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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달그락

상자를 실컷 흔든 뒤, 바짝 자른 손톱을 틈 사이에 넣어 뚜껑을 연다. 

'빨간색을 집을까? 파란색을 집을까?'

 

창이는 상자 안에 접힌 색종이를 한참을 보더니 이내 두 눈을 찔끔 감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휙 휙 손가락을 휘젓는다. 빨간색이 걸렸다. 혹시라도 누가 볼까 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색종이를 펼치더니 이내 "으악" 괴로운 소리를 낸다.

 

아직 눈치챈 아이들은 없지만,

파란 종이에는 사물 이름이 들어있고,

빨간 종이에는 감정 상태가 적혀있다.

 

사물은 비교적 설명이 쉽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분명 아는 단어인데, 막상 단어 뜻을 설명하려니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 연신 말을 잇지 못한다. 다른 친구들은 종이에 적힌 단어를 맞추고 싶어서 그새를 못 참고 질문을 퍼붓는다.

 

"잠깐만, 잠깐만" 창이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입을 연다.

"이건 우리 아빠가 오늘 아침에 우리한테 한 말이야."

내심 형이 맞췄으면 좋겠는지 형한테 은근한 신호를 보낸다.

"할아버지는 여기에 있다고"

동생 창이의 신호를 받은 형이 번쩍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외친다!

"마음!"

딩동댕!

 

창이의 손에 들어 있는 두 번째 빨간 종이엔 '억울함'이라는 단어가 쓰여있다.

 

창이는 이 단어를 어떻게 표현할까?

아이들은 어떤 일에 억울함을 느낄까? 

 

단어 맞추는 놀이를 몇 번 하더니 이젠 어떻게 입을 떼야 질문 폭격을 피할 수 있는지 감을 잡은 창이가 차분하게 말한다.

"이건 감정이야. 어떤 상황에서 이 감정을 느끼냐면,"

시키지도,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아이들 스스로 상황을 만들고 묘사한다. 

"규칙을 어기지 않았는데 심판이 규칙을 어겼다고 말했을 때야!"

구체적인 상황설명 덕분에 너도나도 손을 들고 정답을 외친다.

 

결국 아무도 맞추지 못한 마지막 빨간 종이엔 "희망"이 적혀 있었다.

"내가 아플 때, 이것 때문에 나았어!"라고 호기롭게 설명했지만,

"약!" "의사 선생님!" 외치며 정답에선 점점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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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년부터 일요일마다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번 아침 일찍 나오는 게 힘들지 않냐고 하시지만, 여전히 재택근무 중이라 평일에도 화장 안 하는데 주말에 화장하는 게 힘들지 아이들 수업자료 준비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해요.

'오늘은 아이들이 어떤 표현을 할까? 어떤 질문을 할까?'란 생각을 하면 솜사탕을 한 입 베어먹은 것처럼 들떠요. 당장 내가 해결해야할 문제나 삶의 고민도 있지만 10살 친구들의 고민은 뭔지 궁금해요. 아이들의 눈을 잠시 빌려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짊어지고 있는 짐을 잊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들한테 배울 게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배우는 마음으로 가요. 특히, 제 또래 직장인들, 워킹맘들, 팀원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초등학생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기회가 어디 흔한가요?

시적이면서 감동적인 아이들의 표현이 얼마나 많은데요. 소설은 나이 들수록 잘 쓰고 시는 나이가 어릴수록 잘 쓴다는 말도 있잖아요.

햇빛이 눈부셔서 찡그린 아이가 "해님이 내 눈을 깨물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탄산음료를 마신 아이가 "엄마, 입안에서 별이 톡톡 터져요" 

낙엽을 보고 "가을이 헤어지기 싫어서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어요"

"와!! 엄마!! 저 아저씨 머리 좀 보세요!! 바람에 다 날아갔나 봐요!"

아이들의 기발하고 순수한 표현을 발견하면 반짝거리는 구슬을 모으듯 수집해요. 

아이들과 주어지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걸 하자.

아무도 질문하지 않고 관심 두거나 물어봐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나누자.

국영수도 중요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꼭 필요한 걸 알려주려고 해요.

