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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도서]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최고 지식인의 조언들

_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난다, 2013)을 읽고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던 황현산 선생님의 산문집이다. 짤막한 길이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이 명쾌하고 간결하게 담긴 수준 높은 명작으로 수필의 정수라 할 수 있겠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필독서로 거듭 권유를 받은 터라 열심히 읽었다.

 

머리글에 문학에 관한 논문이나 문학비평이 아닌 글로는 내가 처음 엮는 책이다라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00년부터 4년간 한겨레 신문과 2000년대 초엽에 국민일보에 실렸던 칼럼을 위주로 엮은 책이다. 올바른 글쓰기의 표본인 만큼, 비문과 오탈자가 없고, 정확한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의 두 번째 산문집인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을 주문해 놓고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글쓰기에서 의성어, 의태어를 남발하지 말자고 말한다. 의성어, 의태어는 일면, 생생한 표현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사용의 남발은 플로베르가 주장한 하나의 사물에는 하나의 언어가 존재한다는 일물일어설에 의하면 그 사물이나 상황에 딱 맞는 표현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작가의 게으름이라고 일갈한다. 동시를 주로 쓰는 나로서는 의성어, 의태어를 쓰는 일을 지양하고 더욱더 적확한 표현을 찾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영화와 시, , 인물 등 현대의 시대 상황에 맞는 이슈들을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경험담과 함께 주장을 펼쳐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찬찬한 그의 글을 읽고 있자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끌림이다.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살았던 고향 목포 비금도를 사랑하고 추억하며 애정을 드러낸다. 자신의 생각의 터전, 밑바탕이 된 고향의 자연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감동을 준다.

 

소금과 죽음에서 죽음을 끌어안지 않는 삶은 없기에, 죽음을 막다 보면 결과적으로 삶까지도 막아버린다며 좋은 소금을 사겠다고 진짜 소금을 외면하는 세태를 한탄한다. “죽음이 함께 깃들어 있는 삶을 고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살아있는 삶을 강조한다.

자연과 인간 본성을 외면하고 물질 만능으로 변해가는 사회를 한탄하는 내용이 많지만 그렇다고 그가 고루한 사람은 아니라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타협하는 개방적인 인식의 소유자다. 프랑스 유학과 교수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더 가능했을 터다.

글쓰기에 대한 가르침, 참 어른의 다독임, 먼저 살아간 선배 문인의 소회 등 배울 점이 정말 많은 귀한 책이다. 나도 가까이 배움으로 따르는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에 황현산 선생님 가까이에서 따르고 지도받는 제자들의 입장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컸을 거라고 짐작된다.

 

그 세상의 이름은 무엇일까는 용산참사에 대한 내용을 쓴 글이다. 이 참상 앞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시인, 소설가, 비평가 192인이 작가 선언을 발표한 것을 책으로 묶었다고 한다. “언제나 끝까지 잊어버리지 않는 것은 글 쓰는 사람들이다. 사실은 잊어버리지 않는 사람만 글 쓰는 사람이 된다고 말하며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 그런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가 무슨 소용인가에서 시인이 제 몸을 상해가며 시를 쓴다는 것은 인간의 감정을 새로운 깊이에서 통찰한다는 것이며, 사물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개척한다는 것이며, 그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과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이다라고 시에 대한 인식을 일깨워주고 있다.

 

3부까지 편집된 글인데 2부는 특별코너로 사진을 배경으로 그 사진에 대한 글을 적었다. 전원일기, 강원도의 힘, 겨울의 개, 찌푸린 얼굴들, 빈집이 그것인데 사진을 해독하는 능력과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하는 능력이 특출나다. 사진 속 설명은 물론, 그 이면까지 상상을 더 해서 이야기를 펼치고 있어서 마치 그가 사진 속 배경에 다녀온 것은 아닐까 착각이 들었다.

인간 본성을 일깨우고 바른 삶의 자세, 생각의 자세, 마음의 자세를 다독이듯 알려주는 찬찬한 가르침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는 귀한 경험을 안겨준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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