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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끄는 건 나야

[도서] 불을 끄는 건 나야

조야 피르자드 저/김현수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이들이 부산스럽게 하교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스토리는 전개된다. 아이들은 에밀리라는 새로 이사온 아이를 친구라고 소개했고, 함께 간식을 먹는 도중 들이닥친 무례하기 짝이 없는 에밀리의 할머니를 통해, 앞으로 이들에게 일어날 일들이 그저 평온하지 만은 않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주인공인 클래리스는 가부장적인 남편을 두고 있고, 큰 아들 그리고 쌍둥이 딸을 키우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은 엄마를 시시 때때로 서운하게 하고, 쌍둥이 딸들은 여전히 생기발랄하고 귀엽지만 지친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엔 아직 어리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출가한 딸의 집을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잔소리를 퍼붓는 친정 어머니와 언니에 대한 배려심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여동생까지 상대를 해야 하는 클래리스는 하루하루가 힘겹다.

 

남들이 보기에 평범하기 그지 없는 삶을 살고 있는 클래리스이지만, 자신의 헌신적인 삶을 당연히 여기고, 누구 하나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아 지쳐 있던 그녀에게 에밀이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앞서 아이들이 친구라고 데리고 온 에밀리의 아버지 이기도 하다. 클래리스의 무심한 남편과는 달리, 에밀은 섬세하고 자상하다. 가족을 동반하여 몇 차례 함께 식사를 했고, 클래리스가 해결하기 어려운 몇 가지의 집안 일을 도와준 정도이지만 클래리스는 에밀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녀의 이런 감정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이, 그 동안 존재감 없이 살아온 그녀의 존재를 처음 인정해 준 남자이기에, 클래리스 입장에선 자신의 존재와 자신의 삶을 새로이 바라볼 수 있는 큰 변곡점이 되어준 존재라 봐도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이 책은, <불을 끄는 건 나야>라는 책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가족을 돌보는 것이 전부이고 남들에게 휘둘리며 살아가던 한 여성이 주체성을 갖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일상은 일상대로 흘러가지만, 그 안에서 그녀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되고,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삶을 대할 준비를 한다.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만한 이렇다할 일은 없었지만, 에밀을 통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 클래리스는 더 이상 에밀이 없어도 그녀의 삶에 있어 주인이 되는 법을 배웠기에, 더 멋지고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갈 것을 기대하게 한다. 같은 여성으로서, 아이의 엄마로서,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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