 

비폭력 대화, 마음 돌봄 위주로 수업을 진행해요. 학부모들은 영어 수업을 원하셔서 영어도 중간중간 넣긴 하지만요. 국영수 공부하듯 우리 마음 상태를 돌보고,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뭘 잘하고, 어떤 말을 듣기를 원하는지,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은 성적이 아니라 '나를 얼마나 잘 아냐'에서 나오는 것 같거든요. 내가 원하는 걸 좀 더 명확하고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아는 어른이 된다면, 부모 관계, 연인관계, 직장 관계의 대부분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어요.

지금 당장은 이런 게 왜 필요한지 와닿지 않더라도 조금씩 같이 연습해서 방황하는 시기를 줄였으면 좋겠어요. '내 마음/감정 다스리기,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 마음이 상하지 않으면서 분명하게 표현하기, 행복하기' 조금 더 큰 어른이 아이들한테 알려주고 싶은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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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붉은 

등의 표현을 쓰지 않고 빨간색을 표현해보세요.

 

"630nm 정도의 파장을 가진 빛의 색깔이라고 할래, 넌?"

"나는 눈을 감고 태양을 바라봤을 때 보이는 색이라고 할래.

그렇게 하면 굉장히 밝고 따스한 빨간색이 시야를 가득 채우잖아?

그게 눈꺼풀에 있는 혈관이 비쳐서 보이는 색인데 동맥혈이랑 거의 비슷하거든.

보통 사람들은 동맥혈을 볼 일이 잘 없고 그냥 피는 너무 어두우니까"

 

"이외다 (직업이 의사라) 당연히 피라고 얘기할 줄 알았는데.."

"(4세 아들한테) 빨갛다는 말을 안 쓰고 빨간색을 설명할 수 있어?"

"무지개가 시작되는 색깔

잘 익은 딸기, 사과, 보리수의 색깔이고

앞집에 활짝 핀 장미꽃

뜨거운 곳이나 위험한 곳에도 이 색깔이 많으니까 조심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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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완결되서 아쉬운 <닥터앤닥터> 223. 공부 6화에 나온 내용입니다. 

작품 읽기 (클릭)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732955&amp;no=223&amp;weekday=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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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오랜만에 등장해 소식을 전해 주시네요. 잘 계시죠. 좋은 소식 전해 주셔서 훈훈합니다. 2022년에는 많이 만나길 기원합니다. 가족들은 잘 계시지요.

    2022.01.02 16:5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꿀벌

      안녕하세요 나날이님!!! 정말 그리웠어요 > < 재택기간이 길어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옹기종기 투닥투닥거리며 잘 지내고 있답니다 ㅎㅎ 나날이님이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시니 종종 글로 인사드리리라 다짐해봅니다! 잊지않고 찾아주셔서 감사드려요. 2022년 더 많이 웃고 눈물은 덜 흘리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01.04 20:07
  • 파워블로그 march

    꿀벌님 역시~~ 여전히 제가 생각하는 모습 이상으로 멋지게 살고 계시네요. 바쁘시겠지만 가끔이라도 들러서 얘기 나눠주세요. 좋은 에너지를 많이 많이 받을 수 있도록요. 새해에도 꿀벌님이 원하시는 것 마음껏 하실 수 있기를 바래요.^^

    2022.01.02 17:2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꿀벌

      마치님의 따뜻한 인사 감사해요 :) 마치님도 새해엔 행복하고 화목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큰절)

      2022.01.04 20:08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새해 첫만남 기쁘네요
    리뷰와 포스팅으로 조금 더 뵙기를 희망합니다 ^^

    2022.01.03 18:1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꿀벌

      우-와!부자의우주님 안녕하세요!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책은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읽고 있는데 리뷰까지 행동으로 옮기질 못했네요! 요렇게 기다려주시니 사명감을 갖고 리뷰와 포스팅으로 종종 인사드리겠습니다! 새해 첫 만남을 함께 축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부자의우주님도 올 한해 행복한 일로 웃음지을 수 있는 하루가 많길 바랍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 잘 챙기셔요~

      2022.01.04 20:1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