라서 먹어야 해요.


++ 소금 카라멜/베리 & 레어치즈 모플의 카페 : 홍대 '카페 소스'
고베행이 알려지자 당장 친지들에게서 전화며 팩스가 쏟아져 들어왔다. 아무튼 엄청난 먹보가 많은 우리 친지들은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먹이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다. 또 그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 그들이 권하는 가게를 다 찾아다녔다가는 한 달도 모자랄 판이다. 내 위는 하나요, 주어진 시간은 이틀밖에 없다. 아무리 열심히 먹는다 해도 점심 두 끼, 저녁 두 끼밖에 여유가 없다.
-요네하라 마리, 『미식견문록』
저도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좋아하는 사람을 꼭 데려가서 맛보게 합니다. 먹지도 않고 그들의 얼굴만 쳐다보지요. 몽롱한 눈빛으로 그 음식에 완전히 넘어갔다는 표정을 지으면 그제서야 "헤헤헤헤헤~" 웃으며 "정말 정말 정말 맛있지?" 하고 함께 먹습니다. 그것을 먹으면서 내가 느꼈던 행복감을 좋아하는 사람이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것만큼 행복한 건 없으니까요. '그 순간의 교감'이랄까? 같은 음식에 대해 같은 느낌을 갖는 것, 그 순간 만큼은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까요.
위는 하나고, 하루는 세 끼라는 사실에, 새삼 슬퍼집니다. 하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내일의 위는 이미 비워져있고, 내일의 끼니 역시 반드시 찾아옵니다. 생각이 많아질 땐 카페에 가보세요. 골목길 끝에 있어도 좋고, 늘 찾는 사람만 찾는 카페도 좋지만,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카페 말예요. "맛!있!다!" 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겁니다. 맛있는 무언가로 그 순간 행복했다면, 꼭 누군가를 데리고 함께 가보세요. 가끔은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입의 맛있는 음식이 더 필요한 법이거든요!
* 글 속에 등장한 책들
파리 카페
문신원 역 | 북노마드
심야식당 부엌 이야기
아베 야로 그림 | 미우
** 글과 같이 보면 좋은 책들
LIFE 라이프
이이지마 나미 저│시드페이퍼
소박한 한 그릇
메이 글,사진 | 나무수
타박타박, 서울 도쿄 산책
박경희 저 | 앨리스
카페 수업
이지나 저 | 나무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