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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영화] 화차

개봉일 : 2012년 03월

변영주

한국 / 미스테리,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2012제작 / 20120308 개봉

출연 : 이선균,김민희,조성하

내용 평점 5점

 두꺼운 책으로만 기억된 화차는 왠지모르게 손길이 가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아서 분명 읽어봐야할 책으로 메모를 해놓았는데 왠일인지 화차는 쉽게 읽히지 않았다. 예고편을 보고 봐야겠다라는 결심이 들었는데 개강 후 첫 영화가 화차가 될 줄이야.

 

 

 다소 길게 느껴질 법한 러닝타임이 무시될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다. 그리고 영화에 집중한 만큼의 우울한 여운이 길고 크게 남는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친 여자, 그리고 광기 혹은 안타까움. 하나하나 파헤쳐질 수록 놀라운 진실. 영화의 제목인 화차는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이 타고 지옥으로 가는 불수레라고 하는데 영화 속 선영(김민희)는 화차를 타고 지옥으로 가고 있다. 영화는 비가 세차게 오는 차안에서 시작된다. 문호(이선균)과 선영은 결혼식 한달전 문호의 부모님을 뵈러 고향에 내려가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린 휴게소에서 선영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자신이 사랑하는 선영이 사라진 그 순간부터 문호는 그녀를 찾기 시작하고, 그녀의 집에 가자마자 쫓긴듯 떠난 흔적을 보고 그녀에게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한다. 자신의 능력과 더불어 얼굴을 보지 않고 지낸지 꽤 된 퇴직한 형사이자 사촌 형인 종근(조성하)를 찾아 그녀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를 찾으면 찾을수록 그녀의 삶에는 하나둘 몰랐던 진실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원작은 베스트 설러이자 일본 소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화차는 과연 원작과 어떤 면에서 달라질까 궁금했다. 시사회 평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원작에서는 문호의 역할이 거의 없었던 반면 영화 화차에서는 문호와 종근의 역할이 거의 동등할 정도로 비중이 늘어났다는 사실에, 일본과 한국의 비슷하면서도 오묘하게 달랐던 경제상황이나 사회상활을 어떻게 표현했을 까 기대가 되었다. 일본과 한국, 비슷한 동양권과 유교문화권이면서도 경제상황에서도 크게 비슷한 점이 많았다. 워낙에 폐쇄적이었던 성향탓에 우리보다 먼저 1인 가족의 문제가 시작되었고, 경제상황쪽에서도 우리보다 먼저 커다란 타격을 입고 회생했으니까. 화차는 온전히 우리사회의 퍽퍽하고 암울한 현상을 고대로 보여준다. 그것도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이 드는 선영을 통해서.

 

 

 타인의 삶을 훔친다는 것. 영화 화차에서 문호와 종근이 파헤쳐놓은 선영이란 인물의 과거를 되짚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얼마나 지긋지긋했을까. 본인의 잘못이 아닌 다른 가족의 잘못으로 가정이 무너지고 자신의 인생이 무너지고 심지어, 자신이 사랑한 사람들에게까지 상처내고 지치게 만들고. 그녀는 그녀 자신의 삶이 지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마지막 용산씬에서 문호에게 내뱉던 행복해지고 싶었다는 말이 숨을 쉬는 내내 간절히 빌고 빌었던 소원이었을 것이다. 그 삶을 끝내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없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그냥 볼 수 밖에 없었고, 사채업자들에게 항의할 수도 없었고, 술집으로 끌려나갔던 순간까지도 아무것도할 수 없었다. 간신히 술집에서 도망쳐나왔던 그 순간 파르르떨리며 웃었던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서 도망쳐나온 것이었으리라.

