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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

[도서] 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

우르술라 누버 저/손희주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비밀은 우리가 세운 계획을 보호하며 목표에 이르도록 도와준다.’ (p.70)

 

 

마음의 감기를 우울증이라고 표현하는 시대이다. 그만큼 개인들이 겪는 심리적 고충은 현재에는 그렇게 낯선 증상이 아니다. 몸을 다치면 즉각 치료를 받는 만큼 마음이 다칠 때도 치료가 필요하다.

신체의 건강을 돌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심리적 건강도 돌보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가끔 심리학 책을 읽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심리상담가 우르술라 누버가 쓴 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는 심리학 책이다.

 

작가는 누구한테나 비밀 하나쯤이 있기 마련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런데 비밀에 대해 공공연한 오해와 선입견이 있다고도 한다. 즉 비밀이 중요한 무언가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라고 좋게 평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물론 비밀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비밀의 어두운 면에 주목해서 부정적으로 여긴다. 그런데 반대로 비밀을 유지하는 일의 긍정적이고 유익한 면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작가는 이러한 가정 하에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특별히 여성에 초점을 맞춰서 비밀의 의미를 추적한다.

 

비밀은 사람의 내면을 보호하는 울타리 기능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삶의 부지에 비밀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꿈과 희망, 혹은 진심이라는 자신만의 화초가 잘 자라도록 보살펴야 한다.

 

작가에 따르면 비밀을 유지하는 것보다 고백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은 현대에 생겨난 현상이다. 과거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 때가 있었다. 17세기까지도 침묵이 미덕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침묵하는 자는 언제든지 다시 말할 수 있지만 이미 말을 꺼낸 사람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는 것.

 

작가는 비밀이란 나와 내 삶을 지키는 무기라고 단언한다. 비밀을 갖고 있어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비밀을 통해서 로 살수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게오르크 지멜에 따르면 비밀이란 정신적인 사유재산이기도 하다. 지멜은 한 사람의 비밀이 지켜지는 정신적 공간을 존중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우르술라 누버는 독일의 일간신문과 심리학 잡지에 공고를 냈다.

학술적인 조사를 하고 있는데 비밀을 털어놓아 주면 이를 바탕으로 연구를 하겠다고. 원하면 익명을 철저히 보장하겠고 가명도 좋다고 기재했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여성들이 작가에게 메일과 전화를 통해 응모해 주었다.

이 책은 이렇게 설문조사에 자발적으로 기꺼이 응한 사람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크고 작은 내밀한 사연이 담긴 비밀들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마음속 가장 깊숙한 방을 타인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비밀이 필요하다고 앞서 말했다. 그러면 비밀을 가질 때 어떤 점이 좋을까? 대니얼 베그너는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 모든 사람에게 비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밀이 없으면 자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사회집단에서, 직장에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순간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느낍니다. 이런 상황에 부딪쳤을 때 자주성과 독립성을 견고하게 유지하려면 내적 공간을 지켜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비밀은 연인과 배우자와의 애정 관계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17세기 어느 현자는 비밀이 없으면 사랑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고 했다. 가족심리치료사 에번 블랙은 치료를 받으러 온 부부를 오래 관찰하면서 이 점을 확신했다.

비밀이 없다는 것은 경계와 독립적인 자아, 사적인 편지나 일기장, 자신의 꿈을 위한 공간, 궁금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비밀이 없는 부부가 지루하고 적막한 관계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p.86)

 

흔하게 연인들이 저지르기 쉬운 오류는 서로의 삶을 무한정 들여다볼 수 있게 허락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더 진정한 친밀감을 상호간에 경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데 이는 큰 착각이다.

다른 사람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싶은 마음은 일견 이해할 만하다. 특히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단계에서는 상대의 마음을 활짝 열고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삶의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작가는 조언한다.

연인관계가 지속될수록 아는 것알지 못하는 것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아무리 끈끈한 사이라도 반드시 보장해야 할 것들이 있다.

말하지 않는 생각. 방해받지 않는 시간. 아무도 모르는 활동적인 내면의 삶을 위한 공간. 이 세 가지를 서로 지키고 인정해야 한다.

특히 연인 사이에서 상대방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면 안정적이고 동시에 긴장감이 도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에게는 자연스럽거나 본능적인 방어 기제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때로 오래전의 비밀을 잊어버리기도 하는데, 이는 건전한 망각의 역할을 한다. 건전한 망각을 통해서 사람의 마음은 위협적인 진실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정도로 영리한 속성을 갖고 있다.

 

이는 일종의 심리적 속임수이다. 그런데 많은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이러한 속임수도 좋은 기능을 갖고 있다고 증명했다. 자신을 속이고 비밀을 만듦으로써 진실의 강도를 약간 낮출 수 있는 사람은, 환상의 보호막이 없는 사람보다 삶의 힘든 과정을 훨씬 잘 견디고 정신 건강을 유지한다고 한다. (p.116)

환상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셸리 테일러는 이렇게까지 말했다. “오늘날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사람입니다.”

 

비밀은 아이들에게도 있다. 부모는 아이들이 비밀을 갖고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비밀은 어떤 순기능이 있을까?

비밀은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아이는 비밀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를 분리하는 경계가 존재함을 깨닫는다.

