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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상처 주는 말'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눴다.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달콤할 수도 위험할 수 있는 게 '말'인데, 감정 왜곡 없이 상대방에게 분명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수업이다. 

 

말이라는 건, 어른이라고 해서 아이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감정표현에 솔직한 아이들이 금세 배울 수 있다. 권위를 이용해서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는 어른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오래도록 바뀌지 않은 내 이상형 중 하나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면 목소리가 좋은 사람으로 오해하곤 하는데, 목소리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만난 이성 중, 말을 유독 예쁘게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국어 선생님이셨다. 바른 말을 쓰는 것도 오랜 시간 부모로부터 보고 들은 가정 교육의 힘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에도 좋다. 예쁘게 말하는 방법을 연습하지 않으면,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

 

상처 주는 말을 알아차려서 자신을 보호하고, 예쁘게 말하는 방법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꼭 배워야 할 필요한 역량 중 하나고, 잘만 터득하면 사회에 나가서 마주할 수많은 문제가 해결될 비밀열쇠다.

 

상처 주는 말은 크게 다섯 가지,

평가하는 말, 비교하는 말, 강요하는 말, 상벌을 주는 말, 책임을 회피하는 말이 있다. 

 

평가하는 말이 상처가 되는 이유는 이해를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고, 비교하는 말은 경쟁을 부추기고 불안감을 야기한다. 강요하는 말은 선택을 존중받지 않는 느낌을 주고, 상벌과 책임을 회피하는 말은 아이들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위에 해당 되는 말이 어떤 게 있는지,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터놓았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들을 수 말 몇 가지를 예시로 준비해서 위 다섯 가지 카테고리 중 어디에 포함되는지 맞추는 시간도 가졌다. 

 

동생이 형한테 들은 상처 되는 말은 "빨리해"였다. 어딜 나가거나 밥을 먹을 때 "빨리 좀 해"라고 재촉하는 형은 이에 질세라 "쟤가 가족 중에서 제일 느려요"라고 말했다.

 

느리다고 '판단'하고 가족들과 '비교'하고 빨리 먹으라고까지 '강요'했다. 한 문장 안에 세 개나 들어가 있다.

 

그 얘길 들었을 때 동생의 마음은 어땠을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이번엔 동생의 속도에 맞춰 대답을 빨리하라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

 

"허겁지겁 해야할 거 같아요" 

 

"빨리 해 대신 어떤 말을 대신 듣고 싶어?" 라고 되물었다.

"천천히 먹어"라고 답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 달리, 동생은 이렇게 답했다.

 

"빨리 먹었으면 좋겠어."

 

비슷한듯 하지만 전혀 다른 어감. 끝에 좋겠어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누그러지다니. 아이들은 이처럼 순수하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나서야 들리기 시작한다.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들이 주변에 얼마나 난무하는지. 처음부터 완전히 바꿀 수는 없겠지만, 예전에는 문제인줄도 몰랐던 부분들이 귀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한 단계 나아간 게 아닐까?

 

내가 관심있는 주제로 아이들과 얘기하다보면 아이들을 통해 내가 배우는 게 많다. 훌쩍 커버린 키만큼 딱딱해진 뇌가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다시 말랑해진다.

 

내가 저 나이때 배우지 못하고, 물어보지 못하고, 나눌 수 없는 주제를 가지고 마음 껏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가장 중요한 공부는 자기 자신을 공부하는 거니까! 

 

"선생님~애들이 수업 재미있었대요 감사합니다??"

수업 후 받은 카톡을 보며 피로가 싹 사라진다. 저도 아이들과 수업하는 거 너무 재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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