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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자 양장 세트

[도서] 드래곤 라자 양장 세트

이영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판타지 소설이란, 공상의 영역을 소재로 삼는 장르문학이다. 쉽게 말하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들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현실과는 다른 시공간에서 요정이나 신과 같은 자연법칙을 초월한 존재들이 펼치는 사건을 다룬 가상의 이야기다. 18세기 말 유럽에서 비롯된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통해 계몽사상이 시민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 계몽사상으로 유럽을 주도했던 기독교의 영역이 제한되고 이교도, 그리고 미신이라 치부하던 각 지방의 전설들이 부활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에서 유행하던 전설들을 가공해 나온 새로운 글들이 곧 판타지 소설이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무렵에 몇몇 작품이 PC 통신과 도서 대여점을 중심으로 엄청난 판타지 열풍을 일으켰는데, 그중 가장 이목을 끈 작품이 바로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드래곤 라자는 이영도가 199710월부터 PC 통신 하이텔의 시리얼 게시판에서 연재한 장편 판타지 소설이다. PC 통신 연재 당시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다음 해에 총 12권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소설은 남자 주인공이자 바이서스 서부 끝의 작은 영지인 헬턴트의 초장이 후보 후치 네드발과 독서가 칼 헬턴트, 경비대장 샌슨 퍼시발이 모종의 이유로 대륙을 종횡하며 겪는 이야기를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풀어간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들과 관계를 맺는 인물이 점점 늘어나는데, 17세 사춘기 소년인 후치는 모험을 통해 형성된 관계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립해 나간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철학적 소재를 주인공의 재기 발랄한 화법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고, 독자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책이다.

 

소설 속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대마법사 핸드레이크와 그의 연인 페어리퀸 다레니안의 대화 장면은 이 책을 대표한다. “페어리인 당신은 이해하기 어렵겠지요. 인간에게 있어 나는 하나일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는 단수형이 아닙니다. 나라는 것은 원래 다면적이고 여럿입니다. 그래서 자기를 위해 산다는 말이 원래 통하지 않는 존재가 우리 인간입니다.” 그리고 후치는 핸드레이크의 적이었던 드래곤 로드에게 나는 단수가 아니다.’라는 일장 연설을 한다. 이 말을 들은 드래곤 로드는 그제야 왜 루트에리노는 그토록 절망스러운 싸움을 걸어왔고 자신은 왜 그런 루트에리노에게 패배했는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고 한다. 인간은 죽고 나서도 생전에 관계를 맺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일부 수록되고 한 대학교 논술 문제 지문으로 선정될 정도로 국내 문학계가 장르문학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험을 마친 후치는 내 역할은 여기서 끝났어요. 첫눈을 그 만가로 삼아 떠나간 내 마법의 가을처럼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죠.”라고 하면서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어떤 이의 인생 중 어느 가을에는 첫눈이 올 때까지 온갖 일이 벌어지는데,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그때가 마법의 가을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마법의 가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드래곤 라자의 이야기는 후치가 겪은 마법의 가을이고, 작가에게도 작품을 연재한 시간이 마법의 가을이었을지도 모른다. 헬턴트의 초장이 후보 후치 네드발이 전하는 모험담.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판타지의 계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각박한 현실 세계를 벗어나 잠시나마 마법의 가을을 경험하고픈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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