만약 이런 중요한 성장 단계를 경험하지 못하면 정서 발달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성장 과정에서 독립성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왜곡된 자아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에게 자유공간을 주고 사생활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허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아이는 어떤 사물이나 생각, 행동이 오로지 자신에게만 속한다는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주성이 강한 자아는 어린 시절의 작고 천진난만한 동심의 비밀을 갖는 경험에 시작한다. 어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비밀이란 진실을 다루는 하나의 방법임을 알 수 있다. 때로 가혹한 진실에 대면하면서 자신이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에너지를 모으고 보존하기 위해서 은신처가 필요한데 비밀이 그런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

 

비밀을 지닌 여성에게는 누군가 밀치고 들어오거나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보호 기능을 갖춘 외투가 있다.

 

비밀을 지닌 여성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 이런 까닭에 일상에 자리를 찾지 못하는 자신의 특별한 면을 살릴 수 있다.

 

비밀을 지닌 여성에게는 균형을 잃지 않도록 중요한 힘을 공급해주는 개인 충전소가 있다.    (171)

 

비밀은 거짓말이라는 영역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기도 한다. 어른이 되면서 깨닫는 씁쓸한 사실이 하나 있다. 겉으로 보이는 얼굴이 모두 완벽한 진실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삶에는 선택된 소수만 알거나 때로는 아무도 모르는 다른 구석이 존재하는 법이다.

자기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핵심은 위협받지 않아야 한다고 우르술라 누버는 말한다.

 

누군가 내면의 핵심에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우리는 너와는 상관없어혹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거나 상냥하고, 사회적으로 좀더 원만한 방법으로 즉, 거짓말로 대처하는 방법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p.195)

 

비밀을 훌륭하게 간직하고 있어온 당신. 그런데 한번쯤은 곁에 있는 사람에게 털어놓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찾아올 수 있다.

우르술라 누버는 심리학 설문조사와 소설가의 작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서 이런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준다.

 

 

비밀의 순기능을 말해왔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비밀은 비난받을 여지가 크다는 사람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작가는 한 쪽 편만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비밀을 품고 있는 사람이 조심해야 할 점들도 끝에서 이야기한다.

 

비밀을 가진 사람은 남이 너에게 가하지 않기를 바라는 일을 남에게도 가하지 마라는 말을 지침으로 삼고 자신의 비밀이 다른 삶을 망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p.253)

 

결국, 비밀은 진실이라는 존재의 이란성 쌍둥이인 것 같다.

해리엣 러너는 진실이란 발전의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진실은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하고 분별하게 되는 것입니다. 진실함은 장거리 달리기와 같습니다.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요.”

 

작가는 마무리에서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은 진실해지고 싶은 사람인가.

그렇다면 언제 진실이 필요하며 언제 침묵하는 편이 좋은지 알려고 숙고해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가능한한 온전한 진실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동시에 온전한 비밀도 존재한다.

지켜진 비밀로부터 완전히 새로운 진실이 나올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을 때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란 영화를 다시 봤다.

극중에서 남자가 구애하는 여자에게 진심을 말하는 대사가 있었다. “믿어서 사랑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믿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믿는 거였어요.

 

나의 비밀도 누군가의 비밀도 사랑과 신뢰라는 바탕에서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지 못한 비밀을 품은 사연을 만날 수 있었던

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이다.

 

                              ※ 출판사의 비밀 공감단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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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난

    갑자기 예전 한국영화 비밀은 없다가 생각났어요. 재미나게 봤었는데 말이죠. 전 제목을 약간 틀어서 나는 '여전히' 내가 어렵습니다. 내가 나를 모르니 말이죠.ㅎㅎ

    2017.08.22 13:1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Aslan

      여전히 라는 부사어도 잘 어울려요. 비밀은없다 가 이병헌 나온 영화였죠?
      그 당시만해도 이병헌을 질색했어서 안 봤는데. ^^; 최지우도 나왔던 것 같아요~.
      쉬워지는 거 참 힘든 일인 듯 ㅠ ㅎ

      2017.08.23 03:35
  • 파워블로그 엘리엇

    비밀에 대해서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한 것을 읽어보는 건 처음이에요. 처음엔 우울증 같은 것을 다룬 책인가 했는데 Aslan님 리뷰 덕분에 우리 삶 속에서 비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돼요. 비밀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2017.08.22 14:0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Aslan

      제목하고 내용에서 잡은 주제하고 달랐어요. 전반적인 심리 상담의 제목인데 주제는 비밀 이었거든요. 그렇다고 제목이 오바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
      비밀의 심리학 정도가 알맞아 보여요~. 저도 비밀 이란 단어를 이렇게 진지하게 고찰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_^

      2017.08.23 03:39
  • 스타블로거 짙은_파랑

    '비밀이야~' 어렸을때는 이런 말을 참 많이 했었던것같은데 나이가 들면서는 그 말을 별로 하지 않았던것 같아요. 그 말인즉슨, 마음이 점점 건조해지다고 있다는 뜻인가보다~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약점이 될 비밀보다는 나만의 흐믓한 비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복권 1등 당첨 뭐 이런거요 ㅋㅋㅋ

    2017.08.22 20:5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Aslan

      댓글을 진지하게 읽다가 끝에 하신 말씀에 웃겼어요 ^^;

      2017.08.23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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