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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치 1

[도서] 헨치 1

나탈리 지나 월쇼츠 저/진주 K. 가디너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영화에서 현실은 빌런을 쫓는 과정이나, 싸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사고와 사건들은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시원한 액션이나 잘 짜인 합을 보여주는 실감 나는 배경에 불과하다. 가끔씩 불편한 감정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나친 오지랖같이 느껴지지만, 볼거리에 지나지 않는 소품 같은 그 일상들이 현실의 문제가 되면 어떻게 되려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좌판에 늘어놓고 파는 각종 물건들에는 한 가족의 하루나 그 이상을 책임지는 가장의 무게가 담겨 있을 것이다. 빌런들과 히어로가 도심을 누비며 마구 파괴하는 빌딩과 건물들은 누군가의 일터이자 쉼터일 것이다. 큰 폭파로 날아간 건물 안에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들 중이 다수는 다치거나 생명을 잃을 것이다. 혹여나 운이 좋게 물리적인 피해를 간신히 피했다고 하더라도, 다칠 뻔하거나 생명을 잃을 뻔한 사람들은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나? 

 

선과 악으로 대변되는 히어로와 빌런의 정체성은 도대체 누가 정하는 것인가? 24시간 히어로로만 빌런으로만 살 수 없다면,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도 누군가와 함께 삶을 공유하고, 일을 할 텐데... 다수의 영화에서는 한 덩어리의 조력자로 나타났다가 먼지처럼 사라져 버린다.

 

헨치의 트로메들롭은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인물이다. 생활인으로서 빌런의 하찮은 조력자였다가 슈퍼콜라이더의 공격으로 죽을 뻔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경험은 슈퍼히어로가 선을 추구한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뜨리는 계기가 된다. 졸지에 실업자가 되고, 평생 걷지 못할 장애가 생길지도 모를 상황에 슈퍼콜라이더(히어로)가 빌런을 처치한다는 명목으로 끼치는 경제적 손해에 대해 계산한다. 그의 과도한 대응으로 죽을 뻔한 그녀에게 슈퍼히어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분노한다. 그리고 레비아탄과 일하게 되면서 빌런으로서의 자질을 각성한다. 정면 승부를 하지 않는다. 미디어와 SNS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정보원들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그들의 삶에 균열을 낸다. 트로메들롭은 필드에서 직접 활동을 하는 필드형 빌런은 아니다.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그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아내고, 실행 가능한 가설을 세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면모를 보인다. 슈퍼콜라이더의 공격에도 죽지 않고 살아난 빌런으로 유명세를 얻고, 빌런으로서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슈퍼 히어로는 미디어와 사람들의 소망으로 신격화된 부분이 있기에, 그 미세한 종이를 열면, 선과 악이 공존한다. 특히 선하고 정의로운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로 대표되는 공권력과, 히어로 대표 기관은 눈에 보이는 뻔한 진실-정의 실현을 이유로 인적, 물적 피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빌런으로 이름 붙여진 자는 그 죄가 아무리 경미하다 해도, 정당한 절차 없이 처단되는 것도 용인된다.

 

소설로서 다소 가볍게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묘사를 해놓았지만, 그러한 논리들이 우리 일상에도 깊이 뿌리 박혀있기에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의롭다고 여겨지는 진보 계층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나 소수자 차별 사건이 대의를 위해 내부적인 문제로 쉬쉬하고 묻히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평등하지 못하다. 다소 덜 정의롭다 여겨지는 정치 집단에서의 동일 사건은 원래 그런 집단에서 일어날만한 사건이어서, 크게 이슈조차 되지 못한다. 반면, 정의롭게 여겨지는 집단에서의 동일 사건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조그마한 흠이라 캐내지 못할까 안달이다.

 

어느 위치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동일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보아왔다. 절대선, 절대악이라는 것은 원래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고 실재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이 소설에서 말하는 '선하지 않은 히어로와 악하지 않는 빌런의 대결'은 그 설정 자체가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기 좋은 책이다. 그 안에서 재미만을 읽어도 좋고, 현실 세계를 생각하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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