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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졌지만 파괴되진 않았어

[도서] 부스러졌지만 파괴되진 않았어

김가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내가 자라던 시기만 해도, 잘못하면 맞아도 된다는 사회적인 통념이 인정되었다. 잘못한 아이들은 속옷만 입은 채로 문 밖에 세워지기도 하고,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종 도구로 맞는 것들을 이야기해도 문제를 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요즘도 종종 보이지만, '맞을만하니까 때린 거다.'라는 가해자의 입장을 두둔하는 일들이 많았다. 가정 내에서 일어난 폭력을 신고하거나 외부로 알리는 일은 아버지로 대표되는 집안의 얼굴을 부끄럽게 하거나, 피해자가 얼마나 잘못했으면 맞았겠어라는 말들로 묻혔다.

 

확실하게 성적을 올려준다는 학원에서의 폭력은 부모들의 묵인하에 인정되었다. 폭력을 행하는 가해자도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피해자도 정당한 이유만 있다면, 때리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절이었다. 학교에서 학생들 기강을 잡는다고 단체 체벌을 이벤트처럼 실시하거나, 교사 눈에 마음에 들지 않은 아이가 조그만 실수를 했을 때, 손찌검을 하거나 슬리퍼로 공개적으로 아이를 때리던 일들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의 싸늘했던 분위기랄지, 공포들은 아직도 마음 깊이 남아있다. 그 피해의 대상이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비겁한 안도감을 느꼈던 내 모습도 떠오른다.  

 

나도 그랬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행했던 폭력, 나에게 했던 폭력, 어머니가 나 잘되라고 때렸던 일들은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어머니와 동생들의 평에 의하면, 눈치 없고 직접 들이받아 대항했던 나는 아버지의 기분을 맞추어주지 않아 더 많이 맞는 타입이라고 했다. 계집애가 어른 말하는 데, 특히 남자 어른이 말하는 데 자꾸 끼어든다고 혼도 많이 났다.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어머니에게 이혼을 권하고, 이 현실에서 도망가자고 했지만, 본인들이 낳은 자식들의 앞날을 생각해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절망적이었다. 이렇게 서로를 괴롭히고 힘들 거면 나를 왜 낳았나?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치밀어 올랐다. 그 모든 것에 도망가고 싶었지만, 무기력이 내면화된 그 시절의 나는 뭔가를 스스로 할 수 없는 인간이라 여겼던 것 같다. 

 

아버지- 어머니로 연결되는 물리적, 정신적 폭력은 보이지 않는 내면세계의 나를 여러 번 죽였다. 아버지로 대표되는 미움과 두려움, 거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나를 죽이고 또 죽이다 보니, 그 시절의 기억들은 흐릿하다. 가끔 동생과 그 시절에 있었던 몇 안 되는 좋았던 동생의 기억을 들었는데, 난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그냥 '싫다'라는 감정과 함께 인생이 지워진 것 같다. 

 

김가을 님의 글은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하루하루를 버텼는지 혹은 나를 스스로 유기했는지를 떠올리게 했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던 일기장, 내게 왔던 친절함을 온전히 받아 들지 못했던 불신, 부모에 대해 끊임없이 부채감을 느끼면서도 그들에게 기대어 꾸역꾸역 살아내는 내 하찮은 몸뚱이를 저주하고, 또 미워했다.

 

폭력은 너무나도 쉽게 전염되었다. 다른 방법으로 사람과의 인간관계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을 몰랐던 어린 나는 그 시절의 내 동생에게는 가해자이기도 했다. 내가 요청한 일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가 했던 것처럼 동생을 괴롭혔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우스갯소리처럼 동생이 언니가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나를 때렸다고 말할 때가 있다. 그러면 참 나는 머쓱해지고 부끄럽고 미안했다. 이 문장을 적는 지금도, 난 동생에게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에 대해 폭력적인 방법으로 억지로 끌고 온 일들이 생각난다. '너를 위해'라는 말로 그의 인생을 좌지우지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너무나도 미안하고, 그 시절의 멍청한 일을 한 과거의 나에게 돌아가 더 좋은 방법은 없었는지를 따지고 싶다.

 

책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김가을 님의 생존기가 너무나도 치열하다.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가족을 경험한 적이 없다. 남들이 말하는 가족의 따뜻함, 안정적인 기반은 가져본 적이 없기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집은 돌아가기 싫은 곳, 잘못하면 혼나는 곳, 누군가의 한숨과 후회가 있는 곳, 그곳을 떠나고 싶은 선녀는 아이들 때문에 날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곳이었다. 

 

내 가정을 가진 후에 내 아이를 한번 때린 적이 있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그게 몇 년 전의 일이었는데, 아이는 아직도 가끔 그 이야기를 한다. '아기였을 때, 엄마가 나를 때렸어'라고 말하는 데, 그때마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내 안에 잠재되어있는 폭력의 흔적들을 일상에서 느낄 때마다 나 자신이 무서워진다.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고 한다. 세상에 맞아 죽을 일은 없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쉼터에는 가정폭력(혹은 아버지 폭력)을 피해 언제 올지 모를 파랑새 같은 가정의 평화라는 희망을 가지며, 어떻게든 가정을 봉합해보려 한다. 사실은 언제 죽을지 모를 소굴로 돌아가는 일이 될 가능성이 많음에도 말이다. 

 

이 책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지만,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리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과거의 트라우마를 끌어내기에,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해야 하기에, 어렵고 아프다. 그럼에도 묵직한 그의 생존기와 고백을 온 마음을 다해 직면해야 했다. 직면해서 내가 가졌던 상처를 살피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던 상처와 폭력을 사과하고, 반성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가을 님을 살렸던 그 책들과 영화가 나에게도 구원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도 가정 폭력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그 상황을 나올 수 있는 구명줄과 같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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