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도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에디 제이쿠 저/홍현숙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매년 4월 20일이 되면 아내와 나는 결혼한 날을 기념한다. 그날은 히틀러의 생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직 여기 살아 있고, 히틀러는 저기 땅속에 있다. 저녁 시간에 텔레비전 앞에 앉아 과자를 곁들여 차 한잔을 할 때면, 내가 정말로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최고의 복수이자 내가 하고 싶은 유일한 복수다.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제 100세를 넘긴 에디 제이쿠라는 노인이다. 유대계 독일인으로서 항상 독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던 그의 인생은 히틀러의 등장으로 산산히 부서진다. 아버지의 노력 덕분에 고아로 위장해 기곅공학을 배우지만, 집에 잠깐 들렀을 때 나치 돌격대에 붙잡혀 수용소로 이동한다. 이후 아우슈비츠 수용소까지 갔다가 수십 번의 죽을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아 벨기에에서 난민으로 살다가 결혼 후 호주에서 산다. 그리고 그의 생일에 그는 생각한다. 

'히틀러는 죽었지만, 나는 살아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가 생각났다. 권력은 인간의 육체를 가둘 수 있고, 입으로 '충성'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코 그들의 진심까지 지배할 수 없으며, 언제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그들은 항상 권력의 손아귀를 벗어나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까지나 즐거울 수 있어야 하며 누구보다 행복해야 한다. 오직 그 사실만이 우리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시대건 권력의 앞잡이는 힘이 세다.......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싸움이다. 나는 그 싸움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아쉬운 점을 마지막에 적으면 그것만 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득이 중간에서 언급) 다른 책들과의 차이점이다. 비슷한 류의 책으로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있다. 이 두 책에서는 단순히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묘사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작가만이 느낄 수 있는 감상에 대해 많이 적었다. 때로는 철학적 고민이기도 하고 때로는 감상적인 기록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다. 다만, 이 책에서는 그 부분이 좀 부족해서 힘든 생활의 나열에 치우친 면이 좀 있다. 사실 그런 부분은 안타깝지만 이전에도 많은 들은 바 있어서 조금 와닿지 않는 면이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은 '내가 나누려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희망이다'이다. 저자는 평생 과거의 짐을 자식들에게 지우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해서 아우슈비츠 경험에 대해서는 일체 이야기 하지 않았다. 어느날 우연히 아버지의 강의를 듣고 안아주던 마이클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차라리 젊을 세대에게 그들의 만행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알려줬다면 세상이 좀더 나아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타인의 힘든 과거를 접할 때 그 반응은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그 사람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을 갖게 될 것이다. 어쩌면 저자는 그것이 싫었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과거의 고통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좌절과 고통의 진창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희망의 끈, 죽고 싶을만큼 괴로운 순간에 손을 내밀어준 친구 쿠르트의 위로는 사는 내내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를 괴롭게 한 것은 사람이었지만 다시 그를 구해준 것 역시 사람이었다. 그것이 그의 희망의 근거이다. 그래서 이제 100세가 되었지만 자랑스럽게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인생을 증오하면, 도무지 살 수가 없게 됩니다. 내가 친절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죽는 것보다 참혹한 고통을 겪었지만, 나는 나치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고 싶습니다. 증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이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