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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도서]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야샤르 케말 저/오은경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저녁을 먹고 있는 동안 밖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하산의 나이는 아마 예닐곱 살이었을 것이다. 하산은 그 짧은 순간에 아버지의 턱이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잠시 후 아버지는 총에 맞았고 하산은 연기를 보다가 아련히 정신을 잃었다. 아버지가 죽고 사람들이 몰려 와서 어머니를 끌어 냈다. 삼촌들은 어머니에게 발길질을 해댔고, 할머니는 자지러지는 통곡소리를 내며 울었다. 어머니는 할릴(아버지)을 죽인 것은 자신이 아니며 압바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미 압바스를 죽여 그 시체를 마당에 가져다 놓았었다. 어머니는 그 시체를 보며 '당신이 이렇게 죽다니..'라며 흐느꼈다. 사람들은 화냥년같은 인간이 남편을 죽였노라고 욕지거리를 해댔다.

 

아버지의 장례가 지나고 할머니는 매일 같이 하산에게 너의 원수는 니 어미라는 말을 했다. 하산을 끌어 안고 우는 할머니의 손을 풀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니가 밥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표정은 가끔 밝아보이기도 했다. 하산은 혼란스러웠다. 어느날 무스타파 삼촌은 자개가 촘촘히 박힌 장총을 하산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하산아, 이 총은 네가 가져라. 네 할아버지가 쓰시던 총인데 유언에 그러셨지. 우리 집안의 원수를 갚는 첫번째 대장부에게 물려주라고..... 자 받아라. 잊부터는 총을 쏘고 싶을 때 마음대로 쏘아라.' 그래서 하산은 그 총을 들고 매일 산으로 들로 다니며 사냥을 했다. 그게 다였다. 처음에는... 

 

이 단편은 두 가지의 큰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는 '납치혼'이고 또 하나는 '명예살인'이다. 사실 하산의 어머니 에스메가 남편을 죽인 사람을 보며 슬퍼한 이유는 따로 있다. 에스메는 할릴과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압바스는 그 전부터 에스메를 사랑하고 있었으나 감옥에 있었다. 그 사이 하산의 아버지인 할릴이 에스메를 납치해 아편을 섞은 음료를 먹여 겁탈한 것이다. 할릴은 혼인신고를 해버리고 법적으로 혼인절차를 밟았다. 에스메는 일년이 넘게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압바스가 포기하게 하기 위해 결국 아이를 임신 시킨다. 그 이아가 하산이다그녀의 인생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는데도 잔인하게 흘러갔다. 그녀가 의지하는 것은 오직 하산 뿐이었다. 할릴이 죽고 나서 하산의 삼촌이 와서 에스메에게 떠나라고 말한다. 에스메는 하산을 데리고 가지 않으면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삼촌은 그러면 당신은 죽게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돌아간다

 

아버지의 가족들은 사람을 시켜 어머니를 죽이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사람들은 하산에게 찾아와 할릴이 한이 맺혀 저승에 가지도 못하고 하산에게 원수를 갚아 달라고 했다고 전한다. 어머니를 향한 하산의 맹목적인 사랑이 분노가 될 수 있도록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을 해댔다. 병역기피자 케림 아저씨는 어머니에게 찾아와 아버지의 유령을 봤다고 이야기 했고, 그 이야기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양 마을에 퍼져 나갔다. 그중에서는 그런 불길한 기운을 눈치챈 어떤 노인은 절대 니 손으로 어머니를 죽이는 건 안된다고 다짐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움직임도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할릴의 공포를 완화시키지 못했다.  

 

할릴은 마침내 매일 밤 하산의 꿈에 나타났다. 그 모습은 언제나 처절하게 형상화 됐는데, 가끔은 구렁이의 모습으로 때로는 도마뱀이나 개구리, 올빼미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는 항상 그를 위해 복수를 해달라고 말했다. 꿈속에서 그는 매번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며, 간절하게 부탁하듯 복수를 부르짖었다. 그렇다면 '독사'는 아마도 아버지의 원혼이었을까. 하산이 방아쇠를 당겨야 했던 것은 어머니를 향해서였을까. 아버지의 환영 혹은 할머니나 삼촌들의 미신같은 믿음이었을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동네 사람들을 떨게 만든 지독한 공포심이었을까.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는 결국 슬금 슬금 나를 뒤쫓아와 결국엔 나를 집어 삼켜버린 고통과 슬픔의 거대한 독사에 관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우리 삶에 한번쯤은 그 거대한 '독사'와 마주할 순간이 있으며, 그때 그것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인생의 방향을 전혀 다르게 바꿔 놓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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