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다이브

[도서] 다이브

단요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다이브의 세계는 근미래에 마주할 법한 현실일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매년 갱신되는 기후 재앙의 크기와 빈도, 그 범위는 내가 사는 곳도 바닷속으로 잠겨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불안과 의문이 들게 한다. 2057년, 한국의 동의어인 서울은 그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높은 곳을 제외하고 우리가 추앙하던 수많은 기술과 물질문명들이 있던 대부분의 지역들이 바닷속으로 잠긴 후, 생존을 위한 활동만이 남았을 뿐이다.

 

선율과 우찬의 내기로 발견된 수호는 기계 인간이다. 인간 채수호의 기억을 이식한 기계!

 

 "너의 기억을 깨워 줄게."

 

2038~2042년의 기억이 사라진 채로 눈을 뜬 수호는 우리가 곧 맞이하게 될 다양한 인간의 형태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신체적 노화나 장애로 인한 결함이나 부족을 기계로 대체하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모든 몸이 기계로 대체되고 파일화 된 형태의 기억만이 최종으로 남는다면, 그것은 인간과 로봇을 가르는 선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아니면, 이미 기계와 한 몸처럼 24시간을 보내는 우리에게 그 선의 경계마저 무의미한 것일까?

 

"여기에서 사람 채수호와, 파일이 된 채수호의 기억과, 배터리를 달고 움직이는 채수호의 차이를 깊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수호 자신 뿐인 듯했다. 그것으로 충분한가, 더 물어야 할 게 있지 않나 싶으면서도 기계 인간 수호의 남은 삶에 있어서는 그게 바로 정답인 것 같았다." (p.60)

 

기계가 된 수호는 재미있게도 그 기억을 근간으로 판단을 내리고, 독립적으로 행동을 한다.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졌던 사고 능력마저도 AI 기술의 등장으로 그 경계가 흐릿하다. 사랑하는 아이의 건강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싶은 부모의 욕구는 인간 채수호의 실질적인 사망 이후에도 계속된다. 채수호의 기억을 탑재한 하드웨어는 어느 순간 자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기계의 오작동으로 명명되는 자아 찾기는 인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괴하고, 오싹하기도 하다. 동시에 우리는, 우리 아이들은 사실 살아있는 기계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 순간이 뭉쳐 구체적인 의심이 된 날부터 수호는 자신의 기능이 무엇일까 묻기 시작했다. 항상 웃고, 씩씩하게 돌아다니고, 말을 잘 드는 것. 화도 싫증도 내지 않고 영원히 햇살 아래에서 반짝이는 것. 미래도 과거도 묻지 않고 모든 시간에서 한결같은 것. 그건 딸의 기능이 아니었고 사람의 기능도 아니었다.

거기에서부터 다시 질문이 늘어났다. 절전 상태에 들어갔다 나오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일 수 있을까. 코드를 고쳐서 버그를 수정하듯 내 마음도 그렇게 바뀌는 게 아닐까. 불만은 한순간에 잊고 무엇이든 좋게만 받아들이도록. 어쩌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가 버그일지도 모른다. 착한 딸 기계가 오작동을 시작한 것이다."(p.158)

 

누구를 위해 긍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그들의 의도에 벗어나지 않아야 하며, 정해진 트랙에서 최선의 결과만을 수행하기 위해 삶을 살아야 하나? 아무도 정답이라 말한 적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길처럼 하나의 길을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는 지금의 인생에 정작 나라는 핵심은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살아 있으면 좋다, 죽으면 나쁘다 하는 느낌만으로는 그런 대답밖에 못 할 거야. 알 수 없으면 하지 말아야지. 알 수 없으니까. 일단 저지른 다음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란 소리다. 게다가 그다음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란 소리다. 게다가 그다음의 일을 생각해 두지도 않았다면, 너희가 어떻게 느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어……."(p.36)

 

서문 경 삼촌의 말은 본인을 향한 반성이지만, 사실은 아이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본인들의 편의에 따라 수호를 되살려 낸 부모를 향한 뼈 아픈 지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지적은 부모가 먼저 살아봤으니, 나쁜 영향은 1도 주고 싶지 않아, 각종 통제를 정당화하는 나를 향한 일침이기도 했다. 그 결과는 오롯이 부모 없는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 아이의 몫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불운을 예감하면서도 열 수밖에 없다. 좋은 물건은 그런 곳에만 있으니까. 선율은 삶에도 그런 순간이 있다는 걸 알았다.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불안과, 이래야만 한다는 강박이 서로를 옭아매면서 만들어 내는 순간이." (p.46)

 

때로는 최선이 아니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대면하게 된다. 그 일을 피하든, 정면으로 마주하는 선택을 하든 대면할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가 자라면서 겪게 되는 모든 순간에 부모는 안전망을 대 줄 수는 없다. 그저 아이가 스스로 내린 선택을 지지해주고, 혹시 모를 실패를 겪어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는 수밖에 없다. 성장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다이브 #소설다이브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영어덜트 #판타지 #아이부터어른까지 #출판사도서제공 #서평단 #서평_2022_54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