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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의 작사법

[도서] 김이나의 작사법

김이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빨리 읽히지만 오래 읽고 싶은 책 <김이나의 작사법> 오랜만에 자신 있게 추천한다.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당신이 이 책을 알아본다면, 이 책은 당신의 일상을 새롭게 탄생시켜주는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라고 한 김용택 시인의 추천서처럼 음악을 귀로 듣지 않고 눈으로 듣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권한다. 


한 사람의 작사법이라고? 

놉! 음악 산업에 대한 기초 서적!


솔직히 작사를 쉽게 생각했다. 대부분 가사가 그러하듯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는다. 쉬운 말로 쓰인 가사만 보고 '2분 정도 불리는 시'정도라고만 여겨,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구입한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안 되겠네'다. 하지만, 어떤 부분이 어렵고 어떤 부분을 쉽게 생각했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내 환상을 깨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가사는 '쓰는' 글이 아니라 '부르고 듣는' 글인 만큼, 철저하게 계산된 결과물이다. 어떤 계산이 필요하냐면, 작게는 노래를 부를 가수의 호흡과 멜로디에 맞는 가사의 정확한 음절 수를 추정하는(자수를 딴다고 한다) 것부터 넓게는 팬이 바라보는 가수의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그리는 것까지 계산된다. 멜로디에 맞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설정하는 건 지금 당장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설레지만, 음절 수를 따는 건 굉장히 못 할 것 같다. 이걸 못하면 '작사'가 아니다 '개사'라고 저자는 콕 집어 말한다. 


가사 속의 캐릭터는 화자(가수)의 성격, 환경, 성별 등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지는 한 명의 가상 인물이다. 똑같은 이별을 겪더라도, 누군가는 말없이 보내주고 누군가는 지질하게 매달리고 또 누군가는 복수의 칼을 간다. 이러한 차이는 앞서 열거한 '다양한 요소'의 조합이 내는 결과다. 나는 작사 작업을 앞두고 가장 먼저 곡의 분위기를 파악한 뒤, 이 캐릭터 설정 단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이번 주인공은 '소심한가' '순정파인가' 하는 굵직한 성격에서부터 '경험은 많은가' '연애 당시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는가'하는 세밀한 요소까지 스케치한다. 그래야만 가사 전체를 통해 나타나는 '인물'이 실제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다른 사랑노래들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p.23)

- 다 같은 사랑타령? 매 순간 치열한 캐릭터 전쟁


작사가는 여러 관계자(프로듀서, 제작자, A&R, 작곡가, 가수, 재킷 및 CD 제작가)들과 가까이에서 작업해야 한다. 어떤 업무든 그렇겠지만 작사가는 유독 심하다. 많은 사람과 협업하는 만큼 사용 용어에 대한 지식도 필요한데, 작사가 전문용어 사전 (p.97)을 통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핵심은 시간 싸움이다. 다섯 곡 중 하나꼴로 '녹음이 내일이다'라며 데모를 보낸다고 하니, 감정을 끌어올리며 여유 부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사치고 얼마나 치열하고 냉정하고 냉혹한지 알 수 있다. 김이나 작가님이 처음 달아본 간판 (타이틀 곡) 역시 한 시간 뒤에 녹음을 시작해야 한다며 부탁한 가사였다. 그렇게 드라마 <궁> OST가 탄생했다. '빨리 쓰는 작사가'를 경쟁력으로 삼았다고 하니 만만치 않은 세계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가수가 녹음하는 단계 직전에 놓여 있는 과정이 '작사'다. 즉 작사가들은 데드라인에 매우 가까이 있다. 시간이 많이 주어지는 일이 드물다는 뜻이다. 너무 촉박하고 힘들 때는, 안 써도 된다. 나 아니더라도 가사를 맡길 사람은 많을 테니, 하지만 작사가가 이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자신의 기회와 신뢰를 잃는 것이다. 따라서 작사가에게는 빨리 쓰는 것 또한 능력치 중 하나이다.... 이 일은 특히 시류와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아무리 경력이 많고 노하우가 있다 한들 소용없다. '잘 써왔던 사람'이라는 것보다 지금 당장, 오늘 잘 쓰는 사람의 가사의 필요한 것이다. (p.88)

- 날마다 데드라인, 잘 쓰고 빨리 써야 살아남는다


누가 예술가는 배고프고 꿈을 쫓는 거래? 

현실의 눈을 뜨게 해주는 저자!


