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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옷장

[도서] 지구를 살리는 옷장

박진영,신하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저자인 박진영, 신하나는 패션업계 종사자로서, 의류 산업 전반의 이해가 깊은 사람들이다. 멋지고, 아름답고, 비싼 소재들을 사용한 옷을 만드는 작업에 관여하며, 판매를 해왔다. 그러던 그들이 어느 날 삶의 방식으로 비거니즘을 채택했다. 먹는 것만 비건의 모든 것인 줄 알았던 그들은 우리가 입고 있는 옷과 관련된 산업들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 비윤리성, 비인권적인 노동환경에 대해 각성하게 된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설빔, 추석빔이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옷을 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없는 살림에 좋은 브랜드의 좋은 소재의 옷은 깨끗하게 입고, 동생 혹은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갑자기 옷이 너무 흔해졌다. 한 계절도 못 입는 티셔츠, 금방 헤지는 양말, 각종 신발들은 그 용도가 다 했다고 여겨지면 쉽게 버려졌다. 어린 시절에 구멍 난 옷이나 양말을 꿰매거나, 조각 천을 이용해 덧대는 것이 흔했던 그 시절은 내 기억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먼 일로 여겨진다.

 

Zara, H&M, 스파오, 유니클로와 같은 패스트패션을 주도하는 회사들이 득세할수록, 의류 쇼핑은 흔한 일이 되었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입지도 못할 제품들을 쌓아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옷은 나의 개성을 표현하는 한 수단으로 각광받았지만, 우리가 입는 옷들은 대게 그 회사들이 내놓은 비슷비슷한 디자인을 입는 비슷한 유행만이 남았다. 그나마 의류 수거함으로 들어간 옷들은 어디선가에서 재사용이 되고 있다고 믿었지만, 실상은 가난한 나라에 옷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동참하고 있었다. 

 

'천연' 소재라는 마법의 단어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옷과는 차별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실상은 그 천연의 가죽이 질 좋은 상태로 유지되고, 각종 병균과 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해 수많은 화학 약품들이 사용된다는 사실은 숨겨져 있다. 더군다나 최상의 가죽을 얻기 위해 인간들은 동물의 발톱을 뽑고, 이를 제거하고, 움직임을 제한한다. 이 모든 행위는 인간의 의(衣)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 아니다. 송치 가죽이 한 때 유명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어디서 유래한지도 모르고, 너무 좋아한다고 했던 유명인의 모습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그는 알고 있을까? 그 가죽은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갓 태어난 송아지를 도살함으로써 얻어졌다는 것을?

 

패션업계의 많은 부분은 마지막 사용자들에게 가죽이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다. 가죽은 어차피 먹을 고기의 부산물이니, 쓰지 않는 것이 더 손해라는 인식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가죽을 얻기 위한 가축은 별도로 길러지고 있다. 가죽을 얻는 형태도 결코 윤리적이라 할 수 없다. 부드러운 가죽을 얻기 위해 동물들은 죽지도 않은 상태에서 가죽이 벗겨지는 수모를 당한다. 

 

나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철마다 사는 옷들이, 패션 소품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천연자원을 훼손하고 낭비하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의 저임금 노동을 강요한다. 좀 더 부드럽고, 고급져 보이고, 천연적인 푹신함과 따뜻함을 위해 동물들이 어디선가 좁은 케이지 안에서 사육당하고 있다. 그들에게 남아있는 미래는 기절한 상태에서 가죽을 벗겨져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몇 년 전부터 홧김에, 혹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옷이 예뻐서, 유행템이라 옷이나 소품을 사는 일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그 이후에 옷을 전혀 사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끔 그런 마음이 들면, 그저 눈으로만 옷을 훑어볼 뿐이다. 차분한 상태에서 옷들을 보면, 왜 사지 않아야 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이유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물자를 귀히 여기던 옛사람의 지혜를 다시 받아들여야 할 때인 것 같다. 

 

★본 서평은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다만, 해당 서평에 대한 출판사 측의 가이드라인은 없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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