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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http://m.ch.yes24.com/Article/View/35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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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는 법을 알려 달라’는 말은 ‘달리기 잘하는 법을 알려 달라’는 말과 비슷하다. 그런 요청을 받으면 “기초체력을 키우고 하체운동을 열심히 하세요”라는 조언까지는 두루 할 수 있다. 더 자세히 알려달라는 요청을 다시 받는다면 “어떤 달리기 말씀인가요?”라고 되묻게 된다. 100미터를 달리듯 42.195킬로미터를 전력 질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칫하면 몸을 크게 다친다.

 

글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이나 ‘글 잘 쓰는 법’도 다양하다는 얘기다. 그 중에 나는 여기서 ‘칼럼 잘 쓰는 법’을 소개하려 하는데,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꽤 많은 이에게 ‘글 잘 쓰는 사람’은 곧 ‘칼럼 잘 쓰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이 글을 읽는 독자 분께서 언젠가 칼럼을 쓰게 되면, 사람들은 그 칼럼의 수준이 당신의 필력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대개 칼럼을 쓰면 사진도 같이 실린다.

 

둘째, 그런데 칼럼 잘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작법서와 글쓰기 강좌는 보고서, 시, 에세이, 소설 쓰기에 대한 내용이다. 칼럼은 그와는 조금 다른 경기다. 때로는 시인이나 소설가조차 칼럼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헤매기도 한다.

 

셋째, 문필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살다 보면 칼럼을 쓸 일이 은근히 생긴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거나 조직의 수장이 될수록 그 확률은 높아진다. 요즘은 매체도 많아졌다. 잘 활용하면 커리어를 관리하고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도 쏠쏠히 도움이 된다.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기본적인 문장력이 있다면, 요령만 익히면 그야말로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는 글이 칼럼이다. 그 요령은 칼럼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칼럼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무척 짧다는 점이다. 보통 800~2600자 안팎이다. 참고로 이 글 첫 문단에서 바로 이 문장까지 이미 800자를 넘었다. 그리고 이 기고문 전체 길이가 약 2600자다. 분량 제한이 없는 인터넷 매체도 있지만, 어차피 독자들의 인내력이 그 정도다.

 

짧기 때문에 주제가 한정된다. 지난해 대학 두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글 솜씨가 뛰어나고 성실한 학생들이 오히려 칼럼 쓰기 과제에서 쩔쩔 매는 모습을 봤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기 때문이다. 거대한 주제에 대해 할 말이 많다면 단행본을 써야 한다. 2600자에 총론을 우겨넣을 순 없다. 그 테마와 관련한 작은 일화, 각론, 생각의 편린만 가능하다.

 

짧기 때문에 지나치게 화려한 멋 부리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두 번 맛깔스러운 문장을 넣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짧기 때문에 방대한 근거자료를 제시하며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할 수도 없다. “이런 거 아냐?”라고 생각을 툭 던지는 자리라고 여겨야 한다. 필요하다면 육하원칙도 포기할 수 있다.

 

칼럼의 두 번째 특성은, 그 지면이 당신 입장을 발표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특성을 모르는 필자들이 ‘공적인 매체에 싣는 글’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흔히 다음과 같이 쓴다. ‘요즘 어떤 이슈가 화제다. A라는 주장도 있고 B라는 주장도 있다. A와 B는 각각 일리가 있다. 그러나 역시 A 아니겠는가!’ 딴에는 균형감각을 보여주려다 오히려 더 맥이 빠지게 됐다. 차라리 ‘무조건 A다, B는 헛소리다’는 내용이 글로서는 더 힘이 있다.

 

당신이 대선 주자가 아닌 한 모든 이슈에 의견을 내야 할 의무도 없고, 그런 의견을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눈길을 주는 것은 신선한 관점이다. 이미 화제가 된 이슈에 대해 쓴다면 A 또는 B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거나, A도 B도 아닌 C라는 다른 의견을 내야 한다.

 

조금 과장하자면 ‘진부한 정답’보다 ‘턱도 없지만 참신한 딴죽걸기’가 더 환영받는다. 처음부터 논쟁적인 주제를 택한다면 그만큼 글이 저절로 흥미로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담하고 뻔뻔하게 생각을 늘어놓은 뒤 “~라면 지나친 비약일까”라든가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하겠는가”라고 슬쩍 발을 빼는 수법도 있다. 아니면 지금 이 문단에서 내가 했듯이 “조금 과장하자면”이라고 미리 약을 치는 것도 좋다.

 

칼럼의 세 번째 특성은, 에세이와 사설 사이에 애매하게 걸쳐 있다는 점이다. 칼럼은 사적인 글이기도 하고 공적인 글이기도 하며, 주관적이기도 하고 객관적이기도 하다. 결론이 ‘이런 날이면 막걸리가 먹고 싶다’라면 칼럼으로서 뭔가 이상한데, 그렇다고 ‘보다 적극적인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고 끝나는 쪽도 썩 적절해 보이진 않는다.

 

모두의 문제를, 개인적인 소재를 활용해, 친근한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전략이 가장 좋다. 비유하자면 이런저런 불특정 다수가 섞인 저녁 집회에서 잠시 마이크를 받아 3분 스피치를 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테어도르 아도르노에 따르면……”이라고 연설을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여러분 다들 추우시죠! 제가 어제……”라고 입을 떼는 편이 더 나을까?

 

몇 가지 요령을 적어 봤는데, 뭐니 뭐니 해도 좋은 칼럼을 많이 읽고 실제로 써보는 게 최고다. 책을 한 권 추천한다면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를 권하겠다. 특급 칼럼니스트인 오웰이 거대하고 첨예한 이슈들을 웃기고 신나게 요리한다.

 

 


 

 

 

나는 왜 쓰는가조지 오웰 저/이한중 역 | 한겨레출판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라고 명확한 작가적 입장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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