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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도서]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금요일엔 돌아오렴】 창비, 2015

아버지, 어머니, 자매 형제들의 고백과 증언을 담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뒤늦게 읽는다.
첫 번째 사연, 두 번째 이야기를 읽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일부에 대한 생각을 쓰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때 사고를 당한 유미지 학생의 아버지 유해종씨에 대한 리뷰이다.

유해종 씨의 딸 유미지 양. 미지는 사고를 당하고 한 달 후에 시신이 수습되어 아버지 품에 돌아왔다. 미지는 2학년 1반이었고 반장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세월호 사고 소식에 놀라기도 잠시, 유해종씨는 졸지에 ‘미수습자, 실종자’의 유가족이 되었다.

사고 직후에, 한달 동안 시신이라도 찾아 수습한 유가족들은 진도 체육관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해 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사고 후 정확히 한 달 후인 5월 16일에 학생 시신을 찾았는데 미지로 판명이 났다.
세마포에 쌓인 미지를 데리고 안산으로 올라갈 때 유해종씨는 축하한다는 가족들의 인사를 받고 집으로 향했다.

읽으면서 분노도 했지만 슬픔이 너무 컸다. 한, 두 군데에선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하얀 세마포에 미지의 시신이 놓였는데, 일하시는 분이 유해종씨에게 권유를 했다고 한다.
‘좋은 모습만 기억하시면 좋겠어요.’라고. 그건 이런 뜻이었다.
미지의 모습이 많이 훼손되었고 그러니 보시면 가슴이 너무 아프실 것 같다는.

이미 이전에 경험을 한 다른 유가족들이 다가와서 딸의 마지막을 보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실제로 자신들은 계속 꿈에 나오고 그래서 고통스럽다며.
그 짧은 순간에, 유해종씨는 왜인지 모르겠는데 직원의 조언을 따랐다고 한다.
그래, 이뻤고 착했던 딸의 모습만 기억하자, 그러면서 세마포를 들치지 않으셨다.
다만, 천 바깥으로 나온 머리카락만 보고 만지셨다고 한다.
그렇게 장례를 치른 후에는 또 후회가 밀려오셨다고 한다. 그래도 딸의 마지막인데 아무리 훼손이 되었어도 봐야 했었다는 미련이 드셨다고 한다.
결국에 유가족들은 반 반 이라고 한다. 본 분들은 계속 그 잔상이 남아서 고통스럽고, 안 본 분들은 그래도 아들이고 딸인데 마지막을 그렇게 보냈다고 후회를 하신단다.

깊이 한숨만 지어지는 이야기들.

미지가 어떤 아이였는지, 그렇게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올곧이 전하는 유해종씨의 진술이 너무도 가슴 아팠다. 하긴 미지의 삶 자체가 너무 짧았다.
커서 의사 선교사가 되어서 오지에 가서 봉사를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꿨다는 유미지 양.
나는 너무 부끄러웠던 게, 미지는 열일곱의 삶이었지만 이미 많은 봉사를 했었다는 거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시는 곳, 아기들이 있는 곳에를 정기적으로 찾아서 봉사를 했다.

아버지도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 장례식에 봉사단체 분들이 조문을 많이 오셨고 그래서 알았다고 한다.

미지는 반장으로서 아이들을 돕다가 물에 휩쓸려가서 구조되지 못했다. 생존한 1반 학생들 여러명이 법정에서 증언을 해서 밝혀진 사실이다.
어머니는 가슴을 치셨다고 한다. 미지가 어느날 ‘나 반장 선거 나가도 돼?’라고 물었을 때 원하면 그러라고 했다면서.

유해종씨는 그래도 우리 딸이 다른 아이들을 돕다가 갔으니 좋게 생각하자고 어머니를 위로하셨다. 이 책은 2015년 1월에 발표되었는데, 유해종씨는 책의 작가에게는 솔직한 마음 한 켠을 토로하기도 하셨다.
자기도 아내에게 그렇게 위로하긴 하지만 가슴 아프긴 하다고.

절절하게, 무겁게 이야기 하시는 아버님의 사연 속에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언론들은 왜 전원구조라고 오보를 했는지, 잠수부 수백명에 배와 헬리콥터 수십대가 현장에서 ‘구조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은 왜 했는지.

이 글을 작성한 416기록단 작가 정미현씨는 최대한 유해종씨의 육성을 있는 그대로 담기위해 노력한다.
미현 씨가 속한 단체에서 세월호 서명을 받을 때 일화는 충격과 공포를 줬다.
길에서 서명을 받고 있는데 인근의 가게의 주인이 와서 ‘1년에 사고로 천명, 이천명이 죽는데 삼백명 죽은 걸 가지고 왜 이렇게 난리냐? 당신들 때문에 가게 안 되는 거 안 보이냐? 나라를 거덜낼 거냐?’라고 따졌다는 일.
세상에.

