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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2일째, 퇴사 1일째.


집 앞 현관문에 눈이 소복이 쌓일 정도로 펑펑 눈 내리던 3월 뉴욕에서 돌아온 한국은 따스했다. 줄이 길게 늘어진 입국 심사 없이 얼른 들어오라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내게 문을 열어 준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견뎌내야 했던 비난과 선택이 끌고 온 책임에 한없이 움츠러져 있는 나를 꺼내준 건 여권을 확인한 공항 직원의 한 마디다. 


"미리 생일 축하해요. 3월은 참 설레죠?" 


"뉴욕 주재원 가면 돈도 많이 모으고 여행도 자주 가겠네." 누군가는 부러워한다. 

"원래 퇴사가 힘들지" 누군가는 쉽게 말한다. 


직장인이라면 '퇴사'가 그리 유난 떨 일은 아니다. 나도 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언젠가 한 번은 겪어봐야 할 일이라는 걸. 그러나, 나의 첫 퇴사 경험은 "원래 그런 거니 네가 감내해야 해"라고 하기엔 전쟁터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아이에게 "총을 무서워 하지마"와 같다. 



내게 총은 사람이다. 


회사 빌딩 층마다 내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는 걸 본다면, 첫 해외파견을 응원하는 대표님과 축하하는 본사 직원들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4시간의 긴 비행 끝에 날아온 뉴욕에서 며칠 되지 않아 전달한 퇴사 소식은 뉴욕에서 보내는 첫 주말을 산산조각냈고, 그런데도 몇 주간 한 집에서 같이 살며 24시간 붙어 있는 동안, 뉴욕의 화창한 햇살은 내게 너무 차가웠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모든 원인이 내게 있다는 사실이 날 집어삼켰다. 



"퇴사는 헤어지는 연인과 비슷해. 

구질구질하거든."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무책임하다고, 참을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챙겨 간 옷을 다 꺼내 입어보지도 못한 채 다시 짐을 싸야 했던 내가 돌아온 이유, 그리고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쓰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다. 내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그렇게 받은 상처가 성장이 되기를.


이렇게 빨리 다시 돌아온 인천 공항, 

비행기 모드를 끄기 무섭다. 이대로 계속 꺼져 있기를.


INTRO -  귀국 2일 째, 퇴사 1일째


이 내용은 99% 영감과 1%노력으로 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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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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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휘연

    수고했어요. 고생했어요. 토닥토닥
    돌아온 걸 환영해요^^ 보고싶었어요.

    2018.03.17 08: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꿀벌

      휘연님 여기 운영자 같아요. 어쩜 이렇게 매번 1등을 할 수 있는거지! 저도 보고싶었어요! >_<

      2018.03.17 15:00
  • 파워블로그 고독한선택

    프롤로그....

    지금은 좀 쉬세요, 몸과 마음 모두에게 휴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쉬시고 나면 어떤 상황에도 잘 챙겨 드시고 꾸준히 운동하세요. 몸이 건강하면 정신이 유연해지더군요. 그리고 무소의 뿔처럼 가시기 바랍니다.

    2018.03.17 11:0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꿀벌

      처음으로 시리즈 형식으로 한번 써보려고요! 프롤로그를 똭! 강조해주셨네요! 운동을 강조해주셨는데 마침 어제 미루고 미루던 필라테스 체험수업 받고 등록했어요! 필라테스 등록하기 전까지 총 6곳에서 상담을 받았.... 이 곳을 선정한 이유, 첫 수업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쓰고 싶기도 한데, 일단 이것(?)부터 마무리 지어야 밝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소의 뿔처럼 가라는 조언 감사합니다 :)

      2018.03.17 15:02
  • 파워블로그 march

    소설 맞죠?

    2018.03.17 09:4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꿀벌

      우리 모두 소설 같은 때론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

      2018.03.17 15:03
    • 파워블로그 march

      그렇죠? 모든 삶이 한 편의 소설이죠^^

      2018.03.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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