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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다양한 여행이 있다. 혼자 하는 여행,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 

친구랑 떠날 땐, 숙박비를 아끼고 식비에 집중하고 가족과 함께할 때는 이동수단에 특히 신경을 쓰는 등 여행하는 대상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고, 여행 예산을 어떻게 쓸지에 따라 여행 주제가 바뀐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다양하다. 성장하기 위해서, 사색을 즐기기 위해서,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주는 즐거움이 여행의 매력이다. 


새로운 곳에서 그 나라의 문화를 접하면서 익숙했던 우리 문화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데, 다른 나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걸 편하게 누렸는지 깨닫게 된다. 최근 스페인에 다녀온 지인은 장애인 표시, 노약자 표시에 성별 구분이 없는 걸 보고 한국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성별을 구분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표지판도 낯선 곳에서는 흥미로운 관찰이 되다니!


엄마, 아빠와 떠난 여행과 할머니를 모시고 떠난 여행은 기존의 가족여행과 전혀 달랐다. 여행보다는 도전에 가까웠는데  철저히 약자의 여행이었다. 87세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다. 이동할 때마다 가장 먼저 휠체어가 있는지를 스캔하는 건 기본. 계단 대신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찾고 모든 동선과 상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다. 


수없이 들락날락한 인천공항에서는 입국심사를 하기 위해 늘 긴 줄을 기다리고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람에 지쳤었는데, 할머니는 기다릴 필요 없이 빠른 루트로 이동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지금껏 나는 한 번도 누려본 적도 없는, 누려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편의었지만 막상 내 주변, 가까운 가족이 그 혜택을 누리는 모습을 보면서 약자에 대한 배려와 시설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비행기를 탈 때도, 추가 요금 없이 최대한 앞 좌석으로 배려해주고,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이 있더라도 항공사에서 먼저 좌석을 옮겨주는 배려를 받았다. 할머니 덕분에 알게 되었다. 배려받는 입장을. 약자의 입장을.


앞서 누구와 함께 여행하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속도에 맞춰 여행하다보면 여행에서 많은 걸 볼 수 없지만, 더 깊은 곳까지 볼 수 있다. 가슴 떨릴 때 와야지 다리 떨릴 때 오면 안 된다며 여행에도 때가 있다고 하지만, 할머니와 함께 불편하고 느리지만 한 발짝씩 걸음을 맞춰보며 여행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 약자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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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할머니와 연결된 여행이 이루어졌군요. 이름도 <그렇게> 붙였군요. 꿀벌님의 언어는 기발하단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마 웹툰에서 익은 능력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배려를 받는 시간도 지녔네요.

    2020.02.01 04:0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꿀벌

      나날이님의 칭찬은 늘 저에게 날개를 달아주세요 *^^* 언어가 기발하다는 건 글쟁이에게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 지금까지 여행은 사치스럽고 즐기는 자의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평소엔 끔찍하게 아끼다가도 여행가면 가격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여기까지 왔는데~'하면서 통 크게 쓰잖아요. 할머니와의 여행은 그런 점에서 사뭇 달랐어요. '여행자'이전에 '사회적 약자'였으니까요. 약자의 시선에서 보고 느끼는 게 많았지요 ^^

      2020.02.02 14:1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