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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무게

[도서] 문장의 무게

최인호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5점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고운 연보라색 바탕에 반짝이는 은박 원의 정갈한 제목까지, 예쁜 색과 디자인의 구성으로 에디터의 정성이 가득가득한 책이다. 예쁜 표지에 홀려서 책을 한참이나 겉만 보았다. 책 안의 문장들이 내게 미칠 무한의 무게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시댁 방문과 연이은 가족 여행 중에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양과 내용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논리적인 글과 저널을 몇 년 동안 읽는 연습을 했던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은유와 예술의 세계가 펼쳐졌다. 분명 한글로 쓴 책이 맞고, 내 모국어는 한국어임에도 문장들이 쑥쑥 뇌를 통하지 못하였다. 눈으로 급히 글자를 따라가다 내용을 음미하지 못했고, 몇 번이고 책은 집 한 귀퉁이에 방치되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지난 몇 년간 내가 읽은 책들은 에세이, 실용서, 철학, 과학과 관련된 책, 육아서, 일부 소설 등에 국한되어 있었다. 제일 읽기 힘들어하는 영역이 시와 문학인데, 그나마 주제가 익숙한 것은 쉬엄쉬엄 읽었지만, 조금만 어려워진다 싶으면, 신경세포들이 탈출하기 시작한다. 나도 탈출한다. 

 

문장의 무게는 작가님이 엄선한 작품들 중에 좋은 글귀들을 작가님의 세계관으로 다시 쓰고, 부언하고 읽어준다. 그런 친절한 해석에도 어떤 책과 문장들은 내 마음에 들어오지 못한다. 순전히 내 문해력과 감성의 문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한 권으로 문학 작품에 대한 내 태도와 선호도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순전히 내 기준에서) 은유가 지나치거나, 현실에서 너무 동떨어진 글들은 일단 아무리 잘 쓴 문장이라도 마음이 가지 않았다. 철학이나 사상가의 글들은 오랫동안 머물다 가기도 했다. 내가 고민했던 상황들과 우연히 들어맞는 문장들은 더욱 그러했다.

 

고전들이 가지는 힘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책의 두 번째 장점이다. 학창 시절에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고전 시리즈, S대 교수들이 추천한 고전이라는 타이틀로 끝도 없는 도서 목록에 기가 질린 경험이 있다. 저런 책을 꼭 읽어야만 명문대를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수많은 광고 문구들에 혹하면서도 막상 다가가기 어려워 첫 장을 펼치기 어려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훌륭한 마중물이 되어준다. 고전의 권위에 압도되어 온몸으로 거부를 하는 내게, 한 문장이나 한 문단은 고전으로 들어가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이탈로 칼바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허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즐거운 학문>, 세네카의 <화에 관하여>는 읽고 싶은 도서 목록으로 표시하였다. 

 

어떤 문장들은 가볍게 쓰이고, 가볍게 읽히고, 가볍게 희석된다. 어떤 문장들은 꾸덕꾸덕한 진한 치즈케이크처럼 농밀하고, 오래 남는다. 고전에서 뽑아 올린 문장의 무게를 느끼고 싶다면, 두고두고 읽어도 좋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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