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

[도서] 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

손수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요즘 덕질할 게 엄청 밀려서 행복한 비명 중입니다.

송강호 박찬욱의 영화들도 재감상하고 있고

임윤찬의 피아노 연주를 간간히 찾아 듣고 있어요.

 

올해 상반기에 책과 작가도 ‘발견’인 게 많아서 감사했었습니다.

글토크, 미니유의 에세이들은 반추하기 위해 근거리에 두고 있는 책들.

그래서 당분간 산문집은,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은 쉬려고 했었습니다.

이미 좋아하는 분들이 여럿이고 음식도 많이 먹으면 체하듯이 글도 그럴거 같아서요.

 

근데 그만(?) 또 마음에 쏙 드는 문체의 소유자를 만나버렸어요.

정말 여기까지만 읽고 산문 「발굴」은 쉬어갑니다. (웃음)

 

손수현. 프로필에서 ‘배우’이자 ‘감독’이라고 하는데 죄송하게도 저는 처음 알았어요.

뮤직비디오와 CF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요번 책을 내면서 작가로 첫 발을 내딛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미지 未知 의 인물.

 


 

 

작가가 영상 일을 해온 사람이어서 글이 그런 특성을 갖습니다.

간혹 최애 영화인이 펴낸 책을 읽었었는데 그런 기분이고 그건 친숙하기에 책에 대한 접근장벽 1도 없이 페이지를 훌훌 넘겨 갑니다.

 

 「니콜 키드먼의 이름을 매번 까먹을 때마다 기억력이 유독 좋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인생이 2배는 더 아쉬운 기분이다. 12년이라는 시간은 얼마나 많은 기억을 구덩이에 묻어 버렸을까.」  26p

 가벼운 ‘풋’ 웃음을 내며 읽은 대목입니다. 

저도 그런 배우들이 몇 있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희한한 동질감이 납니다. 저는 메릴 스트립요.

 

아무래도 모르는 게 상책인 거 같긴 한데. 모르는 개 산책도 하고 싶어.」  45p.

흔히 ‘아재 개그’ 혹은 드립이라고 하는 건 정말 가까운 사이에서만 칩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발견한 언어 유희. 아 이런 거 너무 좋아요.

엄근진 보다는 썰렁개그 있는 게 관계를 부드럽게 함을 나도 알거든요.

 

좋은 에세이의 맛과 향취를 압니다. 

서로 파편적으로 보이는 글 모음이지만 그게 결국 연결이 되고 있다는 것. 또한 은유와 상징을 통한 글은 한편의 시 같은 느낌도 자아냅니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야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고개는 당당하게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내가 지나온 길에는 아주 긴 일직선이 그려졌다. 계속해서 같은 속도로 길을 걷는다.」  63p.

 


 

 

아티스트인 작가들의 글을 읽는 건 어떤 의미로든 늘 취향저격인 저인데요.

이 책에는 손수현이라는 작가를 통해서 그녀 주변의 친구들, 지인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그중에는 예술가들이 적지 않아서, 창작의 숨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음도 이 책의 깨알 킬포 랍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이 엉망인 세상 속에서 함께 사는 친구들 모두가 각자의 사정으로 너무 힘들었다. 

나는 내 친구들이, 옳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이니까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충분한 지지와 격려를 받으며 즐겁게 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183쪽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람의 책을 읽는다는 건 정말 ‘한 세상’을 만나는 일인 거 같습니다. 

 

한 사람은 그가 친분을 쌓고 교류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알 수 있고,

또 무슨 책들을 읽고 어디를 여행했고 같은 걸로도 알게 되죠.

손수현이 추천하고 영향을 받은 책들이 어쩜 그리 나와는 교집합이 적던지. ㅎㅎ 

그 책의 문장들을 소개해 주는데 이렇게 저의 세계도 한 뼘 쯤 넓어졌습니다.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해서도 저자는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냅니다.

모든 주장들에 백프로 동조하냐 여부와는 별개로,

좋은 문장으로 소신을 써내는 행위는 언제나 존중하게 되더군요.

 

사실 이 책의 최고의 메리트는 바로 제목이었습니다.

<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

네 어절은 다정하고, 개성있고, 내공으로 다져진 저자의 현재를 정확히 반영합니다.

 


 

 

에세이는 가장 자신을 많이 깊이 드러내는 장르일 겁니다.

외향적이기보단 내성적인 손수현씨는 또한 이런 생각도 갖고 있었습니다. ‘산문집이란 건 뭔가 대단한 일을 이뤄낸 사람이 쓰는 거 ’ 아닌가.

그래서 몇 년 동안 책 내기를 기피해 왔다고요.

수현씨는 아직 뭔가 ‘이뤄낸’ 사람은 아닐지 모릅니다.

근데 이 책으로 손수현이라는 인간이자 배우를 알아서 저는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성공한 사람이 내는 책보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의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내겐 역시 끌린다는 걸 다시 확인했네요.

수현씨를 포함해서 미래의 전도연, 송강호를 꿈꾸면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청춘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아나요.

매우 늦게 빛을 본 구교환처럼 그대도 몇 년 후 그런 빛나는 배우가 되어계실지요.

 

어제 처음 알고 수십번째 듣고 있는 임재범의 ‘위로’의 가사를 

독자들과 나누면서 글을 마쳐요.

 

  사람마다 계절이 있어요

  내 계절에 활짝 피게

  정신은 맑게 햇빛에 서서 그 때를 기다려요

  소중한 사람 그댄 빛나는 사람

  조금만 더 힘내요

  같이 울고 같이 들고 같이 가면

  덜 지치고 덜 외롭게 걸어요

 

책 중에서

 어디에나 반전은 존재한다. 그것이 꼭 영화 속 세상이 아니더라도.

 누구도 모르는 곳에 씨앗이 내려앉듯 언젠가 다 쓸모가 있다. 세상에 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  (297쪽)

 


 


 


 

                                         Reviewed by Aslan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이름이 생소한 작가네요. 리뷰에 옮겨주신 문장만 읽어도 재미있는 에세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특히 리뷰 마지막에 옮겨주신 문장이 좋네요.^^

    2022.07.05 23:3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Aslan

      톡톡 튀는 글을 쓰는 재능이 있으시더라구요^^

      2022.07.08 20:58
  • 파워블로그 나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즐거운 일이죠. 앞으로 더 좋아할 일만 남았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이름을 알아갑니다. 저 아재개그는 정말.ㅎㅎㅎ

    2022.07.06 11:1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Aslan

      ㅎㅎ
      빈 틈 있는 사람이 어쩌면 진짜 성숙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2022.07.08 20:59
  • 스타블로거 Joy

    새로운 한 사람의 세상을 만나는 기분..이라니, Aslan님의 공간에서는 이제껏 제가 모르던 새로운 세상을 참 많이 만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모르는 개 산책..이라니..이 문장에 빵터진 저는 아재(?)인건가요? ㅠㅠ

    2022.07.10 09:2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Aslan

      아닙니다 그럴리가요^^ㅎㅎ
      저자도 곱디 고운 처자 세요^^

      2022.07.10 21:23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