아닐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특정 직업군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유치원 선생님은 육아에 능할 것이고, 예술을 하는 사람은 자유분방할 것처럼 음악 하는 사람들은 이성적 보다는 이상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김이나는 작가는 굉장히 이성적이다. 허지웅 작가는 거기에 한술 더 떠 '김이나는 교활한 작사가다'라고 한다. "한 번도 내가 예술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만 좋은 일꾼이라고는 생각해왔다."라는 작가의 말 첫 문장만 보더라도 작가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특별하다. 작가가 책을 기획한 첫 의도대로 '꿈을 향해 뛰어라'라는 말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도 꿈을 위해 무모해진 적은 없다... 지극히 현실적이었기에, 작사가가 되겠다고 모든 걸 때려치우고 시상을 떠올리는 데 몰입하는 등의 행동을 해본 적이 없다. 정말 간절하게 음악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불확실한 자신의 재능만 보고 현실을 포기하는 사람이 간절한가, 아니면 현실을 챙겨가며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멀리서부터라도 그 일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이 간절한가? 나는 '간절하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급하기만 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은 쉽게 환경을 탓하고, 잘된 사람들에게서 다른 외부적인 이유만을 보며, 결국에는 쉽게 포긴한다. 그럴만도 하다. 당장 하루하루가 당신을 죄여올 텐데, 어떻게 마냥 재능이 터지기만을 기다리며 한우물을 팔 수 있겠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핏줄 부자가 아닌 바에야. (p.12) 


나는 간절함과 현실 인식은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이 간절할 수록 오래 버텨야 하는데, 현실에 발붙이지 않은 무모함은 금방 지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간절하게 한쪽 눈을 뜨고 걷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그 기회를 알아보는 것도, 잡는 것도 평소의 간절함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다. 모든 직업은 현실이다. 그러니 부디 순간 불타고 마는 간절함에 속지 말기를. 그리고 제발, 현실을 버리고 꿈만 꾸는 몽상가가 되지 말기를. (p.15)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노래를 켠다. 하지만 가사를 주의 깊게 들어본 적은 없다. 흥얼거릴 정도지 제대로 외우고 있는 가사가 없었다. 책에 예시로 소개된 가사가 나올 때마다 노래를 하나씩 맞춰 들었다. 그래서 책 읽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처음으로 가사를 음미해보니 노래가 귀로 들리는 게 아니라 눈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 노래 가사를 이 분이 쓰셨구나'라고 깨닫고 발견할 때마다 추억에 젖는 즐거움이 있고, TV 속에서만 보던 유명 가수들과의 작업 이야기를 보는 것도 이 책에 숨겨진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한 사람에 꽂히면 그 사람과 관련된, 책, 기사, 블로그, 이벤트에 대해 찾아보는 편이다. <슈가맨>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걸 보고 궁금해서 책을 구입했다. 사람에 대한 궁금증은 곧 음악산업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이 책을 만나 아직 터지지않은 재능만 믿고 무턱대고 도전하지 않게 되어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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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이루

    저희집에 있는 책 같아요~ 찾아봐야겠어요^^;; 가사로 듣는 음악과 멜로디로 듣는 음악이 따로 있는데 성향에 따라서 의미를 잘 전달하는 가수가 있는가 하면, 그 분위기나 느낌을 잘 전하는 가수가 있는 듯 해요. 그래서 이미지를 그린 다음, 작업을 하는 김이나의 방식이 공감이 됩니다.
    '라디오 스타'에 나온 작사가 김이나를 보고 호감도가 더 높아진데다 꿀벌님의 리뷰도 만났으니, 사놓기만 하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조만간에 펼쳐야겠어요~^^

    꿀벌님~ 쪽지 보냈으니 짬나실 때 확인해주세요*^^*

    2018.03.18 08:4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꿀벌

      이루님! 댓글보다 쪽지를 먼저 보고 바로 답했지요 *^^* 저도 '라디오 스타'보고 호감도가 높아 졌어요 :) 이 책은 오래오래 곁에 두고 천천히 읽으면 좋아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을 잘게 잘게 나눠서 포장해 먹는 초콜릿과 같아요~

      2018.03.18 11:01
  • 파워블로그 휘연

    우왕~ 노란색 겉표지가 꿀벌님 느낌이네요 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보다는 가사를 듣는편이지요. ‘헐, 이건 싸이코잖어’ ‘우어 ㅠ 스토리보소 ㅠㅠ’ 라며 이야기를 평가하기도 한답니다. 가끔 노래 한 곡에 스토리 하나를 완벽하게 녹여낸 걸 보면 깜짝 놀라기도 하지요. 그게 저자가 말하는 설정, 캐릭터 선택 같은 작업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정성들여 하는 일이니 가사에 잘 녹아 들었나봐요. 순간 순간 작사가 되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해봤는데, 역시 저도 맞지 않는 직업인가 봅니다 ㅋㅋㅋㅋ 데드라인이 저리 짧은 상황에서 그 스트레스란... 으어~
    작사가에 대한 편견을 저도 꿀벌님 덕분에 깼네요 히힛

    2018.03.18 09:0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꿀벌

      오올 휘연님~ 완전 모범생이였는데요? 전 거의 멜로디만 듣고 가사는 듣지도 않아요. (잘 안들린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짧은 노래 속에서 스토리 까지 생각하시다니, 엄청난 레벨이십니다! 저한테는 완전 신세계였는데, 휘연님은 이미 책을 읽은 것 같은 습관을 갖고 계셔서 추천안드리는걸로 ㅋㅋㅋ 데드라인 완전 놀랍죠?

      2018.03.18 11:03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꿀벌님~ 우수 리뷰 축하드립니다~^^

    2018.03.20 11:4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꿀벌

      꺄 모나리자님 감사합니다! 이웃님들 댓글보고 알았어요!

      2018.03.2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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