 

 

 분명 선영의 한 짓은 악행이었다.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누군가를 죽였고 대신 살았다. 아무도모르게 다른 사람이 되기위해서 치밀하게 타켓을 정했고, 결국엔 성공했다. 어떤 누군가가 '나'로 살아간다는 것.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 청파동의 다닥다닥 붙여서 사는 원룸이나 옥탑방들이 스크린에 보여지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혼자 살던 누군가가 죽은지 10일이 넘은 후에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생각이 났다. 사채업자와 파산신고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길거리에 수도없이 붙여져있는, 아니 내 핸드폰 메시지로 10분내에 대출 가능합니다라는 문자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슬펐다. 인간은 너무 외롭고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 불현듯 떠올랐다.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 그 지긋지긋한 인생을 다시 리셋할 수 있는 기회는 악행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비가 유충에서 진정한 나비로 태어나듯, 선영은 바로 그것을 꿈꾸었다. 살인을 하고 피범벅이 된채로 헛구역질을 하면서 눈에는 충분히 공포로 가득한데 그래도. 그래도. 행복하고 싶다는 일념하나로 그 공포를 부여잡고 다시 시체를 처리하러가는 그 순간 선영은 그녀의 삶을 놓지않겠다는 집념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문호와 만났을 때도 바르르 떨리던 눈빛과 사랑했냐는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젓는 그 표정은 김민희가 아니라 선영 그 자체였다. 개인적으로 화차의 선영이란 인물은 어느 여배우가 했더라도 매력적이었던 인물이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앞에서 말한 살인을 하는 펜션신에서는 김민희는 굉장히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감독 인터뷰를 보았더니 그 장면에서 김민희가 예뻐보이거나 섹시하면 어떻게 하나 고민을 많이했다고 하더라. 그랬더니 김민희의 답이 자신은 너무 말라서 기괴해 보일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단다. 맞다, 그 장면에서 김민희는 극도의 스트레스나 신경예민으로 엄청 마르고 지쳐보였다. 그래서 안쓰러웠으니까.

 

 

 햇살이 가득 내리던 어느 날, 자신의 동물병원 앞에서 어떤 여자를 보았고 사랑에 빠졌다. 너무 행복했고, 근본없는 여자와 결혼은 안된다던 자신의 부모를 꺾고 이제 행복한 결혼생활이 눈앞에 펼쳐지려고 했던 그 순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사라진 사건때문에 그녀를 찾아서 왜. 그랬는지 묻고 싶다던 문호는 관객과 바라보는 시선이 같았다. 관객도 선영이 왜 그런 선택을 해야했는지 궁금했으니까. 그래서 문호의 매력은 다소 떨어진다. 그가 참고 참았던 화를 토해내는 장면이 있는데 선영의 고향인 제천으로 내려간 뒤 선영의 동창에게서 사채업자인줄 오해받고 싸웠을 때라고 생각한다. 동물병원 원장으로서 온순하고 늘 웃던 그도 답답하고 그녀가 이해가 안됐을테지. 하지만 그가 할 수 있었던건 술을 마시고 눈물을 흘리고 그녀를 찾는 방법밖엔 없으니까. 근데 그녀의 고향에서도 아무런 단서가 나오지 않고 갑자기 억울하게 왜 선영을 찾냐는 물음이 돌아오니 쌓였던 속상함과 화가 한꺼번에 터질수 밖에. 선영과 마지막으로 용산에서 만나던 장면은 애드립이라고 하던데, 이선균의 눈빛연기는 역시나 참 좋았다.

 

 

 종근의 가족사가 한번쯤은 나올줄 알았는데 그냥 그대로 묻힌듯 해서 약간 아쉬웠다. 뇌물먹고 퇴직한 형사님의 이미지도 꽤 잘어울리시는 조성하. 형사만의 예리함은 그 꽃중년의 외모와 은근 잘어울린다.

 

 

 마지막 용산의 CG는 아쉬웠는데 저예산 영화라는 사실에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왜하필 용산이었을까라는 인터뷰에 감독은 아픈곳이라고 말한 걸로 보았는데, 그래. 돈없고 빽없던 그래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그저 숨만 편히 쉬는 것이 소원이었던 사람들에게 용산은 참 아픈 곳이지.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동안 쉬지않고 몰입한만큼 하필이면 용산에서 본 화차는, 그 유령같은 도심을 걸어나오는 순간 신경이 마음이 머리가 아팠다. 화차에서 보여준 현실은 여전히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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