정미현 작가는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적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침몰은 지나간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야속한 일이지만 세월호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사건들이 그렇게 묻히고 사라졌다.

다른 사람은 다 잊는다 해도 이대로 끝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미지 아버지는 그걸 딸과의 약속으로 여긴다. 절대로 깰 수 없는 마지막 약속이라 다짐한다.』


미지는 생전에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아빠, 나중에 비행기 많이 태워 줄게.”
유해종씨는 수습을 기다리는 한 달이 지나고 5월 16일에 시신을 찾아서 헬리콥터를 타고 팽목항으로 오면서 이 말이 생각나셨다. 그리고 헬기 안에서 내내 울으셨다고 한다.
딸이 죽어서까지 자신의 약속을 지킨다고 하시면서.
(나도 이 대목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정미현 작가는 말한다. 유가족들은 16이라는 숫자만 봐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이러할 진대 어떻게 잊으라고 쉽게 함부로 말을 할 수 있을까.
미지에게도 16일은 의미가 깊었다.

미지는 3월 16일이 생일이고 4월 16일에 죽었으며 5월 16일에 아버지에게 돌아왔다.

책을 읽으면서 2014년 가을에 불과 몇 달 지난 시점에 어떻게 이렇게 또박또박 인터뷰를 응하셨을까 싶었다.
차마 꺼내기 힘든, 꺼내면 몸서리쳐지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기억되기 위해서 유해종씨는 입을 열었다고 거듭 밝히셨다.
나아가 딸과 새로운 약속을 하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패한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라고.

4월 16일부터 5월 16일의 수습까지, 그 이후의 장례식과,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유해종씨는 남김이 없이 진솔하게 작가에게 심정을 이야기해주셨다.

유가족을 염려하는 건 유가족들이었다는 부분, 감히 누구와도 농담을 할 수 없지만 유가족들에게만은 싱거운 농담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무엇보다도 당시 정부의 기만에 맞서서 똘똘 뭉쳐서 싸울 수 있었던 동력은 유가족들이었다는 대목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른 ‘이야기들’을 올 해의 끄트머리에 한 편씩 읽을 예정이다.

 【책에서】

언론 플레이가 진짜 무서운 거야. 우리도 사고 나기 전엔 언론에 나온 거 다 믿었어, 100퍼센트. 그런데 직접 당하니까 하나도 믿을 수 없는 거야.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똑같은 처지라 그런지 유가족들끼리는 말이 잘 통해. 같이 잘 웃고 울고 농담도 해.
근데 다른 데 가면 절대 그렇게 못 해.


그래서 아빠는 미지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
할 일을 해야 먼 훗날 미지를 만나서도 한달 동안 바닷속에서 외롭게 했던 시간들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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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골든아워>에서도 이국종 교수가 세월호에 대해 언급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그 부분을 읽으며 울분을 토했었는데, 다시 Aslan 님의 리뷰를 읽고 울컥했어요.
    가슴 아프네요. 벌써 그들을 잊고 있었다는 게 많이 미안하고요.

    2018.12.18 11:3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Aslan

      골든 아워에도 나왔군요. 2권이지만 언제 읽어보고 싶습니다. ^^

      2018.12.21 00:39
  • 파워블로그 나난

    소설은 그나마 지어낸 이야기니까 나은데 이런 이야기들은 진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났던 일이라서 더 가슴 아파요.

    2018.12.18 13:4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Aslan

      죄, 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어요. 정부 탓을 하지만, 나는, 우리들은 무관 한 것인가.
      유가족 들에게 죄스러웠습니다. ㅠ
      댓글 늦게 올렸는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8.12.21 00:44
  • 파워블로그 책찾사

    사회 또는 정치적인 이슈가 아닌 진실된 가족의 입장에서 쓰여진 세월호 사건에 대한 내용이라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마 누구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남은 자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면서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의 시간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Aslan님이 이 책을 천천히 읽고자 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일 것 같습니다.

    2018.12.18 21:1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Aslan

      학생 한 명, 한 명. 부모님 한 분 한 분. 자매들, 형제들. 모두 다르고, 고유한 슬픔 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그냥 고2 아이들의 죽음, 그 아이들의 부모의 아픔. 이렇게 '일반화' 아닌 일반화를 저도 하였다는 걸 느끼며 속죄하는 마음이었습니다. ㅠ 댓글 늦게 올려요 죄송^^.

      2018.12.21 00:43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