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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디지털)

[영화] 은교(디지털)

개봉일 : 2012년 04월

정지우

한국 /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2012제작 / 20120425 개봉

출연 : 박해일,김무열,김고은

내용 평점 4점

 

 

 은교는 자극적이었던 홍보 마케팅에 희생양이 되는 듯싶었다. 소재가 흥미롭다라는 점에서 입소문이났지만 자극적인 홍보로 눈쌀이 찌푸려진건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 왜 꼭 이렇게밖에 홍보를 하지 못했나 싶어서 홍보팀에게 울컥- 결론부터 말하면 홍보팀을 때려주고 싶을정도로 좋았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언젠간 오래된 앨범에서 엄마의 처녀적 사진 몇장을 보았다. 내나이 또래의 엄마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예뻤고 밝았다. 그 바랜 사진속 엄마가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있었던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딸인 내가 보아도 신기한데 엄마는 얼마나 신기할까. 그랬다, 바로 이 감정을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었던게 바로 은교였다.

 

 무미건조한, 너무나도 정적인 시인 이적요(박해일)의 삶속에 젊고 예쁜 아이 은교(김고은)가 들어온다. 우연히 사다리를 타고 넘어와 커다란 창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아이. 그 아이는 이적요에게 자신의 젊음을 생각나게 하는 도구였을 것이다. 이적요의 옆에는 아들과 같은 잘나가는 베스트셀러작가 서지우(김무열)이 늘 보살핌을 하고 있다. 노인과 고등학생, 이 위태로운 관계를 막기위해 서지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모든 일을 한다. 하지만 서지우는 이 두사람을 갈라놓으려 하면 할 수록 자신은 스승 이적요에게 좀 더 심한 열등감을 느낀다.

 

 이적요의 시선에서 은교는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창이라고 생각했다. 엄청난 재능을 가졌지만 이제는 늙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삶을 살아가는 시인에게 이제 갓 고등학생으로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은교는, 자신의 젊은날을 회상할 수 있으며 자신의 재능을 더 펼칠 수 있는 그 순간을 회상하게 만드는 그런 존재. 그래서 저질스러웠던 마케팅에서의 우려대신에 늙는다는 것은 무얼까, 젊다는 것은 무얼까.라는 생각만이 내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적요가 가만히 눈을 감고 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할 때, 그의 얼굴에서 나타난 그 환희와 행복을 잊지 못할 것같다. 그에게 특별한 존재인 은교와 함께 뛰고 뒹굴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나타난 그 감정. 그래, 현실의 이적요는 은교와 함께 뛰고 뒹굴수는 없었지. 이적요는 젊음을 가질 수 없는 대신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하며 젊음을 동경하고 다시 되돌아가려 한다. 은교는 이런 이적요를 너무나 스스럼없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으로 끌어드리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보여진 은교가 이적요를 향하는 관계는(내 생각엔) 부모의 사랑과 같은 넓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이유없이 큰 딸이라는 그 무거운 짐때문에 엄마에게 화풀이를 당하기도 하고, 생일선물을 고대하고 고대해 작은 공주거울을 받은 아이- 하지만, 이적요는 이런 은교가 집안일을 하는 걸 힘들어할 까봐 교복치마 아래에 체육복을 입은 채로 걸레질을 하는 아이의 앞에 스팀청소기를 선물하기도 한다. 엄마에게 화풀이를 당하고 갈 곳이 없어 비를 쫄딱 맞고 온 그녀의 교복 윗도리를 드라이기로 말려주기도 하면서- 은교는 아마 이적요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던 것같다. 그래서 더 스스럼없이 행동하고 마음을 주었고.

 

 차가운 공대생이었던 서지우에게 마음을 움직이는 이적요는 스승이자 아버지이자 하늘이었을거다. 아들도 하기 힘든 노릇을 수업에서 처음만난 후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그때까지 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어쩌면 서지우는 우리 보통의 평범한 모습을 나타낸걸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보통의 존재들 중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선두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듯 서지우는 이적요처럼 멋진 글쟁이가 되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천재와 보통의 차이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 것- 그는 자신의 글을 쓰길 원했고 수없이 고치며 자신의 글을 써내려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을 거다. 그가 한 행동이 도덕적이든 윤리적이든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해가 되는 건, 어느 정도 선에서 행동을 멈췄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를 감싸주고 싶은 건, 나도 서지우의 현실을 마음을 알기때문일거다.

 

 은교가 말했던, 자신을 예쁘게 써주어서 고맙다고- 자신이 이렇게 예쁜 아이인 줄 몰랐다는- 이 말에서 은교의 그 해맑은 웃음이 오버랩되었다. 이렇게 예쁜 아이를, 사랑스러운 아이를 자기 자신이 몰라주는 게 안타까워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멋지거나 예쁘다는 것을 모른다. 자존감의 문제겠지만서도 은교는 자존감이 없는 것같지는 않았는데, 자신이 주인공인 소설을 보자마자 그제야 깨달았을 거다. 엄마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어도 자신은, 활자에 나타난 자신은 너무나도 예쁘고 아름다운 아이였다는 것을.

 

 은교는 몽롱하고 따뜻한 색감과 함께 현실적인 이야기가 어울려져있다. 몇몇 부분에서는 늘어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만 나는 그 여운을 즐기기엔 너무 좋았다. 세 사람의 연기 또한 너무 좋았고. 개인적으로 촬영지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라서 아는 곳이 나올 때면 흠칫흠칫 놀라긴 했지만 이런게 영화 속 깨알같은 재미아닐까! 이제, 은교를 책으로 접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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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라미미

    은교 밖에 안보이더군요!! 원작은 못 봤지만 왠지 싱크로율 100% 같은 느낌이었어요~
    해맑은 웃음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

    2012.05.16 17:4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청포도

      정말 순수하게 예뻤던 여배우에요. 보는 내내 은교라고 생각하기에 딱, 알맞은:-)
      덕분에 너무 예쁜 영화가 된듯해요!

      2012.05.17 01:43
  • 우루사

    맞아요..정말 은교가 튀어나온 모습?ㅎ 박해일과 김무열의 조합도 좋았는데 역시 노인역은 어려운거 같아요ㅎ

    2012.05.19 20:0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청포도

      약간 어색하기도 했지만, 박해일이란 배우가 노인역을 안맞았더라면 더 어색했을 것같아요. 여러모로 저에겐 참 좋았던 영화에요:)

      2012.05.20 19:28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