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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

[도서] 이인

알베르 카뮈 저/이기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주인공 뫼르소는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매일 새벽 그는 자신을 사형장으로 데려갈 지도 모르는 간수를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이런 생각을 한다.

   

그 음기는 지나가는 곳마다 내가 살아가던 세월 속에서 내가 마주치던 세상만사를 등가화 하고 있었다. 타인들의 죽음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나와 무슨 상관이고, 그의 하느님이, 사람들이 택하는 삶이, 사람들이 선택하는 운명이 나와 무슨 상관이던가! 왜냐하면 나 자신도 단 하나의 운명이 나를 선택하게 될 터였고, 나와 더불어, 그처럼 내 형제라고 지칭하는 수십 억의 선택받은 자들도 그럴 터이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세상이 내린 판결은 '등가화 할 수 없는 무감각'에 대한 사형이다.

   

무감각은 죄악

   

신부는 그가 사형 선고를 받고 나서 그를 교화하기 위해 끈질기게 방문한다. 이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가 끝내 동화되기를 거부했던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에게 세상은 동화되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속해 있지만 나와 무관한 어떤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걸 두려워 했다. 구성원이 사회에 속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 자체로 이미 그의 존재는 배척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검사의 진술은 이러한 인간의 두려움을 여과없이 나타낸다.

   

검사는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가 보기엔 정말이지 북받쳐 오르는 목소리로 나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천천히 또박또박 끊어 말했다. "배심원 여러분,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날, 저 인간은 해수욕을 하고,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코미디 영화를 보러가서 낄낄 거렸습니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존경하는 변호사님께서 천진난만하고 않고서야, 이 두가지 사건 사이에는 심오하고, 비장하고, 본질적인 관계가 있다는 걸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가 단호하게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본 검사는 저 인간이 범죄자의 마음가짐으로 어머니의 장례를 치렀기 때문에 기소하는 바입니다."

  

그가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정상참작이 이뤄졌다면 그가 사형을 선고받는 일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법정에서 한 말이라고는 자신이 총을 쏜 것은 태양 때문이었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두려움은 생존을 위한 본능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아메리카의 어느 지역에서 잔혹한 연쇄 살인이 일어났다면 우리에겐 그저 뉴스거리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의 어느 지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그건 뉴스가 아니라 현실이 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 자손을 유지시키는 것에 유리하게 진화를 이뤘고, 유전자는 그것들을 위협하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배척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소설은 이러한 인간의 본능을 위협하는 주인공이 어떻게 배척당하는 지를 보여준다.

  

뫼르소는 사실 너무 솔직한데다 무감각하다. 솔직한 것에 대해 사회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겠지만, 무감각 한 것에 대해서는 냉정해진다. 왜냐면 그의 무감각이 우리가 구성해 놓은 사회 시스템에 균열을 발생시킬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런 균열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관을 닫아놨는데 나사못을 풀어야 볼 수 있겠네요. 관리인이 관으로 다가가자 내가 제지했다. 

관리인이 내게 말했다.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내가 대답했다. "" 

관리인이 동작을 멈추었고, 나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느껴져서 난처했다.  

잠시 후 관리인은 나를 쳐다보며 "왜요?"라고 물었는데 나를 책망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알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내가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관리인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는 행동과 다른 그의 행동에 흠칫 놀란다. 그는 사회적 기준에서 보면 한참 낙제점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시신조차 보지도 않았으며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검사는 적어도 내가 눈물을 흘리는 걸 보았느냐고 물었다. 페레즈 영감은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검사가 "배심원님들게서 참작하실 겁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분개했다. 변호사는 내가 보기에 과장된 어조로 내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걸 보았느냐고 물었다. 페레즈 영감이 대답했다. "보지 못했습니다."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법정은 그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둔다기 보다 그거 얼마나 무감각한 인간인가를 밝혀내는 데 온 힘을 쏟는다.

   

다시, 뫼르소

   

그는 분명히 다른 사람을 죽였고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단지 사람을 죽인 것 뿐이지 그것이 어머니의 죽음과 연결되는 것은 불합리 한 것이다.

   

그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은 오직 '태양' 뿐이다. 그 때문인지 소설에서는 태양이란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이것이 같은 구성원임을 인식시켜주는 유일한 매개체이다. 다른 것은 오직 자신의 영역이며, 그가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한 것에 대한 것이다. 카뮈는 그에 대한 처벌이 살인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처벌과 함께갈 수 밖에 없는 엄연한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뫼르소를 변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편으로 사회적 기준의 잣대로 본질을 벗어난 처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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